무라카미 하루키22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미국의 80년대 단편문학의 르네상스를 가져온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을 수록한 이 보석같은 책을 접한 것은 부록으로 작품 해설을 써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이었다. 평소 단편에서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 종종 언급해온 하루키인지라 궁금증이 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단편을 좋아하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는 우리가 가볍게 여기는 일상의 모습들, 즉 네 명의 남녀가 각자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 이발소에 온 사람들의 수다와 시비(고요), 비타민 판매원 이야기(비타민) 등을 각각의 단편소설이란 장치를 통해 투영한다. 그렇지만 타조를 키우는 친구의 집(체프의 집), 부인의 맹인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이야기(대성당) 등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무척 사실적이라 충분히 공감할 수 .. 2009. 5. 30. 상실의 시대 영화화에 대한 미도리의 기대 제이유님이 가 영화화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셔서 찾아봤더니 감독이 제가 좋아하는 그린 파파야 향기와 시클로의 트란 안 홍이고 일본 배우 캐스팅도 꽤 마음에 드는 걸 보아 무척 기대가 되는 영화다. 트란 안 훙은 스토리나 대사보다 은유와 상징 등을 통해 이미지로 대화하는 감독이라 상실의 시대와 잘 맞아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는 1987년에 발간되어 (작가에 따르면 우연히) 일본에서만 800만부가 넘게 팔리고 36개국어로 번역된 밀리언셀러다. 트란 안 홍 감독이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된 소설을 읽고 나서 내린 결정이란다. 지금까지 판권을 넘기는 데 적잖이 주저해온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트란 안 홍이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감독이라 결정을 했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영화화는 이후 두 .. 2009. 5. 21. 까닭없는 비난에 대한 위로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블로그를 하다보면 의도하지 않게 공격을 받거나 비난에 쌓이는 경우가 있다. 특히 파워블로거 중에서 이런 비난으로 활동을 중단하거나 절필하는 사태를 지켜보면 '휴~ 내가 파워블로거가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하는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일종의 '유명세'이긴 하지만 가끔은 참 부당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특히 드라마 작가 ^^)나 유명 연예인이나 모두 이런 악플로 고통받고 자살에 이르기까지 하는 걸 보면 이러한 비난이 얼마나 사람을 다치게 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비난은 개인이건, 기업이건, 정치인이건 연예인인건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의연히 대처해아하는가..하는 생각을 쭈욱 해오고.. 2009. 3. 29.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아주아주 오래 전, 내가 2002년인부터 지끔까지 꾸준히 들락거리던 개인 홈페이지 웍슬로(http://walkslow.com/)의 윤선민 군 드뎌 책을 발간했다.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는 그의 홈페이지 슬로건이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역시 텍스트로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었다. 심플하다못해 심심한 그의 홈페이지가 내 쉴곳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음악과 인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홈페이지 벗으로서 또 무수한 댓글을 나눈 친구로서 어찌 하나 사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8년째 개인 홈페이지를 꾸준히 운영한다는 것 자체로 존경할 만한데 이걸 책으로 내놓다니 와~ 정말 멋지군요. 당신. 쑥쓰러운 미소를 짓던 한 청년이 이제 브랜딩 회사의 대표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그 이.. 2009. 1. 25. 블로거들이 하루키에게 꼭 배워야 할 덕목 무라카미 하루키는 부모가 둘 다 국어교사라서였는지 어렸을 적부터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생계를 위해 재즈 카페를 몇 해 동안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스물 아홉이 되던 해 어느 날 야구 경기장에서 문득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운명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길로 문구점에서 만년필과 원고지를 사서 한밤중에 부엌 테이블에 앉아 매일 조금씩 문장을 써내려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군조(群像)』지의 신인 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등단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서른 두 살부터 카페 문을 닫고 전업 작가를 하게 되면서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금욕적이고 절제된 생활로 바뀌었다.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 2009. 1. 13. 뉴욕의 재즈바 <블루 노트>의 추억 블로그에서 누군가 뉴욕에서는 '블루 노트'에 꼭 가보라는 댓글을 남긴 것을 보고 그만 확 쏠려서 소호를 찾아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4th Street역 내려 이 재즈바의 간판을 보고는 그만 바로 예매를 해버렸다. 인당 45불의 공연비와 5불 이상의 음식을 시키면 되는 아주 작은 재즈 공연장이다. 우리 일행은 일찍 도착하여 약간 높은 단의 꽤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정찬을, 어떤 이는 간단한 샐러드와 와인을, 어떤 이는 맥주와 감자칩을 먹으면서 공연을 관람한다. 금요일 밤은 예약을 했는데도 입추의 여지가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일찍 도착해야만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우리는 클래식 치즈 시저 샐러드와 바베큐 백립, 파스타를 먹으며 20대 젊은 트럼펫 청년에서부터 70이 넘어보이는 노년.. 2008. 10. 20. 계란과 오믈렛의 차이 대학에서 걸어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조그만 레스토랑. 학생들 취향의 식당보다 값은 비싸지만 '꽤 맛있는' 오믈렛을 먹을 수 있다. 내가 오믈렛을 먹고 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들어온 코바야시 미도리가 말을 건다. "와타나베 선배, 맞죠?" 나는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미도리는 테이블 너머 자리에 앉아 선글라스를 벗고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접시로 눈길을 옮긴다. "맛있어 보이는데요, 그거." -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80엔이면 살 수 있는 계란 한 개가 프라이팬을 통과하면서 800엔짜리가 된다." 일본의 아사쿠사에 있는 오래된 양식집에서 주방장이 신입요리사에게 처음 하는 말이란다. 그만큼 기술의 연마가 필요하다고. 오믈렛을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우 간단한 요리임에도 적당.. 2008. 9. 22.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小碻幸)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글에 대해 "장편 소설은 제일 크고 함대의 주력인 '전함'이고, 중편 소설은 '순양함', 단편소설은 '구축함' 같은 것이고, 장편소설은 '운반선'이다." 그렇다면, 에세이는 낯익은 파도 위를 조용조용 흔들리면서 표류하며, 손으로 삿대를 저어가는 보트와 같다고나 할까. - 번역자의 말 중에서 나는 수많은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었지만 장편보다는 단편이 발칙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좋았고, 단편 못지않게 '인간 하루키'를 짐작해주게 해주는 에세이 쪽이 읽는 재미도 더 솔솔하다. 그의 에세이에는 소년 같은 장난기가 엿보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관조와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을 발견하게 해주어서 무척 좋아한다. 《주간 아사히》에 1년 1개.. 2008. 9. 17. 블로그는 문화적 제설작업이다 누구나 블로그를 하는 목적은 다르다.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블로그를 한다면 그 이유도 수 만 가지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상을 기록하고 어떤 사람은 금기시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사회 문화적 담론을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일과 관련된 전문적인 수준의 아티클을 아무 조건없이 내놓기도 한다. 그 중에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블로그가 가장 많지 않나 생각된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과 기분, 영화, 책, 요리, 취미 생활을 노출하기 위해 끝없이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린다. 또, 누군가의 블로그에도 의견을 개진하고 댓글을 달면서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행위를 한다. 특히나 이런 현상은 여성 블로거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우리는 썩 부가가치를 내는 일도 아닌 일에 우리는 왜 이렇게 .. 2008. 7. 28. [로모] 여름 내음 하늘 사진을 찍을때면 언제나 자유로운 비상을 꿈꾼다. 그래서 하늘은 우리들에게 영원한 피사체. 우리 회사 창문으로 보이는 다각도의 여름 하늘 사진. 비온 뒤 청명한 하늘도, 63빌딩에 비친 구름도, 노을진 하늘도 모두 여름 내음으로 가득하다. 훅~ 하고 냄새를 맡아보자. 내가 아는 가장 여름내음이 물씬나는 표현을 소개한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여름내음이었다. 소금 냄새, 먼 기적소리, 여자의 피부 감촉, 헤어린스의 레몬 향, 해질녘의 바람, 엷은 희망, 그리고 여름날의 꿈...... 그러나 그것은 마치 어긋나 버린 트레이싱 페이퍼처럼 모든게 조금씩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옛날과는 달라져 있었다. 무라까미 하루키의 中에서 + 미도리 블로그를 구독하시려면 여기를 클릭!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 2008. 7.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