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mark114

인생을 직면하는 용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2월 독서모임 선정도서인 최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리는 데 특출한 감각을 갖고 인물의 내밀하고 미세한 감정의 미묘한 파동이 만들어내며, 나아가 용산사태, 여성폭력, 청소년 성착취 등 사회구조적인 현실의 문제에 용감하게 맞서는 이야기이다. - 참석자 모두 서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 특히 좋았음. - 전반적으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드러나는 것 같다. - 나의 결핍(가난은 죄)에 감사하고 조금씩 치유하고자 하는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인생은 SNS의 편집된 화려한 삶이 아닌 빛과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일이다. - '돌봄' 3부작인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정상가족’이 아닌 '유사부모.. 2024. 3. 1.
섬세하고 우아한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버락 오바마가 추천한 책, 인도계 이민 2세대 박사학위 재원인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여성 작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집 을 담백한 북클럽 5기 선정도서로 읽었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차 있어 하루에 한편씩 곱씹으며 읽게되는 단편의 함량이 놀랍다. 짧지만 강하게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맛보는 느낌, 진한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느낌이다. 평범한 일상의 서늘한 문장을 읽다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다가 끝내 눈물을 툭 하고 쏟고 마는 그런 책이다. 32살에 낸 이 첫 소설집으로 무려 퓰리처상을 수상하다니 정말 놀랍다. 단편 하나나하나가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 영화 같다는 느낌이고 제목도 모두 딱 적절해서 좋다.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 작고 세밀한 이야기로 보편성을 획득 한 뒤 우리의 삶까지.. 2024. 2. 19.
[고전 읽기] 치열한 여성의 삶을 그린 생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2024년에는 울림터 독서모임에서 올해는 몇 권이라도 고전을 읽어보기로 했다. 1월 선정도서인 생의 한가운데는 루이제 린저 (1950, 독일)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의 허무주의가 팽배한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 삶과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 "여성교양소설"로 꼽히는 소설이다. 일기와 편지글, 니나의 소설 등 참신한 형식으로 '전후 독일의 가장 우수한 산문'으로 평가된다. 명성 있는 소설가이자 여성적인 매력을 가진 니나 부슈만을 사랑한 20년 연상의 의사 슈타인의 일기체 형식의 기록이 뼈대를 이룬다. 모험을 무릅쓰는 여자이자 신념이 강한 니나는 자살시도, 두번의 결혼, 투옥 등을 거치며 당당하고 완전한 자유를 꿈꾸고 몸으로 부딪힌다. 실제 반나치스 활동으로 투옥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루이제 린저의 자전적 소설로.. 2024. 1. 26.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목의 가시였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20대 시절 미도리란 닉네임을 정할만큼 애정했던 내 부동의첫사랑 하루키 상은 어느새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나도 늙어버렸다. 은 그가 43년 첫 단편 소설을 발표한 이후 줄곧 마음에 품어왔던 이야기를 기어코 세계관을 완성해버린 집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덕후라기는 약하고 약간의 의리의 마음으로 나는 767쪽에 달하는 벽돌책을 읽을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은 코로나 19와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 고독해진 사람들을 영혼의 역병을 치유하는 스토리.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어주는 주인공 '나'와 그림자없는 도서관장 '고야스'와 사서인 ‘소에다’와 생년월일을 답하면 요일을 맞추는 기묘한 '옐로 서브마린' 소년 등 하루키 소설 속의 독특한 주인공은 여전히 외톨이.. 2024. 1. 12.
나답게 의미있는 삶, 담백한 북클럽과 허상욱의 분청산책 디자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새로은 북클럽 '담백한 북클럽' 4기에 가입했다. 취향에 맞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북촌 한옥 공간에서 향내 가득한 차를 마시며 책을 매개로 문화예술과 인생을 나누는 것이 북클럽의 매력이다. 이 모임은 디자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한옥 갤러리인 지우헌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요즘 혼자 책읽기가 너무 힘들어서이기도 하다. (덕질의 부작용인지 유튜브의 폐혜인지 ㅜ) 요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지면서 북촌에서 열린다는 것이 마치 우아한 지적 활동처럼 느껴져 살짝 끌린것도 사실이다. 토요일 오전 북촌 골목을 한가로이 걸어올라가는 기분이 정말로 상쾌하고 좋았다. 사실은 지적인 매력의 다독가 클럽장 은진 님 @luv_minyun 을 인스타로 알게되어 자연스럽게 .. 2023. 12. 13.
'가짜노동', 알쓸별잡 김상욱 교수가 추천한 일과 삶 되찾기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줄곧 바쁘다는 게 미덕이고 한가함은 터부시되어왔다. 요즘처럼 첨단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우리는 더 일하는가? 세탁기로 많은 양의 빨래를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집안일이 더 편해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지 않는가? 더 많은 테크닉과 테크놀러지의 출현은 늘 더 많은 ‘노동’을 창출한다. 일과 건강한 관계 맺기, 단순한 돈벌이와 생존이 아닌 우리 존재론적 의미가 걸린 일이다. 무엇이 가짜 노동이고 무엇이 진짜 노동인지 구별하는 성찰적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일을 하며 노동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용기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낸다. 절약된 시간과 효율로 얻은 이익을 그저 일.. 2023. 12. 4.
소수적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마이너 필링스' 한국계 미국 이민자 2세대로서 겪은 ‘소수적 감정(minor feelings)’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로 지난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를 수상하는 등 미국 평단의 찬사를 받은 . 현재 영화 의 제작사 A24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이라고. 책 출간 이후 캐시 박 홍 작가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와 같은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 책과 영화가 늘어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9.11 테러 이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며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높아졌고, 최근 코로나가 중국인이 숙주라는 인식으로 아시안 혐오가 번지면서 더욱 주목받게 된 책이다. 주위에서 미국 유학이나 영주권자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인은 주로 '모범 소수자', .. 2023. 11. 7.
나이를 잊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임경선) 임경선 작가의 오랜 팬으로 지난해 출판사 마음산책 특강에서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에세이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됐다.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 되겠다. 평소 나이에 대한 얘기를 꺼리는 작가가 마음산책의 설득에 꺼내놓은 답변은 바로 '에이지리스(Ageless)' 즉, 나이를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어떤 초연한 상태다. 임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도가 좋아서 작품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된 덕후라면 나 토한 그런 이유로 하루키와 임 작가를 좋아하는 덕후라고 할 수 있다. "규율과 자기통제가 가능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괜찮은 어른의 중요한 덕목"이란 말에 깊이 동의한다. 내가 가.. 2023. 9. 18.
가을에 추천하는 동네 북카페 - 어쩌다 산책, 카페꼼마, 당인리 책발전소, 초소 책방, 살롱 드 텍스트 가을이면 책의 계절이다. 누구에게나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작정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보다는 저녁을 먹고 난 후 가벼운 차림으로 편안한 신발을 신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하다 들어가서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사색을 하거나 책을 읽기에도 더없이 좋다. 책 한권을 끼고 혹은 맨몸으로 책을 읽으러 나갈 수 있는 동네 북카페 몇 곳을 추천한다. 전원선과 무료 와이파이는 기본이고 1인용 체어나 스탠드까지 갖춰져 있으면 금상 첨화다. #카페콤마 - 여의도 신영증권점 나는 우리 동네 북카페 카페꼼마 창밖 풍경을 사랑한다. 서점도 하나 밖에 없는 문화의 불모지 여의도에 대형 북카페라니! 반갑지 않을소냐. 슬세권이란 말에 빗대어 꼼세권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은 동네 책방이다. 오픈 초기.. 2023. 9. 12.
자식 때문에 울고웃는 부모들의 힐링 도서, 뷰티풀 보이 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때문에 울고 있는 모든 부모들을 위한 힐링도서이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년이 있다. 12살에 마약에 손을 낸 후 중독에 빠지는 아들을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과 죄책감. 슬프게도 자신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건 부모가 아니라 스스로 뿐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말해주는 책이다. 6월 독서모임 선정도서 - 뷰티풀 보이 꼭 약물중독이 아니더라도 현대인들은 많은 중독에 취약하다. 게임중독, 음식중독, 성취중독, 덕질중독까지 우리 주변에는 중독이 널렸다. 자식들은 끝없이 부모의 믿음을 배신하지만, 부모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접을 수는 없다. 자신을 견디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아이와 부모의 성장 스토리. 결국 부모의 인생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023. 7. 2.
도발적이고 통쾌한 여성 문제보고서 -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작가님의 첫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에는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대입학벌주의, 여성 성폭력, 청소년 성 억압, 문단의 성희롱, 베이비박스, 직장 폭력 등 너무나 다양한 여성 사회이슈를 수면위로 끌어내 불편하면서도 신랄한 문체에서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상 작가의 미상은 작자미상(作者未詳)의 그 미상이다. 온라인 글쓰기로 다져진 내공으로 데뷔하자마자 단숨에 출판사 신인작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5월 독서모임 선정도서 - 이중작가초롱 그야말로 여성 사회문제의 총집합, 집대성 보고서처럼 느껴질 정도다. 단편집이라 하나하나 함량이 높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단편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 : 이미상 - 글쓰기 중독자, 글쓰기 애호가에서 문학웹진에 투고해 .. 2023. 6. 1.
노학자 전영애 교수의 따뜻한 '인생을 배우다' 오늘 하루도 아무런 사건 없이 무사함을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나이가 50대 이후란다. 그만큼 이젠 삶의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인 72세의 노학자 전영애 교수님의 를 읽으면 담담한 문장이 가슴을 후벼파는 눈물을 쏟게 만든다.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어른의 답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다. 2022년 12월 29월에 KBS 다큐 인사이트 을 보면 배우고 나누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막연했던 나의 노후를 꿈꾸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사람이 뜻을 가지면 얼마나 클 수 있는가, 그 본보기가 ‘괴테’ (조선일보) 일흔둘 노학자가 홀로 가꾼 1만 제곱미터의 뜰 (KBS 다큐) 이 나이가 되어서야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내 얘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겸손'을.. 2023.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