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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22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오랜 하루키의 팬으로서 소설만큼이나 그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사소한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그의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안심과 그의 마니아적 취향에 쓰윽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솔직히 평생 직장에 얽매여 살아온 나에게 자유롭게 여행하며 글 쓰고 잔소리 듣지 않고 사는 하루키의 팔자가 부러운 적도 많았다. (물론 하루키처럼 천부적 재능은 없다는 것이 힘정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평단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35년간 소설가로 살아남기 위해 하루키가 나름대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존경심이 들 정도이다. 나름대로 하루키라면 많이 아는 골수 팬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이 책으로 한층 더 이해가 깊어졌달까.무라카미 하루키는 부모가 .. 2016. 5. 22.
무라카미 하루키 열번째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베스트셀러 1위의 기염을 토하고 있는 하루키의 10번째 단편집 을 읽었다.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역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소설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만한 사람이 있을까? 하루키는 스물 몇살에 우연히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서른살 즈음에 을 썼다. 하루키의 정식 단편집은 10권이다. 나머지 다른 것들은 모두 출판사에서 짜집기를 해서 내놓은 것이라 번역도 그렇고 편집도 제멋대로이다. 무엇보다 시기별 하루키의 변화를 관찰하려면 순차적으로 읽는것이 좋다. (다음은 일본어판 출시연도 기준임.) 중국행 슬로우보트 1983 - 오후의 마지막 잔디, 캥거리 통신, 중국행 슬로우보트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콩트집 1983 - 캥거루 날씨(통신.. 2014. 10. 26.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지금은 환갑을 훌쩍 넘긴 하루키가 1985년 서른 일곱 무렵 소설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일본을 떠났다. 그가 그리스와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그거 그렇게 성큼 마흔줄에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한다.그곳에서 아내와 함께 눌러앉아 '상주하는 여행자'로 3년간 고립된 이국생활을 하면서 묵묵히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를 비롯한 몇 편의 단편과 '먼 북소리'라는 에세이를 써냈다. 때로는 변덕스런 날씨와 불편한 타국 생활에 투덜거리면서 충분한 휴식과 힐링을 한 덕분에 멋진 작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이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러고보면 육아는 우리 인생의 큰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ㅠㅠ) 하루키가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며.. 2014. 3. 19.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세상에는 두가 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 하루키를 읽는 인간과 하루키를 읽지 않는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 출간 7일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다고 난리다. 하루키는 이제 우리에게 한 사람의 작가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자 문화적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64세(1949년생) 노령의 이 작가는 아직도 '노르웨이의 숲' 스무살 언저리 혼란스러웠던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이상 하루키 키드가 아닌 하루키 중년이 다 된 나에겐 대행스럽게도. 사실 구성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하루키의 초기작 '상실의 시대'와 흡사한 점이 많다.냉정하면서도 쿨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남자 주인공의 성향도 비슷하고 대학시절 룸메이트로 영향을 받은 남자 친구, 연상의 여자 친구, 꿈속의 섹.. 2013. 7. 14.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라디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의 젊은 여성 타겟의 패션주간지 에 1년간 연재한 50편의 에세이를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환갑을 넘긴 작가가 젊은 이들의 눈 높이에 맞는 생기발랄하고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 이런 에세이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가 존경스럽다. 매주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 내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하루키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지난해 8월, 라는 요상한 제목의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에세이를 내놓더니 벌써 올해 5월에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가 번역되어 한국에 나오다니...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상 앞에 앉아 묵묵히 글을 써대는 부지런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키 수필의 소재가 점점 줄어들어 아쉬운.. 2013. 5. 18.
하루키 에세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이 시시하지 않은 이유 제목 한번 요상하다. 이건 또 뭔가. 간단히 말하면 좋아하는 채소에 대한 변호와 역겨운 바다표범 (오일)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 생각할 수록 절로 웃음이 난다. 하루키의 다른 수필처럼 이 책에서도 대단한 인생에 대한 열정이나 조언도 없이 이상하고 엉뚱하고 시시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기대를 크게 갖지 않고 그저 푹신한 소파에 눌러앉아 땅콩이나 까먹으며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그런데 이 책이 3년간의 장편 소설 '1Q84'를 탈고한 직후 그의 가장 최근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진지하고 무거운 소설을 쓰던 사람이 20대 여성이 보는 패션잡지인 에 '무라카미 라디오'란 칼럼을 연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2012. 8. 13.
여름 휴가에는 꼭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업하라 매년 여름휴가가 다가오면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만든다. 휴가라면 아무 생각없이 쉬어야 제맛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나무 늘보처럼 추억 늘어져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오히려 더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어느쪽인가하면 약간은 스스로를 자극해주는 새로운 경험과 느슨한 휴식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을 좋아한다. 먼저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리스트를 작성하고 나면 그 중에 80% 이상은 실천하게 된다. 정말이다.올해는 일단 2박 3일정도 가볍게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읽고 싶은 책도 읽고, 영화도 하나 보고, 쇼핑도 하고,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아들과 시간도 보내고, 친구들과 브런치도 먹으며 그렇게 휴가를 보냈다. 쫒기듯 바쁘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느끼고 싶달가. 나를 위한.. 2012. 7. 18.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하루키 신간이 나오면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거에요?' 나는 대답했다. '책임감이죠.' 상대가 말했다. '흠..뭔가 좀 무서운걸요' 그렇다. 나의 20대를 관통해 30대를 지배한 하루키는 이제 나에게 읽고 싶은 작가이면서 동시에 어떤 책임감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의 글이라면 언더그라운드와 같이 엄숙한 글이든 1Q84처럼 3권의 두꺼운 장편이든, 이번 책처럼 가벼운 잡문집이든 기꺼이 마다하지 않고 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출판한 회사의 마케팅 문구처럼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이라 한 건 좀 허풍이 심하고 그저 잡문집이라고 하는 것이 딱 어울린다. 30년간 각종 잡지나 신문 등에 기고해 온 글이나 시상식의 소감문, 인사말, 대담, 번역한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책 서문,.. 2011. 11. 22.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화 상실의 시대를 보기 전에 1987년 첫 발간 후 36개국에서 1100만부가 팔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원제:Norwegian Wood)의 개봉이 4월 20일인줄 내가 모르고 지나다니! 아뿔싸. 이 블로그에 상실의 시대 영화화에 대한 미도리의 기대(2009/05/21)라는 포스팅을 한 지 꼬박 2년이 걸려서야 한국에서 개봉한 것이다. 아~ 이 블로그의 주제와 내 닉네임의 출처인 이 영화의 한국 개봉을 나는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말이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클까봐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왕가위 감독이 '상실의 시대'를 영화화하겠다는 것을 거절한 바 있는 하루키는 트란 안 훙 감독의 끈질긴 설득으로 영화를 허락했고,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가 영역본에 얼마나 까다로운.. 2011. 4. 23.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권을 완독하고 나서 하루키의 1권(4月~6月)~3권(10月~12月)을 모두 읽었다. 지난해 9월 1권을 사본 이후 계절은 그 사이에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을 지나고 있다. 소설 속의 계절도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로 넘어갔다. 처음엔 참 제목이 미스테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키의 인터뷰를 보고 많은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1권은 출시전 일본어 원서도 소장하고 싶어서 샀는데 물론 전혀 읽지 못했다. ㅎㅎ)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하루키가 일본 신초샤(新潮社)의 계간지 '생각하는 사람' 여름호와 인터뷰를 했고 그것이 한국에는 얼마전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렸다. 그 인터뷰에서 몇가지를 공개했는데 제목이 원래는 '1Q84'가 아니라 '1985'였다(밋밋하다 -,.-)는 것과 주인공 이름에 대한 작명 느낌을 털어놓.. 2010. 9. 1.
마지막 연휴날, 가을 공원 나들이 짧은 추석 연휴가 아쉽게 지나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고향에 가서 풍성하고 열린 사과도 따먹고 형제들끼리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집이 비좁고 그네들끼리 어울려 잘도 떠들고 논다. 하루 남은 휴일에는 오전에는 건강 검진을 한 뒤 숭례문 카메라 상가에 가서 고장난 45mm 콘탁스 렌즈도 맡길 겸 세컨 디카와 카메라 가방을 구경했다. 지름신이 강림하는 걸 겨우 꾹 참았다. 그러곤 근처 백화점에서 가을 스카프를 사고 스타벅스에서 기프티콘으로 커피를 공짜로 마시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2권을 마저 더 읽었다. 아쉽다..오후에는 집앞(혹은 회사앞 ^^) 새로 개장한 공원에 내려가 잔디를 걷고 분수에서 발벗고 해가 저물도록 아이와 뛰놀았다. 오랫만.. 2009. 10. 5.
공항에서 집필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에서 공항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던 알랭 드 보통이 이제 아예 작정하고 공항에 눌러앉았다. 톰 행크스의 영화 '터미널'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 간 책상까지 마련하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어 '공항에서의 1주일'이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다고 한다. 보통의 드라마 작가들이 이런 취재 형태를 많이 취하는데 영국의 세계적인 인기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이 이런 시도를 한다니 참으로 신선하다. 알랭 드 보통 "나의 집필실은 공항" - SBS 그가 이란 책에서 말했듯이 공항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단순히 상상 속에서 관념적으로 존재하던 공항이 사람들을 끌어들여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사뭇 기대가 크다. 오후 3시, 권태와 절망이 위협적으로.. 2009.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