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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小碻幸)

by 미돌11 2008.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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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글에 대해 "장편 소설은 제일 크고 함대의 주력인 '전함'이고,
중편 소설은 '순양함', 단편소설은 '구축함' 같은 것이고, 장편소설은 '운반선'이다."
그렇다면, 에세이는 낯익은 파도 위를 조용조용 흔들리면서 표류하며,
손으로 삿대를 저어가는 보트와 같다고나 할까.

                                                     - 번역자의 말 중에서


나는 수많은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었지만 장편보다는 단편이 발칙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좋았고, 단편 못지않게 '인간 하루키'를 짐작해주게 해주는 에세이 쪽이 읽는 재미도 더 솔솔하다.
그의 에세이에는 소년 같은 장난기가 엿보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관조와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을 발견하게 해주어서 무척 좋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간 아사히》에 1년 1개월동안 연재되었던 이 에세이들은 세계적 작가 이전의 생활인 하루키와 인간적인 수다를 떨고 있는 듯한 진솔한 글들, 일상의 삶을 특별하게 담아낸 하루키식 세상 읽기를 엿볼 수 있다.
10년 전에 《주간 아사히》에 같은 <주간 무라카미 아사히도>라는 타이틀로 안자이 미즈마루(화백) 씨와 1년간 연재를 하여 당시 일본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에세이에는 알몸으로 집안일을 하는 주부는 과연 정당한가? 당신의 공중 부유 꿈은 어떤 타입인가? 한낮의 회전초밥에 장치된 공포의 함정, 글 속에서 이상한 러브호텔의 이름을 파헤치는 이야기, 그리고 불만을 털어놓는 편지 쓰는 법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말투나 잘 못 사용하는 말 등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거나(이건 나의 특기 ^^;), 선생님의 체벌이나 억지 체육 수업 등으로 학교를 다니기 싫었던 이유 등에 대한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더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

평범한 일상의 '작고 확실한 행복'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한번이라도 일어날 듯한 평범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그속에 그만의 관점과 위트와 유머를 담고 있다. 이같은 '일상의 미학'뿐 아니라, 여유롭고 독특한 '세상 읽기'와 '사람 보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책은 하루키 자신도 마음에 산소가 필요할 때 쓴다고 한만큼 독자들도 마음을 잡고 진지하게 읽기보다는 커피숍에서 혼자 누구를 기다릴때나, 지하철에 앉아 읽기에 적당한 책이 아닌가 싶다. 단, 실실 웃는 당신을 이상하게 쳐다볼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주옥같은 문장이 많지만 내가 관심있게 읽은 몇 개의 문장을 소개한다. 간단히 맛을 보기 바란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그다지 상처를 받지 않게 된 것은 나라는 인간이 뻔뻔스러워진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면서 '나이를 먹어서 젊은 애들처럼 정신적으로 상처받고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고 인식했고, 나는 그 이후 되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훈력을 쌓아왔던 것이다. ... 정신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것은 젊은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경향일 뿐만 아니라, 그것은 그들에게 부여된 하나의 고유한 권리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p.133 '상처받지 않는 방법에 대하여' 중에서

마라톤 100킬로미터 레이스를 달리기 위해, 그에 앞서 3개월동안 매우 착실히 연습을 했다. 거기에 쏟아 부은 시간만 해도 상당하다. 아내한테 일전에 "어째서 요즘 우리 사이에는 부부간의 대화라는 것이 없는 걸까?"하고 지탄을 받았는데, '어째서 그럴까?'하고 생각해보니 의심할 여지없이 이 레이스에 대비한 연습훈련 탓이었다.
가정생활을 희생하고, 세상 사람들에게는 인정머리 없고, 무리한 고통을 견디면서, 왜 굳이 100킬로 레이스를 달리지 않으면 안되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해서 대답할 말이 궁하다. 도저히 한 마디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구태여 단순하게 언어화하자면, 역시 '호기심' 외에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나는 추측한다.  p.196~197 '역시 한가로운 모양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중에서


역자의 말
- 하루키의 에세이는 심해에서 떠올라 마음껏 들이마시는 산소 같은 것/ 임홍빈(문학사상 편집고문)


덧1) 문학과 사상사에서는 어쩌면 하루키와 저렇게 단독 출판 계약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을까...궁금.
덧2) 하루키가 올해도 데뷔한지 28년, 나이로는 60세가 되었다. 놀라워라...하루키 할아버지는 어울리지 않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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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펴냄
평범한 일상도 지루하지 않아! 평범한 일상을 즐겁고 재미있게 바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비밀의 숲』. 1979년 문단에 등단하여 28년간의 작가생활 동안, 소설 32권 외에도 에세이 30여 권, 번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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