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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에 대한 기억과 애도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by 미돌11 202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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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2025년 1분기에는 한강 작가를 함께 읽기로 했다. 1월에 <소년이 온다>에 이어 2월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만났다.  작가의 가장 최근작으로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추천한 책이 <작별하지 않는다>라고 할 만큼 전작 소설들에 비해  문장은 비교적 평이하고 읽기에 부담이 없는 편이다.  특별히 멋을 낸 문장이 없이 “쉽고 평범한 문장으로 탄탄한 작품”을 써 내려간 거장의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을 통해 사력을 다해 온 몸을 갈아 넣어 쓴 듯한 느낌이다. 


 

 

● 제목 : 작별하지 않는다
● 저자 : 한강
● 문학동네 2021년 9월 

 선정도서 소개 :  
제주 4.3 사건이라는 무겁고 고통스러운 주제를 특유의 시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인간 내면을 담담히 묘사다. 성근 눈, 묘지, 바다, 무덤 등 밀도 높은 문장과 장면 묘사로 차갑고 시린 아픔을  선명히 보여주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냄.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작가의 말’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주요 줄거리 
제주 4.3 사건에 대한 애도와 기억을 통해 끝까지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죽은 사람의 얼굴 위로 내려앉은 피어린 살얼음은 녹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
나의 부모와 나의 형제, 나의 이웃을 잡아먹은 바닷고기를 마주한 소녀의 슬픔
 
제목이 ‘작별하지 않는다’ 였던 것은 그날의 제주도의 비극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 신경이 죽어버리기에 3분에 한 번씩 봉합된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야 하는 인선처럼 우리가 제주도의 비극에 대해 기억하지 않고 고통받지 않는다면 역사의 한 부분이 죽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에서 작가는 이 꿈이 실제로 꾸었던 꿈이라고 하며 본인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함. 손가락 사건도 실제 지인의 경험이라고 함. 


토론한 회원 소감 
- 초기 단편들에 비해 이 장편은 특별히 멋을 낸 문장이 없이 “쉽고 평범한 문장으로 탄탄한 작품”을 써 내려간 거장의 느낌이 든다. (노벨상의 후광?)
- 작가의 건강이 우려될 정도로 사력을 다해 온 몸을 갈아 넣어 쓴 듯한 느낌이다. 
- 실제로 작가가 미친X처럼 눈밭을 뛰어다니면서 직접 만져보고 느낀 뒤 쓴 글이라고 함. (쌀가루처럼 고운 눈, 소리없는 함박눈, 녹아 자신을 잃는 부드러운 눈 등)
- 역사적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읽는 이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주는 다리와 같다.”
-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 혼을 위로하는 위령제 같은 장면이 인상적이다.  
-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한 편이나 문학적으로 주제의식에 맞춰 접근한 독특한 구성으로 보임. 
- 제주 사투리가 조금 난해하긴 했으나 노희경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느낌. (제주 방언 중 염오감, 우듬지 등)- 두통에 대한 묘사와 약에 대한 묘사도 겪은 사람만이 느끼는 고립감에 공감함.  


인상적인 문장

🔖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잘 놀다 가세요”

🔖 강을 헤엄쳐 건너고 보니 이쪽 기슭엔 자신뿐이었다는 거에요. 혼자만 산 이유를 알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불꽃 같은 게 활활 가슴에 일어서 얼어죽지 않은 것 같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어요. 그때 젖은 신발이 끝까지 마르지 않아 발가락 4개가 떨어져 나갔는데, 나중에야 그걸 알았지만 아깝지도 슬프지도 않더래요.
 
🔖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나갔으며, 움푹 파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 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면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빡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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