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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Journey

배두나, 그녀가 소통하는 법

by 미돌11 2008.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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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는 20대 여배우가 가지기 힘든 아우라와 자기만의 방을 갖고있는 흔치 않는 배우다.
내가 배두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과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두가지 공통점 때문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혹은 연예인)은 많지만 이렇게 깊이 공부하고 파고들고 집착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네이버 블로그  두 곳을 운영하던 그녀가 최근에는 미니홈피 사진첩으로 정착했다.

배두나는 사진으로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의 싸이에는 특별히 글이 많지는 않지만 사진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정답고 발랄한 느낌이다.
싸이를 통해 그녀가 대화하는 법은 사진 모두를 1촌이 아닌 모두에게 공개하고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누군가에 의뢰하지 않고 모두 직접 올린다는 것.(동영상 편집까지도 ~) 가끔 댓글에서도 반가운 그녀의 멘트를 만날 수 있다.
싸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 그녀의 관심사들(카메라, 자전거, 꽃꽂이, 패션, 심지어 립스틱 컬러까지)은 그녀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우연히 나와 같이 로모로 처음 사진에 매력을 느끼고 그 다음 본격 필름 카메라로 Contax G2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확 호감이 생겨버렸다. 이후 라이카, 핫셀 등등 20여 개의 카메라를 섭렵한 그녀. 전문가의 사진은 아니지만 그녀의 사진 앵글과 느낌은 따뜻하고 서정정이고 때로는 외롭고 신비롭다.

그런 그녀가 사진첩을 낸다고 하자 엄청 기대를 했다. 런던 놀이와 도쿄놀이가 발행되자 냉큼 사버렸는데 이제 곧 세번째 사진집인 '두나의 서울 놀이'도 나온다니 기대해보자. 개인적으로 그녀의 찍은 사진도 좋지만 그녀가 찍힌 사진은 더 좋아한다는 ^^;

개인적으로 그녀가 블로그를 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는 ^^;

DOONA'S LIFE
온라인 세계에서의 닉네임은 '드나짱'이다.

TV를 끄고 수동카메라를 든다. 클럽대신 네팔의 험준함을 택한다.
빵을 굽고 꽃다발을 만들며 책을 끼고 소파에서 늘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자전거와 함께 슬로라이프의 평안함을 누린다.
천천히. 천천히.

 [왼쪽] 그녀가 직접 액세서리를 튜닝한 브롬톤 자전거   [오른쪽] 네팔 자원봉사에서 7살 소녀와 함께


아래는 코스모폴리탄 9월호 인터뷰. 그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제법 길지만 읽어보면 마음이 편안해질수 있다.
글 출처: 그녀의 미니홈피 http://www.cyworld.com/g2lover

Hello, Seoul

두나의 다큐멘트
예술가의 초상인 비우와 올곧은 자기만의 취향을 개발하는 테이스트 메이커로서의 역학을 모두 탁월하게 해내는 배두나. 그녀가 도시의 감식자가 되어 런던과 도쿄에 이어 <두나's 서울놀이>를 발간한다. 포근한 일상의 공기로 열리고 닫히는 공간, 서울. 그 안에서 펼쳐지는 두나의 다큐멘트.

촬영 즐거웠어요. 저의 바람대로 일상 속의 배두나를 담은 것 같아요. 아까 얘기하는 거 들으니까 집이 가로수길 근처라면서요?
네. 엎드러지면 코 닿을 데서 촬영하고 친한 친구들도 놀러오고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찍으니까 이건 100% 리얼이네요. 제목은 '마실' 나온 두나. 하하.

아침에 눈을 떴는데 햇살이 정말 화사한 거예요. 대충 옷을 꿰입고 동네를 산책하는 콘셉트, 바로 그거죠. 하하. 그런데 헤어스타일이 달라졌네요. 갑자기 단발머리로 변신한 이유가 있나요?
긴 머리가 너무 지겨웠어요. 데뷔 초기에 단발머리여서 단발머리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는 5년 동안이나 긴 머리였거든요. 그리고 저는 원래 긴 머리를 안 좋아해요. 분위기가 있긴 한데 매력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내가 개성이 없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정체돼 있는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공)효진이와 (강)세미만 빼고 100명 중 98명이 말렸어요. 모두가 자르지 말라고 하니까 반항심도 생기고 해서 결국 잘랐죠. 자르고 나서 한 번도 후회 안했어요.

자른 머리카락으로 휴대폰 고리를 만들었다는 기사가 떴던데 지금은 볼 수 없네요.
그냥 미니홈피에 올린 얘긴데 기사화되고 나서는 빼놓고 다녀요.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서요. "이거 머리카락 맞아요?","네"라는 문답의 무한 반복. 흐흐.

이후에 두나 씨 오빠가 김연아 선수와 일촌인 것 때문에 또 한 번 미니홈피 글이 기사화됐죠. 혹시 그런 데서 스트레스를 받나요.
스트레스를 받긴 하는데, 결론은 대세에 지장 없다! 그러니까 계속한다는 거예요. 제가 전체공개로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팬들이 제 삶의 일부를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거든요. 저는 공식 홈페이지에도 글을 잘 안 남기기 때문에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미니홈피 하나뿐이에요. 그런데 기자들이 착각하는 건 제가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글을 올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전체 공개로 글을 올렸으니 그게 잘못된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죠. 그러나 취재하지 않은, 타인의 개인적인 글을 기사화할 때는 하다못해 저에게 '기사화하겠음'이라고 통보라도 하든가, 기사 말미에 '발췌, 배두나 미니홈피'라고 명시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런 부분이 좀 아쉽지만 아까 얘기했듯이, 뭐 대세엔 지장 없어요.

네이버에 '배두나'라고 치면 연관 검색어에 풀무원, 청춘, 카메라 이런 게 뜨더라고요. 데뷔 이래로 이런 불편하고 집요한 관심 속에서 살았잖아요. 데뷔 10년 차가 된 지금, 그 관심을 좀 더 잘 다룰 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어요. 다시 말해 한 번도 연기자가 된 걸 후회할 만큼 불편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기본적인 성향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에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 멋대로 해석을 해서 스스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버리거든요. 연기라는, 세상에서 가장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건 감내해야 할 일이고 또 부수적인 일일 뿐이에요. 예전이 어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랑 손잡고 영화 보러 가면 좋겠다. 네가 배우가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이렇게 답했죠. "나는 남자친구 손잡고 영화 보러가지 못해도 좋으니까 배우 할래!"하하. 근데 연관 검색어에 아직도 <청춘>이 뜨나요?

외람되지만 '배두나 청춘 베드신 모음' 이런 게 뜨더라고요
야한 영화 찍으면 안되겠다. 하하. 근데 그 베드신에 나온 거 저 아니고 대역이었어요. 어렸을 때라 중요 부위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 대역을 썼죠. 제가 직접 베드신을 연기한 건 <복수는 나의 것> 뿐이에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연애도 있었고 이별도 있었어요. 그런데 두나 씨의 스캔들은 다소 무덤덤하게 지나간 것 같아요. 제법 쿨하게 보도되고, 두나 씨의 반응도 대체로 그랬고
쿨하게 보도되지도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지 못했어요. 왜곡도 있고, 진짜 사실무근인데 기사가 나는 경우도 있었요. 이별의 이유를 전혀 다르게 얘기할 때는 저도 짜증이 나요. 그러나 결국 혼자서 삭이는 편이에요. 특히 반박하거나 고소하는 건 별로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반박하기 시작하면 각인되거든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예요. 잊혀질 때까지.

곧 세 번째 포토 에세이 <두나's서울놀이>(이하 <서울놀이>)가 나온다면서요. 단발적으로 책을 낸 연예인은 많았지만 시리즈는 두나 씨가 유일해요.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한 거예요?
처음에 포토 에세이를 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런던, 도쿄, 서울을 차례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헀어요. 주위 사람들은 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래도 하고 싶다니까 도쿄부터 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영화 <린다린다린다>도 했고 하니 도쿄통의 느낌이 있다고. 그런데 제 생각은 달랐어요. 우선 제가 처음 접하는 낯선 곳(런던), 그다음에는 익숙한 곳(도쿄), 마지막에는 일상의 공간(서울)을 렌즈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자진해서 이번 책에 관해 소개를 좀 하자면, 하하, 앞의 두 책에서는 런던과 도쿄라는 도시가 메인 디시였다면 이번 책에서는 서울 안에 있는 배두나에 중점을 맞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서울의 무엇이 가득 담긴 책을 만들고 있어요. 현재 사진들을 고르고 있는 중인데 너무 어려워요! 서울은 낯선 도시 런던과도 다르고, 가장 익숙한 외국의 도시 도쿄와도 달라요. 여긴 어렸을 때부터의 추억이 서린 곳이고 일상 그 자체거든요. 물리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자연히 찍어놓은 사진도 많고, 찍을 기회도 많았는데 책에 싣는다니까 부담스러워서 사진을 못 찍겠더라고요. 런던에서는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해 이것저것 찍느라 바빴다면 서울에서는 포를 뜨고 회를 쳐서 겨우 남는 걸 찍는 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해요. '내가 사진작가야? 전문 사진집을 내는 것도 아니잖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런던, 도쿄 다음이 뉴욕이나 방콕이 아니고 서울이라서 반갑고 또 시기 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기 가로수길이 서울 사람들의 관광 코스가 되었듯이, 사람들이 한창 서울을 재발견하고 있는 때가 아닐까 싶거든요. 서울을 관광하는 사람에게 이 책이 자기만의 서울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 싶어요.
저만의 서울이 여러분의 서울을 구성한다는 얘기, 참 좋네요. 하하. 근데 저는 좀 특이한 취향을 갖고 있나봐요. 예쁜 카페의 와플도 좋아하지만 허름한 기사식당의 김치찌개도 좋아하거든요. 꽃꽂이 취미로 보면 여성스럽지만 또 어디서든 드러누워 즐기는 시체놀이도 좋아해요. 그러니 취향만 놓고 보자면 다중인격인지도 모르겠어요. 그걸 어떻게 책에 풀어낼지 고민이에요..

혹시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즐기다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기울일 떄의 가파른 간극, 그 간극을 오가는 스릴감을 즐기는 건 아닐까요
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둘 다 정말 즐겁거든요. 저희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이 제가 불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아이 같대요. 각각의 상황에서 진심으로 즐거워하니 저의 취향에서 그 간극은 해당 사항 없을 것 같아요.

책에 들어갈 글 작업은 시작했나요?
글은 아직 안 썼는데 걱정돼요. <런던놀이>, <도쿄놀이> 글 쓰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새삼 존경하게 됐어요. 글을 쓴다는 건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잖아요. 사진은 피사체가 있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글은 정말로 자기 혼자서 시름하며 머릿속에서 뭔가를 끄집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글을 쓸 때 원칙이 있어요. 진실해야 한다는 거요. 10년 후에 읽어봤을 때 너무 창피해서 없애버리고 싶다 하더라도 내가 쓴 글이어야지 그걸 멋지게 다듬는다든가 누군가가 써주는 건 거짓이라고 생각해요.

그간 냈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좋은 반응도 많았지만 블로그에 올릴 만한 사진과 끄적거림을 모아 '셀레브리티'라는 것을 이용해 책을 냈다는 시선도 적지 않았어요.
확실히 하고 싶은 건, 제가 낸 책들은 절대 사진집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할 수도 없고요. 대신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장점(말했듯이 셀레브리티라는 신분이 될 수도 있겠죠)을 최대한 활용해 사람들한테 영감을 주고 싶을 뿐이에요.

'놀이'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란 얘기네요
네. 저는 제가 첫 타자라고 생각해서 <런던놀이>를 내기 시작한 거예요. 저는 우리나라에도 저처럼 예쁜 이미지로 심상을 일깨워주는 책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아까 기자님도 생과일 주스 세 잔이 가지런히 놓인 거 보고는 눈을 빛내며 "와아 예쁘다. 찍고 싶다!"라고 했잖아요.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다 그렇거든요. 예쁜 풍경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진에 담고 싶어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 책이 잘됐다고 생각해요. '배두나 사진 별거 아니네. 나도 찍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 결국 카메라를 잡게 되는 것. 그게 제 책의 매력이고 효과인 것 같아요. '나처럼 놀아봐. 진짜 재밌다!' 이게 제가 내리 발간한(할) '놀이' 시리즈의 모토예요. 그저 그뿐이에요.

우리의 삶이 쇼핑으로 침식된 요즘, 사람들은 문화도 쇼핑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세태 속에서 셀렙들의 패션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을 워너비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배우나 가수들이 사진 찍기를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앞서 말한 워너비로 삼을 만한 셀렙의 선두에 두나 씨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일 아이콘의 아이콘이랄까. 이를테면 가장 먼저 사진 작업을 취미 이상으로 발전시킨 배우이고, 여행에 관한 책을 꾸준히 발간한 작가이기도 하고요.
제가 아이콘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은 좀 과한 것 같고요. 다만 저를 워너비로 삼는 사람들이 있긴 하겠죠. 그들에게 문화적인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일깨워줄 수 있다면 좋은 일 같아요. 저도 그 나이대를 돌이켜보면 누군가의 감수성에 동감하고 감동하면서 내 나름의 소우주를 만들어온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의 일부를 조여주는 거예요. 반면에 영화는 좀 다르죠. 훨씬 더 진지하게 임하고, 잔뜩 긴장하죠. 영화는 저에게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일생을 건 모험 같은 거니까요.

대중의 입장에서 보기에 사진은 두나 씨에게 연기 말고 또 다른 자기 전개 방식이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두나 씨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요?
예전에는 일 중독이었어요. 제가 올해로 십 년째 연기 생활을 하고 있는데 불과 삼사 년 전만 해도 일 년에 두세 개의 작품을 헀어요. 쉬면 심하게 우울했거든요. 쉴 때는 TV만 봐도 눈물이 나는 거 아세요? 누가 연기하는 것만 봐도 '나, 나도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요. 그래서 집착할 거리를 찾게 된 거죠. 그때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독학하는 버릇이. 꽃꽂이, 제과 제빵, 사진 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중 사진은 제게 제일 좋은 돌파구가 된 거 같아요. 제 감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고 배워도 배워도 만족할 만한 순간이 오지 않는 것 같고. 연기도 절대 만족할 만한 순간이 오지 않거든요. 이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봉우리를 넘으면 정상은 또 저만큼  아득해져 있어요. 집착할 수 있는 대상, 돌파구,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할 분야... 사진은 저에게 그런 의미예요.

클래식 카메라만 20대 가까이 가지고 있다면서요. 클래식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디카가 안 예뻐서요. 하하. 클래식 카메라가 디카에 비해 훨씬 깊이가 있고, 또 후반 작업을 프린트로 하니까 그 과정에서 장인 정신을 발휘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예뻐서예요. 저는 뭘 하든 간에 안 예쁜 건 싫어요. 치기 어린 겉멋일 수도 있고, 실용적이지 못한 고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는 제가 DSLR 들고 있는 것보다 라이카나 니콘을 들고 있는 모습이 훨씬 좋거든요. 또 다른 이유는 클래식 카메라가 없어질까 봐 걱정돼서요. 전 필름 카메라가 없어져버리는 게 겁나요. 점점 현상소들이 문을 닫고 있잖아요. 잡지들도 모두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영화 포스터도 그렇죠. 그러니 현상소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장인들이 하나 둘 일손을 놓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제가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클래식 카메라를 선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배우 배두나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배두나라는 배우만큼 역할과 동화되는 배우를 찾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배우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저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연기를 못 해요. 예전에 드라마를 할 때 어떤 감독님이 저 보고 모든 장면에 그렇게 힘을 주고 하면 스스로 너무 힘들어서 연기하는 데 벅차다고 말씀하셨어요. 수년의 세월이 흐른 후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분이 악수를 청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직도 '진짜로' 하시는군요" 제가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그 캐릭터에 체화돼서 진심을 담는 거예요. 누구라도 그걸 알아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죠.

두나 씨를 만나기 전 영화 속 인물 그대로일 것 같다는 예측 혹은 기대를 했어요. 상상 속에서 유영하고 현실 곳에서 부유하는, 천생 물고기자리의 스무 살 여자애 같단 느낌이랄까?
그래서 저는 사람들 만나는 게 무서워요. 저는 절대로 그들이 아니거든요. 물론 제가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가 제 모습의 일부를 극대화시킨 것일 순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그 캐릭터를 만들 때 제가 체화된 것뿐이지 그들 자체는 아니잖아요. <플란다스의 개>나 <고양이를 부탁해>같은 작품은 제가 스물한두 살 때 찍은 거거든요. 서른 살의 제 모습은 많이 달라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저의 팬이었다고 하면 확 부담스러워져요. 저에 대한 환상은 저와는 별개의 존재로 그 사람만의 것이니까. 그걸 깨는 건 슬픈 일 같아서요.

두나 씨는 함께하는 스태프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즐겁게 작업을 이끌어가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여태까지 함께 작업했던 봉준호나 박찬욱 같은 훌륭한 감독들과의 작업에서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그런 작업들로 두나 씨가 성장하게 되는 것 같고요.
저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계획하고 전략을 세워서 사는 사람이 아닌데 운 좋게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됐어요. 첫 주연을 봉준호 감독님 작품으로 하게 된 것부터요.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가 제가 시큰둥해서였다는 거 아세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삐딱하게 앉아서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어 눈에 띄었나봐요. 그때 오디션 보러 가는 것도 싫었거든요. <광끼>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었요, 라디오 DJ와 MC도 했었어요. 영화 쪽에 별 생각이 없었죠. 처음엔 영화가 엎어질 뻔했어요. 어떻게 저런 검증 안된 신인 배우를 쓰냐며. 그래도 감독님이 저랑 하겠다고 우기셔서 한 거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유명한 분들하고만 작업한 건 아니에요. 봉 감독님도 <플란다스의 개>가 첫 작품이었고, 제가 한 열 편의 작품 중 다섯 편이 입봉작이었어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후의 연기 활동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사실 드라마는 잠시 주춤했잖아요
글쎄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연기는 제가 일생 동안 이뤄야 할 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주춤'이 훗날 돌이켜보면 쉼표조차 될까 싶어요. 이후의 작품은 아직 도장을 안 찍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사실 1년 전부터 얘기 중인 작품이 있어요. 우리나라 작품은 아니에요. 올해 하반기에 일본에서 작업할 것 같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내년쯤 드라마로 찾아뵙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내년이면 서른이라 질문이라기보다는 고민인데, 이제 성장보다는 성숙할 시점에 와있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까지는 모든 걸 스펀지처럼 흡수해버렸다면 이제는 제 안의 것들을 좀 정제된 버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 스펀지 같다는 말은 제가 항상 쓰는 말인데... 제가 정말 스펀지 같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제 안의 것들을 정제해야 한다고, 보다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앞으로도 저는 제 식대로 흡수하고 체득하는 스펀지로 살 거예요. 활짝 열려서. 나이가 들었다고 다른 방식으로 제 감정을 다루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꼭 서른이어서가 아니라 서른이라는 나이는 스무 살처럼 인생의 마디가 되는 것 같아요. 일말의 변화도 없나요?
음... 변화라면 결혼하고 싶어졌다는 것! 푸하하. 어느 날 갑자기 제가 홀로 마지막 순간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소망이 생겼어요. 저의 꿈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받는 것도 아니고, 물론 좋은 작품은 하고 싶지만, 죽을 때 혼자가 아니가 누군가와 함께하는 거예요.

동반자로 삼을 만한 남자를 생각했을 때 죽어도 포기 못하는 기준이 있나요?
저는 외모도 필요 없고 다 필요 없어요. 전 되게 못생긴 남자도 사귀어봤어요. 하하. 단 하나의 기준은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에요. 그게 직업이나 학벌이 아니라 무엇에서든 반짝거리는 한 가지가 있으면 돼요. 이를테면 전작주의자라서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든가, 누구라도 쉽게 호감을 갖게 만든다거나, 하다못해 라면을 기가 막히게 잘 끓인다든가 하는 자기만의 반짝거리는 한 가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오. 아, 그리고 교양 있는 사람이 좋아요.

교양? 두나 씨가 말하는 교양은 어떤 거예요?
음... 잘 모르겠어요. 그냥 교양 없는 사람을 한 번 만나봐서. 하하. 그때 생각했죠. 다시는 교양 없는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라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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