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휴일 남편과 아이와 함께 서초동 예술의 전당을 나들이 코스로 택했다. 세계 최고 사진가그룹 '매그넘포토스'가 한국을 주제로 찍은 초대형 사진전 '매그넘 코리아'가 지난 7월 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었기 때문.
여름 밤에는 분수 쇼도 하고 산책로도 있고 매그넘 코리아 외에도 픽사 전시도 하고 있다니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았겠거니 했는데 결국 사진전만 2시간 보고 돌아왔다.
아침에 서둘러 나섰는데도 전시관에 들어선 것은 11시 30분이 넘어서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나 임산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고, 고등학생이나 사진기를 둘러 맨 분들도 많이 보였다.
초입에는 들어설수도 없을만큼 사람들이 꽉 차있어 줄을 서야지만 천천히 둘러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역시 주말에 오는 게 아니야...미루다 미루다 결국 마지막날에 오게 되었구나 ㅠㅠ
이번 사진전은 매그넘 작가 20명이 정부수립 60돌을 맞은 한국의 현재 모습을 저마다의 시각으로 담아낸 2400여 장의 사진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선보였단다. 20명 작가들은 한겨레신문사의 초청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순차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주제별로 촬영했다.
주로 서울이라는 도시와 자연, 전통, 종교, 문화, 사회 등 8개 주제에 대한 작가전 118점, 작가 개인이 천착하는 주제인 여성, 바다, 인물, 관광, 군대, 산사, 바다, 농촌, 도시 등을 다룬 주제전 316점으로 총 434점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이었다. 보고 난 뒤에는 정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제전보다는 작가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찍은 작가전이 더 인상적이었다. 어떤 이는 여성을 어떤 이는 바다를 어떤 이는 사회 뒷모습을 어떤 이는 종교를 끊질지게 평생을 찍는다는 것이 멋지게 보였다.
주제전은 사진숫자도 더 많았지만 마치 숙제를 치루듯이 후딱 찍은 그런 느낌이었다. 많이 보긴 했는데 별로 인상에 남는 것은 없었다.
매그넘은 예술가와 리포트 사진의 혼합된 양식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주로 신문에서나 봄직한 보도사진 같은 것들이 많았다. 멋진 작품 사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듯.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찍은 사진은 그리 아름답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설게 보일 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시선이었다.
오히려 우리 주변의 평범한 포토그래퍼들의 일상 사진들이 더 인상적인 경우가 많지 않나 생각해봤다.
매그넘의 미학은 사람의 말과 감정이 현실에 보다 적합해질수 있도록 진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진보적이고 도덕적인 보편성을 지닌 은유적 기호를 제공하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다.
한겨레 측은 처음에는 매그넘이 뭔지도 모르는 한국에서 이 전시가 먹힐까 고민했다는데 한국은 워낙 사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보니 10만을 돌파했고 어제만 8천 명이 다녀갈만큼 성황을 이뤘단다. 세계적 거장의 사진보다 한국 사진 문화의 뜨거운 열기만 가득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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