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결혼 초기에 일 년에 한번은 해외 여행을 가겠노라고, 10주년에는 꼭 유럽을 가겠노라고 서로 서약서에 싸인하며 약속했었다. 그 서약서는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희미한 기억만 남았고, 유럽 여행은 보라카이 여행으로 절충되었다.
인구 1만 남짓한 사람들이 사는 보라카이는 1년 내내 서핑을 할 수 있는 길이 7km가 채 되지 않는 필리핀의 작은 산호 섬. 12시간의 긴 여정 끝에 당도한 그곳은 답답한 일상 속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던 우리에게 지상 낙원 그 자체였다. 다만,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이라는 것이 그리 낭만적이거나 자유롭지 않아 나의 욕망을 일정 부분 저당 잡혀야 하는게 불만이기는 했지만 뭐...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혼자 갔더라면 더 좋았을 곳이었다. ^^
호핑 투어로 무인도에 가서 스쿠버 다이빙이나 스킨 스쿠버를 즐기거나 맛있는 해산물을 맘껏 먹어보는 것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휴가는 휴식이 가장 우선.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보며 화이트 비치의 선베드에 누워 파도 소리를 질리도록 듣거나, 젤라틴 같은 쫀득한 모래가 발가락 사이에 꽉 채워지는 촉감을 느끼며 해변을 산책하거나, 갑자기 쏟아지는 스콜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거나, 늦은 저녁 모래 사장에서 한 잔의 칵테일을 마시며 듣는 락밴드의 음악 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 찰나의 평온함과 휴식을 얻기위해 그 먼 곳을 다녀온 것일까. 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벌써 그곳이 그립다.
Contax g2 Kodak Portra VC 160
우리가 하루 전세낸 작은 배
우리를 가이드 해 준 쳥년 가이드
스노쿨링을 하다 당도한 어느 작은 섬
야자수 그늘에만 가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길거리에서 만난 저 들통의 정체는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
해질녘 바닷가에서 포즈를 취한 나의 실루엣
신발을 신기보다는 맨발이 더 좋은 보라카이의 산호 모래
해질녁 바닷가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멋진 포즈를 취한 현지 청년의 포스
무인도에서 모래놀이에 심취한 주혁군
그곳에서 아이는 자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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