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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 보면 주인공 남녀를 통해 여행과 독서에 대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 아주 통렬하고 유머 넘치게 표현해 놓은 장면이 있다.
우선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해 놓은 부분을 보자.
외국에 가는 사람들은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1. 놀라운 것을 싫어하는 관광객 (주로 남자)
뉴욕에서던 홍콩에서든 뭄바이에서든 케이프타운에든 그들 호텔의 로비에 데려다 놓으면 어느라에 와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호텔 밖에 인력거와 불교 사원이 있어도 투숙객은 9번을 누르면 통화할 수 있고 아침 식사로 데니시 페이스트리와 에스프레소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런 철학이 어디서나 집처럼 편안하게, 트랜스콘티넨털이라는 광고 문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 예상지 않은 상황을 즐기는 관광객 (주로 여자)
미리 예상하지 않고 여행하며, 짐작했던 바와 다른 상황에 부딪혀도 그리 당황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쳇바취 같은 일상을 버린 것이 행복했고, 그 지방의 문화가 그렇다면 콘 플레이크 대신 어포를 먹어도 상관없었다. p.236
이 책에서는 사랑에 빠진 에릭과 엘리스의 독서에 대한 취향이나 스타일도 확연히 다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1. 자신에게서 도피하는 독서 (주로 남자)
지금 읽는 책: 코만도 작전
비밀 정보부와 모스크바 첩보원, 핵 처리 시설 파괴, 플라스틱 폭약의 신관을 제거하거나 아프리카 무기 거리에 매혹된 사람이 아니라면 '코만도 작전'을 읽으면서 인생을 되새기는 위험한 짓은 거의 하지 않는다.
'코만도 작전'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죽음을 걱정하지 않고, 지루하거나 흐릿한 기분, 하찮은 일로 낙심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긴장감이 있지만, 그것은 심리적이고 개인적인, 중요한 요소가 모두 빠진 '안전한 긴장감'이었다. 두려움이긴 해도 자신의 두려움이 아니니까.
2. 자기를 발견하는 독서 (주로 여자)
지금 읽는 책: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는 법
첫 키스, 배고픔, 서늘한 가을날의 햇빛, 사회적인 고립감, 질투, 권태감,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자아발견의 충격이라는 할 수 있는 것을 가져다준다. 서로 통하는 점을 발견하고 기쁨에 떠는 여인들처럼, 독자는 책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서 외친다. '세상에, 나랑 똑같이 느끼는 사람이 있네! 나 혼자만 ......을 느끼는 줄 알았는데.' p. 240
내가 항상 함께 사는 사람과 연애시절부터 느꼈던 괴리감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이 책에서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 나만 그런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건 남자와 여자의 인식차이, 의사 소통 방식의 차이를 넘어 인류학적이고 생리적인 문제 중 하나였구나'
만약 결혼을 해보지 않은 미혼의 남자나 여자가 이 책을 본다면 좀 더 현명하고 빨리 결혼 생활에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연애를 하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취향의 영화를 고집하느라 싸움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취미에 대해 호불호를 따지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내젓기도 한다. 남자들은 게임이나 폭력물(만화, 영화)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고 여자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보다 파고든다. 그렇게 본다면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고 더 직면하고 부딪힌다는 것이 되니 더 용감하다고 하겠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연애 소설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인간 관계를 다루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남녀의 심리를 무척 잘 꿰뚫고 있다. 나는 알랭 드 보통의 연애 3부작(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우리는 사랑일까) 중 하나인 이 책을 셋 중 마지막을 읽었는데, 여성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나는 많은 공감을 얻었다. '과연 이 책을 쓴 사람이 남자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작가란 정말 대단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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