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즈니스 블로그 서밋 2009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마 국방부의 동고동락 블로그의 사례 발표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사례 발표자로 참가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처음이거니와 행사장을 가보니 높은 발표자 단상과 대형 스크린의 사이즈에 압도되어 그만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하는 것이 아닌가.
내 바로 옆에 국방부의 서기관이신 이 여자분이 발표를 하고 내려오는 나를 흘낏 쳐다보더니 "저기 올라가면 떨려요?'하고 대수롭지 않게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내 저는 처음이라서요.."그랬는데 역시나 보통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셨다.
동고동락 블로그는 처음 청와대 국민소통 비서관의 권유로 시작을 하였고 실제 주로 글을 올리는 운영자는 전투기 조종을 하는 공군 대위라고 한다. 그런데 공군 조종사는 국가보안상 얼굴 공개가 불가능하여 준비해준 PT자료를 들고 대신 발표를 하는거라고 했다.
동고동락이라는 이름조차 별 생각없이 '동방신기'처럼 4자로 만들면 잘 나가지 않겠냐 뭐 이런...ㅠㅠ
여튼 별 생각없이 만든 블로그치고는 정말 잘 나가고 있는 이 동고동락은 전혀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같지 않아서 사람들이 아직도 의심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 블로그는 공군 대위 외에 국군의 사명감을 갖고 써줄 사람으로 3명의 웹툰 작가를 어렵게 섭외하여 연재를 하고 있는데 운영에 대한 팁이나 어려움 등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해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민간(그분의 표현대로 ^^) 기업이나 군이나 블로그에 대한 공감대나 운영의 어려움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윗분들이 블로그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빠삭해야한다. 어중간하면 머리 아프다 라는 말에 ㅎㅎ)
운영 전략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1. 기분좋게 낚아라: 콘텐츠가 충실하면 낚여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2. 제목이 중요! 대화체나 질문체가 좋다.
예) 군입대 앞둔 조인성은 어떤 훈련을 받을까?
3. 포털 인기검색어를 모니터링해 적용하라(실시간 검색어 참고)
4. 블로그 담당자에게 '네멋대로 해라'고 했더니 믿는 만큼 잘하더라 (양동근도 밑에 있다니 부럽 ^^;)
5. 네티즌 시각으로 국방부를 보아라.
팁팁팁!
1. 사고를 쳐라 (위젯 등록 블로그 9700개) 이름을 날려라, 존재감 부각은 생명!
[관련 글] 군대 급식 현장 주부들이 직접 가보니 / 군급식 사고 관련 포스팅 모음
나도 이 포스팅을 보고 동고동락을 알게 되었는데 댓글이 무려 785개. 전부가 욕이다.
이에 일일히 답변하지 않고 계속 급식 현장울 방문해 추가 포스팅을 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말이 쉽지 악플에 초연하기란 쉽지 않다. 윗분도 악플로 잠을 못잤다고 하니 ㅎㅎ )
2. 네티즌과의 소통은 댓글이 전부가 아니다.
계속 급식 현장을 방문하니 '이제 그만 가라'면서 진정성을 알아주더라.
3. 네티즌들의 악플에 너무 과민반응하지 말자.
- 악플이 두려워 밋밋하고 재미없는 포스팅을 한다면 그 글은 우리 직원만 보고 사라진다.
4. 사소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자.
- 인터넷에 핫 이슈로 떠오른 군대 하극상 관련 동영상 등 우리 생활속의 이야기
5. 사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
6. 2:8법칙 - 국방부 정책은 20%, 재밌는 이야기 80%로 해라
필진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현재 1명에게 의존하는 체제에서 팀블로그로 전환하고 싶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블로그는 내부의 콘텐츠 생산자가 절대적으로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며 외부의 파워 블로거에 대한 환상은 깨라고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대학생 기자단도 두달만에 접었다더군요.
제가 동고동락 블로그를 살펴보고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은 좋은데 사진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것과 이벤트가 최근에 뜸하고 신문 같은 걸 그대로 스캔해 올리거나 연예인 사진을 퍼 올리는 등 저작권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몇주가 지난 포스팅의 댓글에도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블로그의 댓글을 정리해서 주면 정책에 반영하고 있고, 과거 사태 수습형 공보에서 벗어나 사전 홍보를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블로그건 간에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이 많은 노고와 애정이 수반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방부의 발표 자료도 위트있고 재밌었지만 발표도 아주 군인답게 씩씩하고 화끈하게 해주어 정말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더욱 멋진 국방부 블로그가 되어주세요~~
[참고] 육군 블로그인 아미인사이드(Army Inside) http://blog.daum.net/army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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