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이어온 기업 블로그 담당자 모임이 지난해에는 각자 만나고 전체 모임은 좀 뜸했는데 어제는 내가 '여의도 번개'를 추진했다. 지난 해 말부터 내가 주관하겠다고 공수표만 남발하다 연말, 연초를 정신없이 보내느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1월 마지막주가 되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페북 단체 메시지로 연락을 했더니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영화 번개가 성사됐다. 다들 이렇게 사람들에 굶주린건가 ㅠㅠ
주저리주저리 길게 말했지만 결국은 내가 베를린을 간절히 (되도록 빨리) 보고 싶었다는 것 -,.-
베를린을 무대로 한 남북한 비밀 요원의 음모를 그린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그 와이프인 강혜정이 제작사 대표로,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과 투자를 맡았다는 것만으로 대박 흥행을 점쳐볼 만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나는 류 감독의 거친 초기작은 다소 불편했지만, 최근 부당거래가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B급 비주류영화 감독에서 한국형 액션 영화 감독으로서 상업적인 성공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1. 대한민국 대표 배우 3남 1녀의 빛나는 캐스팅
- 하정우(표종성 역)는 역시 대체 불가능한 한국 영화의 보석이다. 굶주린 짐승같은 매력으로 그의 존재감을 더욱 높였다. 완벽 액션 + 섹시 + 야성미 + 본능 + 모성 본능 자극의 집합체. 근데 인터뷰를 보니 액션이 너무 무서워 촬영장 가는게 도살장 가는것보다 싫었다고 하시니 홀딱 깨는구나 ㅎㅎ
- 류승범(동명수 역)은 제5원소의 게리 올드만을 떠올리게 한다. 표종성의 숨통을 조이며 위협을 가하는 냉혈인간으로 등장해 그만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연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 걸쭉한 북한 사투리가 입에 착착 붙는다. 근데 입만 살아서 총 쏘는 건 너무 허술해 ㅠㅠ 연습 좀 더 하시지.
- 한석규(정진수 역)는 셋 중 가장 존재감이 낮다고도 볼 수 있는데 대사 하나 표정 하나가 카리스마 넘친다. 곳곳에 등장하는 그만의 촌철살인의 대사로 이 영화의 유머 담당.(너~ 내가 그렇게 착해보이냐? ㅋㅋ) 디스크 수술 두번이나 하셔서 힘드셨을텐데 정말 멋지십니다.
- 전지현(연정희 역)은 표정성의 아내로 아이를 잃고 상부로부터 접대 명령까지 응하며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감수하는 통역관. 정중동의 흔들리는 눈빛 연기가 인상적. 큰 키는 감점 요인. (아내를 업고 뛰는 장면에서 팔다리가 길어 슬퍼보였음.)
관전 포인트 2. 해외 올 로케이션의 풍성한 볼거리
하정우, 류승범, 한석규 이들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영화를 시종일관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역시 기획자의 말처럼 철저한 사전 기획과 후반 편집으로 매우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 틀림없다.
흡사 지적인 첩보영화인 본 아이덴티티(맷 데이먼)를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는 철저한 현지 사전 답사로 베를린이 아닌 라트비아의 리아의 한 아파트에서 빈틈없이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베를린 웨스턴 호텔, 브란덴부르크 광장, 하케셔마크트 벼룩시장, 오펜바움 다리 등에서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현장감을 충분히 살려 볼거리가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최고의 감독, 스태프, 배우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베를린'은 정말 한국 영화의 발전이 눈부시다는 진부한 표현이 딱 어울린다.
약간 아쉽다면 내러티브가 약해 '쉬리'와 같은 폭발적 감동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갠적으로 난 신파조나 억지 감동은 사절이라 이런 깔끔한 감정 처리가 더 좋았지만. 배급사인 CJ는 시사회 이후 1,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고 하는 후문 ^^;; (손익 분기점은 450만이라고 함.) 갠적으로는 별 다섯개는 부족하지만 별 4개는 충분한 정도랄까?
관전 포인트 3. 한국형 첩보 액션의 완성
주인공들이 특수 요원이라는 직업의 특성 상 짧고 강하지만 치명적인 액션이 많은데 특히 좁은 부엌 공간에서 통조림 등을 날리며 현란하게 벌이는 맨몸 격투신은 그 스피드와 몸 놀림이 영화를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힌다.
그밖에 나흘간 라트비아 도로를 통제하고 촬영한 거리 자동차 추격신, 거대한 갈대 들판에서의 총격전, 13미터 상공에서 맨몸으로 떨어지는 탈출 와이어 액션신 등 어느하나 만만한 장면이 없다. 아파트 외에는 모두 세트로 제작해 촬영을 했다는데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린 뭐 그냥 즐기면 될 뿐이고 ^^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대사들도 짧지만 팍팍 와 닿는게 많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냥 때리고 부수는 액션 영화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보고나니 몰입해서 보고나니 묵직한 메시지가 남는다. 이건 의외의 소득이다.
주요 대사
- 당이 나를 의심해도 당신은 날 의심하지 말았어야 돼 (연정희)
- 형님~ 내 나이쯤 되면 조직에서 일 잘 하는 사람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을 좋아하죠. 형님은요, 불편해(정진수의 후배)
- 넌 성격이 급해서 결정적일 때 실수한다고 내가 말했지? (표동성)
- 사람은 배신해(표동성)
-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 가장 의심이 가는 사람이다. 스탈린 동지가 한 말입니다. (동명수)
- 우리 아직 못한 말이 많은데 ... (연정희)
- 나는 당신이 목숨을 거는 이유가 더 이해가 안되오. (표종성)
이유따위는 없어, 내 일이니까 하는것 뿐이야.(정진수) 나도 내 아내를 구하는데 이유는 없소 (표종성) - 복수는 원래 마지막 순서야 (동명수)
- 우린 로타리에서 좌회전도 안 하는 사람들이야...(정진수)
- 넌 조국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리고 니 마누라까지 배신한 사람이다. 어디가서 눈에 띄지 말고 하소연도 하지 말고 쥐죽은 듯이 살아라. 평범한 사람처럼. (정진수)
[덧] 요즘 스쳐가는 인인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이들과 어떤 영겁의 인연을 맺고 이렇게 함께 하는 걸까요. 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동창도 아닌데 소셜이란 인연으로 맺어진 우리들.
오랫만에 만나 영화를 보느라 근황 외에는 별다른 얘기는 못했지만, 이제 말투만으로도 서로의 심리 상태를 파악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업계 동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기분이 설레고 즐겁다. 곽나순님의 행복한 신혼과 홍지은 님의 순산과 문종원 부장님의 새로운 시작과 조주환 매니저의 대박(신규 런칭 서비스 FANme)과 현석 과장님의 행복을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 여성분들 먼저보내고 몇몇만 IFC 지하의 MPUB에서 뒷풀이로 맥주 한잔 >
[이전 글]
2013/01/29 - [My Story] - IFC CGV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다
2012/12/30 - [My Story] - 뮤지컬 영화로 부활한 레미제라블의 벅찬 감동
2012/11/13 - [Photo Essay] - 미도리의 늦가을 풍경, 만추(晚秋)
2012/10/03 - [My Story] - 가을에 떠나고 싶은 도시, '미드 나잇 인 파리'
2012/08/16 - [My Story] - 토탈리콜 원작과 리메이크의 비교 관전 포인트
미도리 블로그를 구독하시려면 여기를 클릭! ------->
'Cultur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대 로모 카페 리오픈 세일 & 온라인 무료 이벤트 (0) | 2013.05.28 |
---|---|
한국의 워킹맘, 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0) | 2013.03.07 |
IFC CGV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다 (4) | 2013.01.29 |
워킹맘의 해외 쇼핑몰 직접 구매 후기 (6) | 2013.01.27 |
뮤지컬 영화로 부활한 레미제라블의 벅찬 감동 (4) | 2012.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