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Story

한국의 워킹맘, 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by 미돌11 2013. 3. 7.
반응형

3월이 시작되면서 모든 학교들이 일제히 개학을 했다. 요즘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료를 둔 부모만큼 마음이 복잡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지난 3월 4일 입학식을 치룬 후 일주일 내내 준비물에 학교 소집에 시달리며 워킹맘인 나는 한숨만 푹푹 늘어난다. 

지난 연말부터 우리집엔 '초등학교 완벽 대비'란 책도 사들였고, 주변 엄마들의 조언도 귀동냥하면서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입학식 당일, 아이의 손을 잡고 과감하게 휴가까지 내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도 아이도 떨리는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대강당에서 준비된 행사를 마치고 교실로 이동해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된다. 

아이도 내색은 않지만 은근 신경이 쓰이는지 '기대도 되고 떨린다'고 한다. 학교에 가니 선생님들이 그동안 유치원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아기 취급 받던 아이들을 1학년이 되었다고 '독립적인 객체'로 취급하신다. 입학식 날 외에는 학교 교실에 '엄마들 접근 금지령'은 물론이고 귀가시에도 교문에서 기다린다. 자기 등판보다 넓은 큰 가방에 실내화 가방까지 들고 낑낑거리는 어린 것들을 보면 엄마들의 마음이 얼마나 짠한지 모른다. 교장 선생님 말로는 교실 창가에서 눈물을 훔치는 엄마들도 있다고 ^^;;;

아이가 입학하면 엄마들의 일도 산더미다.

준비물의 가짓수는 어찌나 많은지, 노트만해도 종류가 수 십가지니 딱 맞춰 사기도 쉽지 않고,
일주일에 3차례 강당에 모아놓고 교장 선생님이 교육을 하질 않나,
엄마들도 서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느라 인사를 나누는 걸 보며 나도 치열한 경쟁대열에 든 기분이 든다.

수 십종류의 노트에 입이 떡 벌어진다. 우리땐 한두가지였는데...

최근 강남 하나유치원 엄마들의 이야기를 그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 스페셜의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의 한장면이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내 아이가 혹시나 뒤쳐질까 하는 두려움에 모임에 악착같이 끼려고 하고 사교육 학원을 돌리며 경쟁에 내모는 엄마들. 아이도 엄마도 불행하다. 


<출처: LG CNS 블로그: 가정을 제2의 직장으로 만들지 않기 >

워킹맘의 경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일을 관두게 되는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고 한다. '공포의 3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학교는 왜 이렇게 (아빠는 찾지않고) 온통 엄마만 들들 볶아대는지 모르겠다.  워킹맘은 아빠가 육아나 아이 교육에 적극 참여해주지 않으면 일과 병행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런데 이눔의 한국 사회는 왜 아빠가 학교에 가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지 알 수가 없다. 녹색 어머니회, 학부모 총회, 운동회, 축제, 참관수업 등등 앞으로 낮에(근무 중에) 학교갈 일이 한두번이 아닌데, 못간다고 하면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로 찍힐까 걱정이 된다.

혹시라도 바쁜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참석하기라도 하면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는 분위기이다. (하긴 교장선생님조차 얼마나 그랬으면 남자들 대상으로 얘기하는 건 불편하고 여자들만 가득하면 편안해진다고 했을까...) 

엄마들의 교육열도 장난 아니다. 당장 오늘 방과 후 프로그램 신청이 있었는데, 불과 5분만에 인기 프로그램은 20명 정원이 순식간에 다 차버린다. 이거야 원 무슨 명절 열차 티켓 예매하는 기분이다. 벌써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느낌이다.

오늘 주혁군은 급성 장염으로 학교에 가질 못했다. 개학 첫 주에 물갈이를 하는건지 스트레스를 받아 소화장애가 생긴건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두세번  토하고 배가 아프다고 한다. 아이도 엄마못지 않게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긴 한가보다. 

앞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아이 숙제 돌보랴, 준비물 챙기랴, 엄마들 네트워크 다지랴, 선생님들 챙기랴 신경 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 같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자아 실현(혹은 자기 만족)을 위해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을 이기적인 엄마로 모는 사회 분위기에서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며칠간의 짧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워킹맘을 위한 몇가지 팁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1학년 초반에는 챙길 준비물이 많다. 학교 근처 문방구를 미리 파악하거나 대형 서점 문구점을 통해 준비물은 다량 구입해두자. 갑작스런 요청에 당황할 수 있다. 

2. 엄마들과의 네트워크를 맺어두면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학부모 설명회 등에서 만난 엄마들과 적극적으로 번호를 교환해라. 카톡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게 추세다. 

3.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말고 아빠나 공부방, 학교의 방과후 교실, 방과 후 돌보미, 할머니 등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4. 남자 아이는 축구클럽, 여자 아이는 수영이나 인라인으로 팀을 짜는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 모임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습팀으로 짜여지는 경우가 많다.

5. 12시가 지나면 하교를 때문에 오후에는 학원을 돌리기보단 공부방 등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간식도 챙겨주고 숙제나 학습도 봐주니까 엄마는 퇴근후 아이랑 학습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놀거나 대화를 할 수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슬로우 뉴스: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LG CNS 블로그: 가정을 제2의 직장으로 만들지 않기 

[이전 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