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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영화 건축학 개론과 버스커 버스커의 공통점

by 미돌11 201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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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2학번이다. 사상 최대의 대입 경쟁률과 IMF를 거친 90년대 초반 학번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린 영화가 바로 '건축학 개론'이다. 91학번까지만 해도 그래도 데모하느라 선배들 쫒아다니며 최루탄 가스라도 마셔봤지만 92학번 이후로는 교정에서 그런 분위기도 사라지고 오롯히 베이비붐 세대들의 경쟁만 남았다. 이러한 90년대 초반의 학번들은 이제 사회에 나가 저마다 자리를 잡고 경제적 능력을 갖춘 기성 세대가 됐다. 이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린 '건축학 개론'이란 영화와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요즘 장안의 화제다.

[건축학 개론] 첫사랑의 서툰 기억과 아날로그 감성

전람회의 음악, CD플레이어와 삐삐, 공중전화, 필름카메라, 게스(짝퉁) 티셔츠와 무스 등의 90년대 문화적 배경으로 '첫사랑'이라는 환상으로 남은 남자와 여자. 15년이 지나 다시만난 그들의 기억은 서로 조금씩 어긋나 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떨림, 망설임, 오해 그리고 헤어짐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은 잊지만 애써 그 기억을 되새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이 서툴고 바보같고 서툴고 찌질했던 우리의 청춘. 집을 짓는다는 것과 첫사랑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70년생 연세대 89학번 건축과 출신의 이용주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건축학 개론'으로 짓고 10년을 가슴에 품고 준비해왔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 한달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멜로 영화 최대 관객을 동원한데는 멜로 영화의 주 관객인 여성 관객도 '납득시키는'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공감대를 잘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순수했지만 비겁했고 머뭇거리느라 보내버려야했던 첫 사랑의 기억 말이다. 

정릉 토박이인 건축과 승민이는 제주도에서 상경한 음악과 서연은 건축학 개론을 같이 듣는 새내기 대학생. "건축이란 자기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다"며 1학년 건축학 개론의 교수님이 카메라로 동네를 찍어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디테일 대마왕"이라 불리는 이 감독은 강 교수의 칠판 판서에 "God is in detail"이라는 문구를 써두기도. ^^ 승민은 서연에게 동네를 안내해주고 빈 집을 발견하면서 조금씩 둘만의 비밀을 만들어간다. 점점 그녀를 좋아하게 되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결국은 "이제 나한테 연락하지 마. 이제 좀 꺼져줄래?"며 그녀를 밀쳐내고 마는 비겁한 승민. 그녀에게도 첫 사람은 상처로 기억된다.

그리고 15년뒤 집을 지어달라며 승민을 찾아온 서연.  "왜 나를 찾아왔니?"라는 승민의 질문에 "궁금해서.."라고 답하는 서연. 누구나 궁금하지 않을까? 지금쯤 나의 첫 사랑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고.  다시만난 이들은 첫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나는 끝까지 그런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조금 슬펐는지 모른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훌쩍이는 중년 여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봤는데 가만히 보니 내가 그 중년에 끼이는건가 ㅠㅠ 뭔가 좀 슬픈 기분이 드는걸..흑..)

[버스커 버스커] 서툴고 순수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의 청춘

버스커버스커.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지난해 '슈퍼스타K 3'에서 TOP 10에서 떨어졌다 한팀의 기권으로 간신히 부활한 버스커버스커는 연주실력이 뛰어난 3인조 밴드. 이들이 3월 말 CJ E&M를 통해 1집을 들고 나와 가요계를 평정하고 있다. 앨범 중 10위안에 포함된 것이 서너곡이나 되는 것도 놀랍고 이들의 음악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나온 것도 놀랍다. 이들의 노래는 아이돌의 음악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우리네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특히, 리더 장범준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그렇다. 올 봄 내내 '그대여~'하며 첫사랑의 샤방샤방한 첫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벚꽃 엔딩'이 사방에 울려퍼졌고, '좋아요~'를 연발하는 발랄한 가사의 '이상형'도 히트쳤고, '너와 함께 걷고 싶다~'며 여수 밤바다'란 노래로 수줍게 속삭였다

내가 이들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다큐 3일'에 등장한 장범준의 모습을 나중에 보고난 후부터다. 청춘이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이들이 자신들의 자작곡을 불러주던 천안의 대학생 밴드 장범준. 거리를 떠돌며, 홍대 놀이터에서 청소를 하며 부모님이 반대하던 음악의 꿈을 키워가던 그가 '슈퍼스타K 3'에 출현하기 위해 결성한 밴드 '버스커 버스커'가 이렇게 유명해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얼마 뒤 장범준은 89년생 24살의 감성이라고 믿기 어려운 11곡의 자작곡으로 1집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들어놓은 곡이 있어서 가능한 빠른 데뷔가 가능했다고. 그동안 거리 공연으로 다져진 실력(비음이 많이 가미된 장범준의 보컬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음반 발표 후 오히려 김광석의 필이 난다며 팬들은 좋아한다.)으로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아날로그 감성의 어쿠스틱한 곡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봐도 조금 의외다 싶긴 하다. 

뭐, 나까지 음원 구매를 하게 만든걸 보면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다. 5월 4일~6일 서울 공연 대박 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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