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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부부가 함께 보면 더 좋은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by 미돌11 201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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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이힐을 그리 즐겨신지 않는다. 일단, 하이힐에 의존할 만큼 작은 키가 아닌데다 내가 하이힐을 신으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위축되어 보이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출산 후에는 허리에 무리를 주어 기피하고 있다. 더구나 급해도 빨리 걷거나 달릴 수 없기 때문에 무척 불편하기 때문. 그런데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라는 요상한 제목의 영화가 내 호기심을 당겨 야밤에 혼자 타임스퀘어로 심야 영화를 보러 나섰다.

이 영화눈 같은 제목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 'I Don't Know How She Does It'은 전세계적으로 400만부나 팔아치우고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목록에 23주간이나 랭크되면서 전 세계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라고 한다. 더구나 원작의 열혈한 팬이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작가 엘라인 브로쉬 멕켄나가 참여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 자아 성장기라면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두 아이를 둔 워킹 맘의 성공기 정도겠다. 섹스앤더시티의 그녀, 사라 제시카 퍼커는 실제 세 아이이의 엄마이자 향수 회사의 CEO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워킹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 소화했다. 블라우스가 삐져나오고 밀가루 반죽이 묻은 채 머리를 흐트러뜨린(혹은 아이에게 이를 옮아 긁기까지 ㅋㅋ) 그녀의 모습이 무척 리얼하다. 

이번 영화에서 사라 제시커 파커는 여전히 뉴욕에 살지만 '섹스 앤 더시티'에서 보여준 독신녀 캐리에서 벗어나(영화 곳곳에서 깜찍한 그녀의 모습에서 가끔 연상이 되기는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워킹맘으로 변신했다. 그녀가 입는 절제된 듯하면서도 세련된 오피스룩도 인상적이다. 그 누구보다도 워킹우먼의 생활상과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알리슨 피어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여성 독자들은 물론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직장 여성이라면 누구나 대공감할 영화

처음 난 영화를 일하는 워킹맘을 위한 변호(?)쯤으로 생각했다. 조금의 공감과 아주 약간의 위로를 얻고자 하는 심산이었는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 직장과 가정, 아이와 상사 사이를 동동거리면서 오가는 케이트의 모습은 한국이나 미국의 워킹맘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케이트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아이의 유치원 준비물과 친구들 생일 선물까지 챙겨야 한다는 강박에 전업 엄마들과 비교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나 회사에서 남자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상사에게 인정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등등.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가 유머와 함께 버무려지면서 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보통 회사에서 남자는 아이가 아파서 일찍 퇴근하면 가정적이고, 여자가 그러면 프로가 아니라는 시선이다. 이제 웬만한 회사라면 육아 휴직은 주어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에게 기회가 간다. 클라이언트(기자, 거래처 등)의 술 접대, 밤에 이뤄지는 역사(?)를 무기로 일은 설렁설렁하면서도 인정받는 남자들도 많다. '남녀평등'이라는 말이 구시대적인 유물 같아도 여전히 회사 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회사에서 여자가 좀 공격적으로 나오면 '거칠다'고 핀잔을 듣고 완벽한 일처리를 고집하면 '까다롭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나만해도 아이가 놀다가 머리가 찢어져 응급실에 가도 남편이 내게 전화하지 않는다. 그날 난 회식을 하고 있었고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혼자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퇴근 후 그 얘기를 듣고 고맙기도 했지만 어쩐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중요한 일에 엄마가 소외된다는 기분이랄까.

더구나 나처럼 허점이 많은 사람에게는 집안일과 직장일 둘 다 해치우느라 작성하는 '목록'만 해도 엄청나다. 영화 속에서 "내가 일을 조금만 덜 사랑했어도 포기했을 거에요"는 케이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이를 위해 직장을 포기한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직장과 육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어차피 결론은 나와 있었다.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양립하라는 것.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결론이다. 그 이유는 "직장은 다시 구할 수 있지만, 가정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의할 수도 있기도, 동의할 수 없기도 하다.

결국 선택은 나 자신의 몫이다. 만일 당신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남편과 같이 이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지지와 조력이기 때문이다.  
엔딩에서 케이트가 남편에게 "일이 없는 나도 내가 아니고, 당신과 아이들이 없는 나도 상상할 수 없다."
남편의 말처럼 아이들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단 오분이라도 조용히 대화하고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완벽한 엄마(아내)는 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오랫만에 하이힐을 새로 하나 샀다.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달리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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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이 영화의 전제는 케이트가 남자를 능가하는 능력있는 편드 매니저라는 점. 이정도 능력이 갖춰져야 워킹맘의 자격이 있는건가...약간 비애가 느껴지는 대목.

사족 2. 싱글 여성이 이 영화를 보면 결혼하기 싫어질지도 모르니 주의 요! 그러나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엄마로서 기쁨과 환희를 맛볼 수 없다.

사족 3. 내가 아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부부는 주말도 밤낮도 없이 일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원형 탈모)에 시달리며 외모를 가꾸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더라. 현실과 영화의 괴리.


@개봉 : 2월 2일
@영화관: 타임스퀘어 CVG
@공식사이트 http://www.heel201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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