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로 유명한 박웅현은 대림건설의 '진심이 짓는다',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SK에너지의 '생각이 에너지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 온 TBWA KOREA의 ECD다. 나는 광고인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PR/마케팅 관련 일에 몸담고 있다보니 이런 류의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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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정말 좋은 책을 사람들이 읽게 만들자는 취지로 일반인 대상으로 2월부터 6월까지 3주마다 한번씩 총 8번의 강독회의 내용을 엮어 출간한 책이다. 그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감성의 안테나를 세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훈련법으로 자신에게 예민한 감성의 안테나를 만들어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알랭드 보통, 김훈, 고은에 이르기까지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제시해 주고 있어 인문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책 읽는 법'을 쉽게 제시한다. 결국, 그의 광고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연구의 결과,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책은 24년 넘게 광고인의 외길을 걸어온 그의 모든 사상과 철학의 자양분이 된 책들이 아닌가.
우리는 왜 지금 인문학을 말하는가? 특히 최신 트렌드를 쫒느라 혹은 만들어가느라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광고 바닥에서 느릿느릿하게 생각하는 인문학을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그런데 박웅현은 인문학이 백두산의 천지와 같은 수원지로 그 물줄기가 광고로 이어진 것 뿐이라고. 사람들의 마음을 공부하는데 인문학만큼 좋은 교과서거 없으며, 인문학적인 소양이 쌓이면 우리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진다고.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부하는데 인문학만큼 좋은 교과서거 없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끔 우리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학창시절에 이런 인문학적 소양을 쌓지 못하고 수능과 논술에 찌들어 사는 우리 청소년의 교육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이 쌓이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특히, 요즘 나는 어떻게 하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 훌륭한 문장들을 많이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1904년 1월, 카프카)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팀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알랭 드 보통)
그대의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 (앙드레 지드)
해가 설핏해질 무렵 돌연 우리의 뻣속으로 스며드는 저 기이한 슬픔......(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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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통한다. 매일 50장의 원고지에, 10년간 40권의 소설을 써 내며 강박적으로 글을 쓴다는 소설가 김탁환은 자신을 '소설 노동자'로 자칭하는 독특한 사람이다. 사실 이분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치밀한 고증과 탁월한 상상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듯하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가치고 있어서 그런가 쉽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구성돼 있다.
짧은 블로그 글 하나 쓰는데도 2~3일은 끙끙대는데 원고지 1,000매 이상의 장편을 쓴다는 건 얼마만큼의 내공이 필요한 것일까? 생각만해도 아득한 기분이 들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를 만드는 '테크닉'이 아니라 '자세'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다. 즉, 성실하고 정직하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라고 한다. 소설가를 '육체 노동자'에 비하는 것은 흡사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다.
저자는 이야기하는 인간, 즉 호모 나랜스(Homo-narrans) 모든 인간에게 고루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등대나 북극성과 같은 길을 제시해준다. 철저한 조사로 유명한 저자는 100권의 책을 사고 10권의 공책을 사라고 권한다. 기자수첩, 독서록, 몽상록, 습관록,답사기, 나날, 단어장, 주제일기, 소품기, 한결같음의 힘. 와..정말 작가란 것이 그냥 머릿속에 휙 떠오르는 것을 일필휘지로 써 갈기는 천재들이 아니었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은 단순히 테크닉으로서의 '글쓰기'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동을 주는 '나무 아닌 숲'을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가장 빨리 그리고 깊이 사귀는 방법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야기판의 핵심은 소통입니다. 나는 과연 이 이야기를 누구나 하고 싶고 이야기를 접하는 이들에게 어떤 흔들림을 선사하고 싶은가를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말했듯, 그는 이 퇴고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또 힘겨운 기간이라고 강조한다. “개선되고 개선되고 개선되다가 더 고치면 개악이 되는 순간까지 고쳐라. 그러나 개악의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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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보면 나는 하루에도 몇개의 회의에 휘둘리며 결론도 나지 않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다보면 진이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결론없는 회의를 하지마라, 회의는 1시간내에 끝내라, 사전에 회의준비를 철저히 해라 등등 회의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 소위 '회의 잘 하는 법'에 대한 책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룬 광고인들의 회의법은 좀 다른것 같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광고로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회의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성공시켰는지 그 과정을 매우 충실하게 기록하며 따라가고 있는 일종의 '회의 안내서'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잘 아는 SK텔레콤의 '생활의 중심:현대생활백서', LG액스캔버스의 '엑스캔버스하다', SK브로드밴드의 'See the Unseen', 대림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이렇게 5편의 광고가 얼마나 많은 회의를 통해 어떻게 씨앗을 뿌리고 결실을 맺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무척 흥미롭다. 마치 산고의 과정을 엿보는 기분이랄까. 이 중에서 한국 광고의 판을 바꿨다고 하는 대림의 광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이기도 하다.(관련 포스팅: 2011/05/04 - 소셜미디어에서 '진심'은 정말 통할까?)
자신을 '충실한 기록자'로 칭한 저자, 김민철(여성 카피라이터)씨의 말에서 아이디어란 거창한 워크숍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작은 씨앗을 심고 이를 정성들여 키워내는 일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발견이, 아침에 읽은 책 한 구절이, 지난 여행에서 본 나무의 빛깔이, 언젠가 미술관에서 본 그림 하나가, 엄마의 말 한마디가, 혹은 어젯밤 데이트가, 하다못해 오늘 아침 샤워 중의 잡생각까지 모두가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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