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읽고 블로깅과 비교하여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관련 글: 2008/08/11 - 블로그와 인간 불안의 상관 관계) 요즘 베스트셀러 도서인 일본 동경대 출신의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을 읽고 이와 비슷한 생각(우리는 왜 소셜미디어에 참여하는가?)이 들어 한번 소개해보기로 한다. 서점에 가서 몇번 살까말까 망설이다 말았는데 남편이 사왔길래 덥썩 읽어봤다. 글자도 많지 않고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곰곰히 되씹어 읽을수록 좋다.
올해로 서른 두살의 미소년처럼 생기신 이 책의 필자, 코이케 스님은 현재 쓰키요미지의 주지를 맡고 있는데, 일본의 명문대인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했고 대학을 다닐 때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한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대한 이해도 무척 높다. 2003년에는 <가출공간(http://iede.cc/)>이라는 카페를 만들고 자신이 그린 만화를 연재하던 것을 나중에 책으로 발행했다. 절과 카페의 기능을 합친 ‘이에데 카페’(iede cafe)라는 공간을 열기도 한 독특한 분이다.
우리가 실패하는 원인은 대부분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우리 마음의 병은 '생각'에서 나오면 인간은 '분노, 탐욕, 어리석음'의 세가지 기본 번뇌를 갖고 있어 마음을 바르게 갖는 훈련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와 읽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기르기의 8가지 관점에서 몸과 마음을 조정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여느 불서나 마음을 다스리는 책과 다르지 않다.
그중에서 '쓰기와 읽기' 부분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오랫동안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운영해서인지 블로그와 SNS를 하면서 우리는 어떤 욕망에 시달리는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잘 비유하고 있어 재밌어 소개해보기로 한다.
우리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발산하고 댓글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드러낸다. 또, 블로그나 SNS로 댓글을 다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보태고 싶은 욕구, 그럼으로서 자신이 우위에 서고 싶은 욕구를 충족한다. 이런 다양한 욕구들이 우리를 소셜미디어로 향하게 하는 동인인 것이다. 이 욕구를 잘 파악하고 적절히 다스린다면 우린 더욱 즐겁게 소셜미디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과거로부터 엄청나게 축적되어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P.23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은 탐욕이라는 번뇌가 크면 클수록 우리는 큰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빨리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는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또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하는지, 그것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신경쓰느라 자신의 목소리는 흘려듣고 만다. 이런 생각에서 떨어져 의식적으로 자신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춰 들어보면, 색다른 느낌이 들것이다. P. 39 ~ 40
만(慢)이란, 자신이 좋게 평가받고 싶다고 걱정하며 조바심 내는, 프라이드에 집착하는 탐욕이란 번뇌 중의 하나이다. (...) 자신의 주가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는 자기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다. P. 42
변명이 고질적인 습관이 된 이유는 그것이 주는 괴로운 자극에 마음이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P. 52
사람은 자신의 참 모습을 알게 되면 변한다.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말투를 바꾼다. 마음이 비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가짐을 바로 한다. P. 73
칭찬을 들으면 들뜨게 되고, 비난을 들으면 낙심하게 되는 패턴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P. 95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통해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져서' 행복하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인지 SNS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가 최근 몇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P. 123
불교에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을 '무참(無懺)'이라고 한다. 이때 참은 '부끄러움'이란 의미이다. 재미없는 일에 흥미있는 척, 스스로의 행동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도 마음이 스스로를 속이는 무참에 해당된다. P. 124
다른 삶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든가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다는 번뇌는 구하면 구할수록 커지고, 마음을 비뚤어지게 한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그런 번뇌로 인해 마음이 피곤한 상태는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이 지쳐있을 때에는 인터넷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P. 127~128
현대인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는 인터넷이다. 꼭 인터넷을 써야할 경우가 아니라면, 인터넷 연결선을 빼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이 기억해내면, 여러가지 웹사이드나 블로그에 관한 생각들이 들끓게 돼 일에 대한 집중력을 방해한다. 좀 귀찮더라도 필요할 때에만 인터넷에 연결선을 꼽는 버릇을 들여 보자. P. 154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 마음도 편해진다. P. 161
무분별하게 소유하는 물질을 늘려 가면, 반드시 인격도 나빠진다. P. 162
불교에서는, 이런 '싫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생활은 더욱 충실해지고,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본다. P. 180
사람은 누구든 그 내면 속에 상대를 이기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는 충동이 잠재되어 있다. 우리는 내 의견은 옳고 틀리지 않다고 믿으며, 상대의 의견을 보충하고 싶어하는 견(見)의 욕망에 지배당하기 쉽다. P. 189
사람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늘 영향을 받으므로 누구를 사귀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P.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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