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들리는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네덜란드 사진 작가의 애드 반 데르 엘스켄(Ed van der Elsken) 사진집을 덜컥 주문했다. 처음엔 표지의 열정적인 키스 장면에 현혹되었다고도 볼수 있지만 박찬욱 감독의 비주얼을 좋아하는지라 그가 어떤 사진집을 좋아하는지도 사실 궁금했다.
보통의 사진집이라면 아주 두껍고 좋은 종이로 가격이 엄청 높은게 많은데 열화당의 문고판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에 두껍지도 않고 휴대하면서 사진을 감상하기에 아주 그만이라 맘에 든다. 실제로 나는 이 사진집을 토요일 주말 아이와 공원 놀이터에 가서 부드러운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보았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세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치면서 그로부터 얻은 영감으로 영화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가 탐닉한 주제는 신체의 아름다움과 에로틱한 분위기, 섬세함과 강인함을 좋아한다. 20세기 네덜란드 사진계의 독보적인 인물로 이차대전 말에는 독일 점령기에 일어난 일을 비밀리에 기록하는 사진가 집단이기도 했다. 1987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데르 엘스켄은 자신이 사진 찍는 방법이 사냥과 비슷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멀리 있는 사냥감을 점찍은 후 망원 렌즈나 줌 렌즈로 천천히 따라가다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마지막으로 광각으로 포착한다고 했다.
그의 사진은 인간의 실존이라는 엄청난 주제를 묘사하고 있고 "당신 자신을 보여 달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어쩜 저렇게 피사체들의 경계심을 모두 흐트러트린 멋진 사진을 찍었을까 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경계를 하기 마련인데 그의 사진에는 그런 기미가 전혀없다. 아주 자연스럽다. 마치 그 속에 녹아 있는 것처럼. 때론 관조자적 시선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무척 예민하고 섬세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유명 작가의 사진이라 이렇게 올리는 것이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팬으로서 올리는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아님 말구 ㅎㅎ 구글에서 그의 사진 더보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남아프리카 공화국, 1968 - 전형적인 관광객들의 태도에 대한 가벼운 조소. 의미는 분명하지만 접근 방식은 유머러스하다. 겉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법이 없고, 항상 미소로 이야기한다.
정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 에담, 네덜란드, 1971년경. 자유롭고 편안한 1970년대의 꿈 같은 이미지이다. 자연으로의 회귀, 자유, 사랑.
해변의 고기잡이, 애버딘, 시에라리온, 1959. 날치를 잡는 순간을 극도로 생동감있게, 거의 영화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푸르가의 카페 셰 무아노에 모인 친구들, 파리, 1953. 담배연기, 거울에 반사된 모습, 생동감있는 구성이 반 데르 엘스켄의 사진 소설에 나오는 카페 장면의 분위기를 결정짓고 있다.
|
미도리 블로그를 구독하시려면 여기를 클릭! ------->
'Life Journ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세컨드 카메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 (19) | 2009.07.14 |
---|---|
오후 네시의 평화 (8) | 2009.07.07 |
기적같은 순간, '매직 아워' (7) | 2009.06.13 |
[기획] 이야기가 있는 멋진 사진 블로그 소개 (6) | 2009.06.06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쇼핑 천국 (5) | 2009.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