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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2.0

오늘 아침 중앙일보 1면을 보고

by 미돌11 200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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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자 중앙일보 1면이 눈길을 끈다. 95년 4월 4일자를 그대로 1면으로 처리해 얼핏보면 신문이 잘못 나온 줄 알겠다. 중앙일보 전면광고인 셈. 아~ 불과 14년전인데 세로쓰기가 이렇게 어색할 수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가로쓰기 전환이 1995년 10월에 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일본 문화의 잔재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세로쓰기에 대한 집착은 미디어의 보수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95년 4월 4일자 중앙일보


중앙일보가 이런 충격 광고를 시도하는 이유는 3월 16일부터 판을 변형하기 때문이다. 신문이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인 베를리너판[각주:1]으로 바뀐다고 한다. 2008년 1월 일요판인 중앙SUNDAY부터 베를리너판으로 발행되었는데 우리 집에도 공짜로 배달되어오는걸 가끔 보면 개인적으로는 큰 신문보다 잡지처럼 작은게 편집도 이쁘고 읽기도 편하다. 어쩐지 신문같지 않은 느낌도 들지만 뭐 그것도 고정관념일테니...

르몽드·가디언·NYT·WSJ 등의 해외 유력지들도 베를리너스 판형을 사용하고 있고 종이도 아낄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요즘은 어디건 친환경 마케팅 -,.-) 어쨌든 지하철에서 양팔 벌려 신문을 좌악 펼쳐들고 옆 사람 불편주는 광경은 이제 사라지는 건가.

중앙일보가 95년에 인터넷뉴스 서비스인 Joins를 국내 최초로 출범했는데 98년에 가서야 기자 이메일을 공개한 것도 흥미롭다. 점점 기자의 책임성이 더욱 높아진만큼 쏟아지는 항의, 수정요청에 점점 머리가 아파지고 있다. 

언론사들이 속보팀을 신설할 정도로 온라인상의 뉴스 경쟁이 치열한데 신문 판형 변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아무리 온라인 뉴스 시대라도 해도 깊이있는 고급 정보는 인쇄를 통해 만난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광고 감소로 인한 경비 절감 차원도 크다. 판형은 줄이고 지면은 늘려 기사량은 늘린다는 전략.  

우스운 것은 판형 축소에 따라 광고 사이즈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주목도가 높다는 논리를 들어 기업에게는 광고비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대대적인 설명회와 방문 설득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의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기업의 광고를 먹고사는 언론사도 어렵지만 기업들도 당장 적자 경영에 후달리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호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최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뉴욕 타임즈가 1면 광고를 단행했고 세계 유력지들도 종이를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비롯한 많은 국내 신문사들도 끝없는 적자로 답이 안나오는 현실에서 아직도 인쇄신문에 목을 매고  이런 자구 노력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덧] 중앙일보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형 변경을 위해 일본제 새 윤전설비를 갖추기 위해 1500억원을 들였다고 한다. >> 참고 기사: 중앙일보의 사활적 ‘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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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세기 말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신문 크기가 가로 315㎜, 세로 470㎜. 베를리너판(berliner format)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것은 독일 북부 프로이센에서 발간되는 큰 사이즈의 신문과 라인 지방의 일반적인 크기에 차별을 두기 위해서라고 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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