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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Journey

방콕 최고의 스타일이 있는 거리, 랑수안 로드를 걷다

by 미돌11 201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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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최고의 스타일이 있는 거리, 랑수안 로드
랑수안 로드를 뚜벅뚜벅 산책하다 

방콕에서 여성이 혼자 가도 안전하면서 트렌디하고 세련된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내가 묵은 아에타스 룸피니(AETAS lumpini)호텔과 룸피니 역에서 5분 거리에 방콕 최고의 스타일리시한 거리인 '랑수안 로드(SOI LANGSUAN)'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외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패키지나 단체 여행을 오면 명동, 홍대, 대학로, 강남처럼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번화가보다는 개성있는 가게와 맛집이 많은 이태원 경리단길이나 신사동 세로수길 같은 한적한 곳으로 숨어든다. 이번 방콕 여행에서는 나도 누구나 다 찾는 명소보다는 여행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조용한 거리를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에서 계획에 없던 '랑수안 로드'를 찾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콕 여행을 하면서 나도 현지인처럼 거리를 한가롭게 걷고 싶었는데, 인도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랑수안 거리는 한국의 가로수길이라는 소문을 들은터라 한가롭게 걸을 겸 선글라스와 편안한 신발, 물 한 병을 준비해서 산책에 나섰다. 그곳에서 낯선 여행자가 되어 자유로움을 맛보고 싶었다.


  CANON 100D Lens 18~55mm


스타일리시한 방콕의 거리 탐방에 나서다  

방콕의 랏차람리 지역의 칫롬(Chit Lom)에서 룸피니 공원까지 약 1.2㎞(약 800미터)에 이르는 짧은 거리인 랑수안 로드는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한적한 주택 단지로 천천히 산책하며 쇼핑까지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찬 곳이 한국의 가로수길이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규모나 스타일 면에서 화려한 가로수 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니 과한 기대는 금물이다. 

여행 마지막 날, 호텔에서 체크을 아웃하고 짐을 맡긴 뒤 택시를 타고 랑수안 로드를 찾았을때는 막 11시를 넘긴 시간이라 매우 한산했다. 내가 묵은 아에테스 룸피니(AETAS lumpini) 호텔에서 5분 거리라 택시를 타면 50밧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돌아갈 때는 100밧부터 가격을 부르는 걸 흥정을 해서 80밧에 깎았다. BTS를 타고 온다면 칫롬역에서 내려 4번 출구에서 3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되기 때문에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룸피니 공원이 아직 시위대가 잔존하고 있어 약간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서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거의 막바지라 별다른 집회도 없어서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일방통행이라 택시에서 내려 르네상스 호텔을 지나 칫롬 역 방면에서 룸피니 공원 방면으로 난 도로를 따라 슬슬 걷기 시작했다. 태국에선 드물게 좌우로 깨끗한 통행로에 가로수도 예뻐서 사진을 찍으면서 맘 놓고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가로운 분위기에 주위로 카페나 맛집도 즐비해 커피 한 잔과 카메라를 들고 여유롭게 산책을 하자니 마음이 한층 평화로워진다. 걷기란 명상과 같아서 두 발이 분주히 움직일수록 마음이 편안하고 단단해지는 것 같다. 방콕의 어느 조용한 거리를 혼자 걷고 있자니 일상에서 사소하게 상처받은 마음이 여행지에서 치유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거리 초입에 위치한 포르티코(PORTRICO)에는 브런치 가게, 커피숍, 유기농 아이스크림 등 맛있는 가게들이 많아서 원스톱으로 데이트하기에 좋다. 

랑수안 로드의 명물, 옛 태국식 건물을 리모델리한 스타벅스에는 트렌디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반면에 길거리에는 반가운 옛날 재봉틀을 두고 수선을 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줄자를 목에 두른 아주머니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방콕 최고의 스타일이 있는 거리, 랑수안 로드

룸피니 공원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각종 튀김과 과일, 쌀국수 등 다양한 길거리 노점상들이 점점 늘어난다. 12시가 되자 점심 시간에 맞춰서 근처 직장인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길거리에 즐비한 포장마차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방콕에 근무하는 외국 주재원들이 모여사는 거주 지역으로 고급 아파트가 많아서인지 스타일시한 외모의 남녀들이 많이 보였다. 최근에는 고급 레스토랑. 레스토링, 스파, 마사지샵 등이 들어서면서 이곳이 방콕 최고의 스타일이 있는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노점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즉석에서 조리해 팔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나는 후라이팬에서 계란요리가 탄생 중~ 

부부로 보이는 이들은 수십가지의 꼬치 구이를 팔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꼬치가 있었구나...

태국에서는 반찬이나 음식을 이렇게 비닐 봉투에 담아서 가져가는 것을 '싸이퉁'이라고 한다. 



어지럽게 뒤엉킨 전기줄은 이곳이 방콕임을 일깨워준다. 길가에 가로수가 무성하게 우거져있어 걷다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 진다. 

방콕에서 짧은 거리를 오갈 때는 택시 대신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들의 모습. 

한국의 로또 같은걸 길거리에서 파는 상인도 보였다. 여행자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걷다가 배가 고파진 나도 국수를 한 그릇 먹어보기로 했다. 국물 있는 쌀국수 대신 오늘은 비빔 국수 격인 버미에 돼지고기와 만두, 야채를 토핑으로 얹은 국수를 선택했다. 온 가족이 장사를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이 포장마차에서 순박해 보이는 인상의 딸이 주방장을 맡고 있는 듯 했다.

 한참을 고르다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국수에 도전하기로 결정. 우리에게 익숙한 동남아의 국수는 역시 개운한 국물이 매력적인 쌀국수. 그러나 오늘 내가 선택한 이 사진 속 국수는 '국물이 없는' 국수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비빔 국수 격이랄까? 돼지고기와 야채를 토핑으로 얹은 버미 국수(egg noodle and wonton) 한 그릇 가격은 40밧. 한화로 겨우 1,500원에 지나지 않는 가격이다. 내 입맛에도 딱이라 몇 그릇이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나니 자연히 달달한 것이 당긴다. 디저트 삼아 길거리의 코코넛 떡을 먹어보기로 결정. 예쁘게 포장된 이것은 쫄깃한 떡의 식감에 달달한 코코넛의 맛이 더해져 풍미가 좋았다. 코코넛 떡을 먹으며 다시 산책에 나섰다. 

그렇게 길을 나서자 랑수안 거리 한가운데 있는 의상실과 함께 유러피안 & 타이 푸드의 홈메이드 스타일을 표방하는 '나인쓰 카페'는 브런치와 태국 음식으로 유명하다. 원래 여기를 가 보려고 온 것인데 예상치 않게 길거리 쌀국수를 먹는 바람에 패쓰! 식후 달달한 디저트 가게를 찾아 나선 내가 선택한 곳은 '크레페스&코(Crepes & Co.)로 나인쓰 카페 뒷편 골목 깊숙히 자리하고 있었다. 

Information

- 크레페스 & 코(Crepes & Co.)
 주소: 59/4 Lang Suan Soi 1 전화: 0-2652-0208~9 홈페이지: www.crepesnco.com 
 영업시간: 오전 9시~ 오후 11시 찾아가는 법 : BTS 칫롬역 4번 출구에서 랑수안 방향으로 도보 8분

- 나인쓰 카페(The Ninth Cafe)
 주소: 59/5 Lang Suan Soi 1 전화: 0-2255~7125~7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11시 찾아가는 법 : BTS 칫롬역 4번 출구에서 랑수안 방향으로 도보 10분

무성한 나무 사이로 나타난 하얀 2층집과 야외 나무 테이블은 다소 소박한 느낌이었는데, 내부로 들어서니 모던하고 세련된 실내가 나타나 다소 반전이었다. 크레페를 오랫만에 먹어 보았는데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드럽고 얇은 달걀 반죽 위에 토마토, 베이컨, 채소 등을 얹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얹기도 하는 크레페는 어떤 맛을 고르냐에 따라 디저트가 되기도 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곳은 방콕타임즈 우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어 더욱 입소문이 난 곳이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인듯 했다.  

크레페 가게를 나서자 마주보고 있는 마사지 & 네일 샵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위한 마지막 사치를 부려보고 싶어 페디큐어를 받기로 결정! 이번 여행에서 간만에 많이 걸어다니며 수고한 내 발에도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었다. 평소에는 바빠서 엄두도 못냈던 페디큐어까지 받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즐겁게 이 날의 산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곳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소소하게 상처를 받고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니 어쩐지 '평화로운 자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인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동네를 산책한 것으로 유명하다. 
삶이 지루하거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만났을 때 여행지에서 산책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분이 새로워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걷기만 해도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겟어바웃 위젯 

>> 취재 지원 : 이 글은 하나투어 겟어바웃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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