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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Journey

아이와 단 둘이 다녀온 도쿄 체험 여행

by 미돌11 201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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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비행기 밖으로 한 발 내디지자마 도쿄의 더위와 숨이 막힐듯한 습기가 확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헉'하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가뜩이나 출발 전주터 오래 걷기 힘들어 하는 8살 남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할 생각에 걱정이 한 가득. 

한국에서는 지하철이나 대중 교통을 별로 이용해 보지 않았고 가끔 택시나 타던 아들 녀석이 더운 날씨에 몇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혼자였다면 서너군데 일정은 거뜬히 소화했을 텐데 아이를 동반한 여행은 하루 두 곳의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빠듯했다. 

총 14개 노선의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쿄. (미리 공부를 안한 탓에) 노선을 파악하는데만 하루가 걸리고, 읽기 어려운 지하철 역명에 익숙해지는데 또 하루가 더 걸렸다. 여기저기 물으러 헤매고 다니는 엄마가 불안한지 아들은 처음에 지하철 타기를 무척 두려워했다. 물론 둘째 날부터는 익숙해졌지만 초행길에 길을 찾고 헤매고 다니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들의 짧고도 길었던 도쿄 2박 3일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이번 여행은 남들이 많이 찾는 신주쿠, 긴자 등의 대표적인 번화가보다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체험 공간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보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CANON 100D Lens 18~55mm, 40mm  


DAY 1. 이케부쿠로 & 시모키타자와 
나리타 공항 → 시내로 이동(특급 열차) → 메트로폴리탄 도쿄 호텔(이케부쿠로) → 점심(모스버거) → 시모키타자와 → 모리타워를 가려다 택시를 잘못타서 실패 →호텔로 귀가

DAY 2. 츠키지 시장 & 오다이바
호텔 조식 
→ 츠키지 시장 → 점심(스시덮밥) → 오다이바 (유리카모메) → 텍스도쿄 비치(세가 조이폴리스) → 다이버시티 건담 → 호텔로 귀가

DAY 3. 우에노 공원 & 스카이트리
호텔 조식 우에노 공원 內 국립과학 박물관 → 스카이트리 소라마치 (스미다 수족관) → 공항으로 이동(스카이라인)  


※ 도쿄 지하철 노선도 : 푸른색이 DAY 1, 오렌지색이 DAY 2, 그린이 DAY 3일정으로 내가 다닌 곳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됩니다.) 


DAY 1. 

14:00 제2의 도심 이케부쿠(池袋) 

세부(SEIBU), 토부(TOBU) 등 백화점이 모여 있고, 라멘가게, 전자제품 등을 만날 수 있는 이케부쿠로. 우리가 묵은 호텔 '메트로폴리탄'이 위치한 이 곳이 이번 여행의 근거지였다. 도쿄에 이어 제 2의 도심인 이곳을 매일 아침 일찍 나와 저녁에 돌아오다 보니 마치 고향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주혁군이 호텔 앞에서 찍어 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컷

가장 먼저 지하철 노선을 분석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였다. 도쿄는 총 14개 노선의 전철과 지하철(지상을 달리는 것은 전철, 지하를 달리는 것은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지만 노선마다 운영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환승할 때마다 티켓을 다시 끊거나 연결 구간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JR 전철을 이용할 때는 ‘1일 프리패스’를 구입하거나 하루 동안 무제한 이용하는 'JR 도구나이 파스'(都区内パス)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도쿄는 교통비가 비싼 편이라 택시나 버스보다는 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길도 막히지 않고 더욱 편리하다.

도쿄여행을 준비할 때는 도쿄 시내의 주요 지역을 순환하는 순환선인 JR 야마노테센 山手線)의 노선도만 알아도 핵심 지역은 모두 포함되어 있어 헤맬 일이 없다. 거기에 긴자센 정도만 보태면 완벽하다. 하루만에 나는 도쿄의 지하철에 완벽 적응했으니 언뜻 복잡해 보이더라도 걱정하지 마시길! 



17:00 젊은 예술인의 거리 시모키타자와(下北沢)

한국의 홍대처럼 저렴한 빈티지숍, 공연 공간, 개성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낭만의 거리 시모키타자와(下北沢)는 배두나의 '도쿄놀이'를 읽을 때부터 꼭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남들이 많이 찾는 신주쿠, 긴자 등의 일본 번화한 쇼핑타운과 달리 조금은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젊은이들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의 낭만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홍대처럼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시모키타자와의 주말 거리 풍경

▲ 개성있는 옷가게, 모자 가게들이 많아서 아이쇼핑 하기에도 그만이다.

시간이 많지 않아 골목길을 헤매다 길을 잃기도 하고 가이드북에 나온 유명 맛집은 찾지 못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라멘 가게에서 닭고기 국물로 우려낸 쯔케소바를 먹었는데 그 맛이 기대 이상이어서 무척 흡족했다. 일본에선 널린게 라멘 가게인데 웬만한 곳에 들어가서 보통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점이 놀랍다. 

역시 북적이는 도심보다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일본의 골목 탐방이 나는 더 좋다. 내가 강남역보다 홍대를 선호하는 이유와 같다. 물론 많이 걷느라 아들 녀석은 계속 투덜거리다 결국 마지막엔 울음을 터트려 당황하긴 했지만 말이다. 미안하다 아들아 ^^;; 

닭고기 육수에 쫄깃한 면발, 그 위에 가지, 단호박, 토마토, 김, 닭고기로 토핑을 얹은 쯔케소바



DAY 2.
11:00 활력 넘치는 츠키지 시장 체험 

매일 어마어마한 수산물들이 거래되는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 츠키지 시장. 1m가 넘는 참치를 분해하거나 경매하는 생동감 넘치는 츠키지 수산시장을 구경하려면 새벽 5시에는 도착해야 한다. 

아이를 동반하고 새벽 시장에 나선다는 것음 무리수가 따르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아침을 든든히 먹고 츠키지 시장으로 향했다. 

생선을 경매하고 도매하는 장내 시장과 소매와 맛집들이 있는 장외 시장으로 나눠지는데 장외시장은 외국인들이 견학하기 좋은 곳이라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요렇게 간지나는 생선 장수 아저씨들, 머릿수건 하나만으로도 참 포토제닉하다.

역시 시장 구경의 핵심은 길거리 음식. 계란 말이를 예술로 해내는 가게에선 어묵바처럼 꼬치에 끼워서 소스를 얹어 파는 100엔짜리 계란말이 바를 사먹었는데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맛도 약간 단맛과 그냥 단맛, 그리고 차가운 것, 따뜻한 것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두툼한 생선살로 뒤덮힌 덮밥이나 입에 살살 녹는 스시를 맛보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덮밥은 보통 1400엔~2000엔 정도이나 스시정식은 2000엔~3000엔까지 지불해야하니 큰 맘먹고 즐겨보시기 바란다. 

땡볕에 걷느라 지친 주혁군과 맛난 음식들


15:00 새롭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 오다이바(お台場) 

오다이바는 일본 정부에서 도쿄만을 메워 주거지역으로 사용하려고 계획했다가 새롭게 신개념 리조트 타운으로 계획된 곳이라고 한다. 최근 오픈한 대형 쇼핑몰과 방송국, 호텔, 박람회장이 모인 일본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변신하는데 성공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다이버 시티 전체를 운항하는 모노레일인 ‘유레카모메’ 원데이 패쓰(어른 800엔, 어린이 400엔)을 타고 한바퀴 돌다보면 하루 종일 구경할 만한 것으로 넘쳐난다. 

오다이버는 자유의 여신상과 도쿄 도심과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레인보우 브리지, 후지TV 스튜디오, 도시바 자동차 전시장인 메가 웹(MEGA WEB)과 더불어 오다이바의 최고 인기 데이트 코스다. 우리는 시간이 늦어 타지 못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유람선을 타보는 것도 좋겠다.(마지막 유람선이 6시 50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덱스 도쿄 비치(デックス東京ビーチ)건물(아일랜드 몰과 시 사이드 몰로 구성) 아일랜드 몰 3~5층에 세가(SEGA)에서 운영하는 게임 체험 공간인 조이플라자(JOY PLAZA)가 있다. 20여 종의 다양한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어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였다.

조이 플라자에서 신난 주혁군, 또 가잔다.

이 밖에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생긴 레고 체험공간인 레고랜드도 인기가 높아 사전 예매를 하지 않으면 당일 체험이 어려울 정도다. 예약을 하면 할인도 되고 아이들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홈페이지를 참고 바란다.  http://eplus.jp/sys/web/s/ldc-tokyo/index.html

후덥지근한 한여름 날씨였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오다이바 해변 공원에 앉아 노을이 지는 레인보우 브릿지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있노라니 더위도 싹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인들도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연인끼리 저마다 돗자리를 깔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떼를 이룬 젊은이들은 서로 물에 빠뜨리는 장난을 하며 젊음을 발산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변 공원에 앉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노을과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우리가 마치 미래 도시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노을이 아름다운 해변 공원과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


다이버시티 도쿄플라자 남쪽광장에 위치한 18m 크기의 건담도 세계적인 명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낮보다는 조명이 켜진 밤에 더욱 그 위용이 돋보이는 건담을 보러 일부러 시간 맞춰 다이버 시티를 찾는 사람도 많았다. 실물 크기로 섬세하게 재현된 건담 뒤로는 건담의 명장면을 상영하고 있었고, 앞쪽의 기념품 코너에서는 작은 미니어쳐를 구입할 수 있었다.

불이 켜진 건담의 모습이 장관이다. 심지어 목을 돌리거나 입에서 연기가 나기도 한다.

 

DAY 3. 
11:00 우에노 공원(上野公園) & 국립과학박물관

일본 최초의 공원이자 도쿄의 공원 중 가장 넓은 규모인 우에노 공원은 봄이면 벚꽃으로 여름에는 풍요로운 신록으로 가득 차 도쿄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천 서울대공원, 국립 현대 미술관, 국립과천 과학관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도쿄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국립서양미술관, 과학박물관 등 중요 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모두 모여있다. 

우에노역은 긴자라인, 케이큐라인(京急線), 히비야 라인이 모두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

일본 최초의 동물원인 우에노 동물원과 각종 절, 신사, 맛집 등이 많아서 도쿄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팟 중 하나다. 아이가 우에노 동물원의 판다를 꼭 보고 싶어했지만, 내리쬐는 뙤약볕에 항복해 시원한 실내인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자연과 동식물 관람에 만족해야만 했다. 

9월부터 미켈란젤로 전이 열리는 것을 예고하는 국립 서양 미술관의 모습


도쿄 국립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은 크게 지구관과 일본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자연과 동식물 관람에 만족해야만 했다. 마침 여름방학을 맞아 특별 전시인 '해양 생물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입장에만 1시간 이상 땡볕아래 대기할 수가 없어 티켓을 끊고도 포기할 수 밖에 없어 무척 아쉬웠다. 

  • 개관시간: 9:00~ 17:00(금요일은 20시까지), 입장료 일반 600엔, 소인 무료 


14:00 도쿄 스카이트리 & 쓰미다 수족관 

도쿄 스미다 구(墨田区)의 도쿄 스카이 트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전파탑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곳이다. 2008년 7월 착공, 2012년 5월 말 개장한 이 곳은 일본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으로 보통 3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비로소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장 매표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는 ‘당일권 구입 정리권’을 사면 원하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는데 남는 시간에는 스미다 수족관과 소라마치 쇼핑몰을 둘러보면 된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 스카이트리는 포기하고 스미다 수족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5층과 6층을 연결하는 50미터의 높이의 대형 수조는 '도쿄만'와 '이즈 제도'로부터 오가사와라 제도까지 총칭하는 <도쿄 제도>의 생명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작은 바다거북, 대형 뱀장어, 가오리, 상어 등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대수조를 보고 있으면 웅장한 자연의 신비로움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환상적인 조명과 어우려져 멋진 분위기를 내는 대수조에 아이와 나는 마음을 빼앗겼다. 

스미다 수족관은 펭귄과 물개들의 수영으로 인기가 높은데, 개인적으로 환상적인 해파리, 화려한 산호초, ‘도쿄제도’ 바다를 재현한 ‘도쿄 대수조’의 장관을 더욱 잊을 수 없다. 

짧고도 길었던 우리의 도쿄 여행은 많은 아쉬움과 사건사고를 남기며 끝이 났다.


이번 여행에서 길 헤매고 가방 맡긴 코인로커 영수증 잃어버리고 비행기까지 놓쳐 당황하는 엄마와 달리 침착하게 잘 지내 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녀석이 곁에 있어 줘서 내게 오히려 든든하고 힘이 되었다. 다음에 또 엄마가 여행 가자면 따라나서 줄까? ^^;;  

엄마를 따라 나서 한여름에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하기까지 하며 고생을 한 아들 녀석은 여행을 통해 한 뼘은 더 자란 듯하다. 여행 중에 혼자서 화장실 뒷처리를 하고 비행기의 헤드폰도 쓰고 나서 척척 정리하고, 음료수 병도 혼자 따먹었다. 혼자 자라 어리광쟁이로만 알았던 아들 녀석은 힘들어 우는 엄마도 위로하고, 아빠가 보고 싶어도 울지 않고 참고, 혼자 세수하고 샤워하고, 무거운 케리어도 끌며 엄마를 도와주었다. 

무엇보다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들이 엄마하고 조금 더 가까워졌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도쿄 여행의 기회를 주신 일본 관광청에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겟어바웃 트레블 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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