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마트한 광고주들은 신상품의 출시를 알리기 위해 비싼 광고를 특정 매체에 싣는 것보다 충실한 팔로워들의 RT나 다정한 페이스북 친구들의 LIKE를 훨씬 더 선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확실히 소셜 열풍으로 휩싸여있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확연히 보이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바로 소셜 네트워크가 가져온 혁명적인 변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26세에 기업가치 58조, 가입자 5억명을 가진 세계 최고 갑부,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페이스북이란 걸 도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서비스를 고안해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였다. 내가 만일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더라면 볼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영화속 주인공인 제시 아이센버그(오른쪽)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http://www.facebook.com/markzuckerberg)에 나와 있는 기본정보(openness, making things that help people connect and share what's important to them, revolutions, information flow, minimalism)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심지어 눈이 오는 겨울에도 맨발에 반바지에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터틀넥 티셔츠나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는 기행(?)은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보여진다. 머릿속의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내느라 말을 엄청 빨리 하는 것도 실제의 마크와 비슷하다. 그러나 영화 상에서 여자친구와의 실연으로 홧김에 만들었다는 여학생 외모 투표 사이트인 '페이스매시'의 이야기와 달리 그는 연인 프리실라 챈과 아직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만들었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많은 부분 양념이 더해졌다.
'몇명의 적도 만들지 않고서 5억명의 친구를 가질 수는 없다'
'소셜네트워크'는 그 거대한 사업의 시작이 유치한 복수심에서 발화되었음을 주목하고 있다.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후, 그녀가 어디서든 자신의 상태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은 엄청난 아이디어가 되어 사업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온라인 친구가 늘어가고, 그 네트워크가 하버드를 넘어 스탠포드로, 5대양 6대륙으로 확장되는 것과 반대로, 숀 패닝의 등장으로 공동창립자이자 투자자였던 유일한 친구였던 왈도(앤드류 가필드)와 등을 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패닝(극중 숀 파커)을 만나 많은 펀딩을 받으면서 '페이스북'은 전세계 5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회사로 거듭났다. 한편,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건 윙클보스 형제와 초기 투자 멤버(CFG)였던 친구에게 소송을 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영화는 이 소송과정에서 3명의 주인공들의 플래시백 형태로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진행된다.
재밌는 일화 중 하나는 하버드를 중퇴한 두 천재로 불리는 마크와 빌 게이츠가 만나는 장면이 있다는 것. 마크가 빌 게이츠의 강연을 무척 집중해서 듣는 장면이 등장해 흥미롭다.
'자유로워야 한다, 단순해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
영화 초반에 하버드생 간의 폐쇄적인 ‘하버드 커넥션’을 제안했던 윙클보스 형제와 반대로 그는 하버드생 전체가 친구가 되어 공유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두 달 만에 스탠퍼드, 예일, 컬럼비아 대학생까지 아우르면서 약 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히트 사이트로 성장했다. 소셜의 놀라운 '힘'이다.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광고를 달자는 제안에 대해서 '쿨하지 못하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친구’를 맺은 사람과는 그의 친구의 친구까지 네트워킹할 수 있는 관용을 베풀고 같은 취향을 공유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구 맺기 신청을 거절할 수 있는 배타적인 곳. 이런 쿨한 철학이 현실에서 받은 상처를 페이스북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그들 모두는 믿는다. 그는 윙클보스 형제에게 말한다. "너네 사이트는 후졌어. 우리 사이트가 더 쿨하고 더 아름다워."마크 저커버그는 동시대 인간의 공통적인 욕망을 꿰뚫어본 천재인가,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쳐 조금 더 빠르게 발전시킨 사기꾼에 불과한가 아니면 사적 감정이 우연히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진 억세게 운 좋은 애송이일 뿐인가?
- 출처 씨네 21
인터넷의 대화는 사라지지 않아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의 소셜 라이프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봤다. 나는 매일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족적을 남기고 있는가.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면서, 과시하기 위해서 혹은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사진과 글과 영상을 남긴다. 싸이월드의 사진첩,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각종 게시판 등등등. 내가 만약 죽기전에 세상에서 내존재를 삭제하려면 이 모든 계정을 삭제하고 폐기처분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 둥둥 떠다니게 될 것이다. 으..조금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Cultur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 배우 장동건을 만나다 (7) | 2011.01.27 |
---|---|
죽을 각오로 덤비는 하드 보일드 영화 '황해'를 보고 (4) | 2010.12.30 |
실망은 없다! 현실보다 더 생생한 영화, '부당거래' (2) | 2010.11.15 |
한강 야경을 즐기려면 잠원 지구에 가자! (1) | 2010.09.20 |
타임스퀘어에서 가족 모임을 하신다면 오리옥스! (4) | 2010.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