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게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이끈다는 이 21세기에 왜 필름 카메라를 고수하느냐는 질문에 뭐라 딱 한마디로 대꾸하기란 쉽지 않다. 필름 카메라는 천천히 생각하고 한장 한장 구도를 잡아 찍는 맛이 있어 풍경, 여행사진이나 표정이 드러나는 인물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난 디카는 이상하게도 음식 사진처럼 접사나 찍게 되고 통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디카의 차가운 느낌보다 필카의 따뜻함이 더 끌리는 이유다. 현장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는 필카의 기지감은 아직 디카가 그 내공을 따라왔다고 보기 어렵다. 렌즈의 종류, 필름의 감도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사진기의 철컥하는 묵직한 느낌, 필름을 현상하고 기다리는 설레임, 사진을 기다릴 때의 그 떨리는 마음, 단 한장의 멋진 사진을 통한 짜릿한 흥분도 좋다.
필름 카메라는 단번에 사용할 수 있는 디카와 달리 손에 익혀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우리네 인간 관계처럼. 쉽게 친해지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익숙해지고 나면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가 된다.
필름에 대한 몇 가지 상식 & 미도리의 추천 필름
(아래 사진은 필름에 따른 입자 확인을 위해 반드시 크게 보기를 클릭해보기 바란다.)
Fuji Reala 100
Kodak Portra 160NC
어느 취미나 마찬가지겠지만 좀 성의를 갖고 제대로 배워보려면 필요한 것도 많고, 거기에 소용되는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희열도 크다. 사진에서 필름은 카메라만큼이나 결과물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필름의 종류에 따라 사진의 이미지나 느낌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의도와 주제에 맞는 필름을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도 이런 유용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결국에는 필름 판매 사이트의 구매 후기를 참고하게 된다.
멋진 풍경을 만났을 때는 풍경의 색이나 디테일을 살려주는 필름을 써야 하고, 사랑하는 아기의 사진을 찍을 때는 최대한 피부색을 예쁘게 재현해주는 필름을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매우 미세한 차이가 사진의 만족도를 좌우하게 되므로 필름을 고르는 일에도 신중할 수 밖에 없고 그 사람의 취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수 년간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해오면서 내 나름대로 선정한 추천 필름을 공개한다. 대표적인 제조사인 후지, 코닥, 아그파의 필름 포장지를 보라. 그 컬러가 그 필름이 가장 잘 살릴수 있는 색이다. 그래서 나는 후지는 풍경을, 코닥은 인물을, 아그파는 로모에 사용한다. 우하하~
컬러 슬라이드 필름
풍경 사진은 단연 발색과 입자가 우수한 슬라이드 필름이 좋다. 풍경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디테일을 얼마나 샤프하고 정밀하게 원색에 가까이 재현해 내는가가 관건이 된다. 인물사진은 피부색을 얼마나 곱고 리얼하게 재현해 내는가가 관건이므로 자연스러운 네가필름이 오히려 유리하다.
Fuji Velvia ₩11,200
후지는 포장지에서 느껴지듯이 싱그러운 녹색의 재현력이 아주 우수하다. 녹색인 지구를 기록하는데 제일 적합한 필름. 봄의 파릇파릇한 신록이나 여름의 무성한 숲 등 녹색을 탁월한 입자로 재현해 낸다. 후지 포장지가 녹색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를 위한 슬라이드 필름으로 농도가 깊고 선예도가 좋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라는 평도 있다. 감도 50으로 여행에 하나쯤 챙겨가면 후회하지 않을 정도.
슬라이드는 발색이 진하며 입자가 곱기 때문에 디테일을 잘살리고 사실적인 묘사에 능하지만,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농도짙은 색상은 오히려 부드럽고 섬세한 묘사를 요구하는 인물사진에는 흠이 될수도 있다.
Fuji Provia 100 ₩9,500
인물이나 풍경이나 전천후로 쓸 수 있는 슬라이드 필름으로 들 수 있는 것이 Fuji Provia가 아닌가 한다.
화사하고 발랄한 발색과 상당히 우수한 해상력, 그리고 감도 100에서 400, 1600까지의 다양한 선택범위는 촬영 대상이 무엇이건 기대 이상으로 촬영자를 만족시켜주는 것 같다.
감도 1600은 사용해 보지 못했으나 감도 100과 400은 대단히 활용도도 높고 어떤 사진에서도 훌륭한 결과를 보장해 주는, 한마디로 손이 자주 가는 필름이다.
컬러 네가티브 필름
Fuji Reala 100 ₩4,300
중감도에 피부색의 재현력이 아주 탁월한 필름이다. Kodak이 다소 노릇하다면 Fuji는 상대적으로 발색특성이 다소 중성적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동양인의 피부색에는 후지가 훨씬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부색이 다소 하얗게 또는 약간 밝은 톤으로 재현된다. 그리고 입자도 참 곱고 부드럽다. 일상 사진을 촬영할 때 무난하고 좋다. 가격도 Kodak Portra에 비해 부담이 적어서 내가 가장 만만하게 사용하는 필름이다.
Fuji 400H ₩5,900
400의 감도에도 100과 비길만한 고운 입자를 자랑하는 인물 전용 필름으로 중간색 표현에서 최고의 색조를 자랑한다. Fuji 400NPS이 단종되고 후속으로 인상 사진에 알맞는 부드럽고 산뜻한 피부톤과 디테일 묘사로 인물사진에 적합하다. 배두나가 즐겨 사용하는 필름이다. 좀 비싼것이 흠이다.
Kodak 컬러네거티브 포트라 160VC / 160NC ₩5,000
코닥 포트라 시리즈는 최고급 전문가용 컬러 네가티브 필름으로 최고의 선예도와 색표현력으로 살아있는 듯한 색감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색감까지 매우 일관성있는 사진을 재현한다. 이름처럼 인물 사진에 최적이라고 하여 주혁군이 태어나고부터 아기 사진에는 주로 이 녀석을 쓴다. VC(Vivid Color) 필름은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색감을, NC(Natural Color) 필름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준다. 인물 피부톤 재현이 어느 필름보다 우수하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줘 과연 코닥답다고 말할 정도. 비용 부담만 없다면 이녀석만 사용하고 싶을 만큼 화사하고 선명하여 단연 최고! 열광적 반응을 여기서 확인해보시길(클릭!)
나는 주로 로모에는 Agfa100이나 Huji Realra 100을 물리고 콘탁스g2에는 kodak 포트라100을 사용한다. 똑딱이에 비싼 필름을 사용해 봤자 돼지 목에 진주이고 돈 들인만큼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필름 구매처
필름나라 http://www.filmnara.co.kr/
필름공구 http://www.film09.com/
& 이 포스팅은 최근 똑딱이 카메라를 입양하고 필름카메라의 세계로 입문한 바다안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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