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에 새로생긴 쌀국수 집 에머이에 1주일에 세번이나 다녀왔다. 여의도에 현지식에 가까운 베트남 쌀국수 가게가 드문데 반가운 소식이다. 보통 쌀국수 체인점은 육수가 천편일률적이고 건면으로 조리하는 호치민 스타일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색다른 북부 하노이식이란다.
분위기도 독특하다. 프랑스 '연인'에서 나오는 베트남 속 프랑스의 느낌이 난달까. 이곳이 인스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도 맛과 분위기 모두 잡은 덕분이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벽돌건물과 베트남 특유의 빈티지한 컬러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로 마치 하노이의 쌀국수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여의도점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인데도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이다. 그나마 테이블이 많고 회전율이 빨라 20분 정도 기다리면 입성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 식당을 연상하게 만드는 작은 식탁과 베트남에서 공수해온 빨간색ㆍ파란색 꽃 그림을 그려 넣은 도기 그릇들이 예뻐 여자들이 찍은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역시 맛도 중요하지만 SNS 입소문을 타려면 사진을 잘 받는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쁘다.
이 집의 비기는 당일 생산하는 생면이다. 여기에 진한 육수에 강한 허브향을 가미하고 숙주를 넣지 않고 양파만 살짝 넣어 담백한 맛이 난다.여기에 기호에 따라 고수, 마늘절임과 베트남 고추, 라임을 넣어 먹는다. 베트남 전통의 맛을 내기 위해 하노이 인근 남딘에서 3대째 운영해온 쌀국수 집의 계승자를 삼고초려 끝에 서울에 데려왔다고 한다. 현지에서 공수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매장에서 육수를 끓이고 생면을 직접 만든다니 입소문이 날만하다. 역시 맛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메뉴는 생각보다 단촐했다. 쌀국수는 면은 넙적한 것 한 종류인데 차돌, 불고기, 생고기 등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고기도 두툼하니 푸짐하게 들어가 있는데 가격은 9천원.
베트남식 비빔국수인 분짜, 볶음밥, 롤만두 등이 있고, 특히 주 메뉴의 가격을 7천원~8천원 대로 서너명이 가면 사이드로 시켜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 밖에 모닝글로리 볶음과 볶음밥이 메뉴의 전부다.
이집의 특색 있는 메뉴라면 베트남식 비빔국수인 분짜는 생면과 숯불에 구운 완자와 삼겹살, 그리고 롤 만두를 새콤한 소스와 함께 먹으면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로 인기다. 소스가 따뜻하니 독특한 느낌이다. 쌀국수 위에 올라간 갓튀긴 따끈한 롤만두가 맛있다.
불맛이 느껴지는 고슬고슬하면서도 촉촉한 베트남식 볶음밥은 특히 울 아들이 칭찬한 메뉴이다. 알량미를 써서 찰기가 전혀 없는 밥에 노란색의 향료에 통통한 새우와 아삭한 오이를 씹는 맛도 일품이다.
베트남 현지 식재료를 공수해 만들어낸 야채볶음, 그리고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고기와 채소를 가득 넣은 베트남식 롤만두인 넴도 하나같이 맛있다.
여의도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 해장에도 좋고 여성들도 좋아하는 쌀국수 맛집이 생겨 더없이 반갑다.
가게 구석구석 베트남 사진과 포스터가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나도 베트남 여행갔을 때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쌀국수맛이 다시 기억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의 음식은 베트남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깔끔하다. 연인이나 친한 친구, 비즈니스 미팅을 여기서 한다면 한결 가까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10여명의 수용되는 작은 칸막이 룸이 2개 있음)
종로 1호점, 가로수길 2호점을 비롯해 전국에 20개 가맹점을 확장하며 승승가도를 달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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