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부르는 '춘천가는 기차'는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건조해진 마음을 촉촉하게 해 주는 마법 같은 주문과 같다. 경춘선 열차를 타고 대성리-청평-가평-강촌-춘천으로 연결되는 기차 여행이 20대의 로망이었는데 요즘은 ITX 춘천선의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 강촌은 서울에서 1시간 30분 정도 경춘 고속도로를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강원도이지만 경기권처럼 가까워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올 봄에는 기차가 아닌 자동차로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가족 여행의 설레임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1박 2일 가평 - 강촌 여행 후기를 정리해 본다.
자유롭고 순수한 강촌의 매력
강촌은 세련되게 정돈되지 않았지만 뭔가 자유분방한 느낌, 그게 매력이다. 강촌에서는 가족단위로 낮에는 사륜바이크를 타고 거칠게 거리 곳곳을 활보하고, 저녁에는 작은 놀이공원 ‘강촌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영화 <편지>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유명한 옛 강촌역은 레일파크 역으로 변신하면서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 우리도 얼마전 강촌역에서 김유정역까지 레일바이크를 타고 달려본 적이 있다.
강촌까지 한달음에 달려 우리가 이번에 도전한 것은 사륜오토바이(사발이) 타기! 경칩이 지났지만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의 변덕스러운 날씨.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여행을 간 주말에는 황사도 없이 활짝 개어 야외 놀이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아빠는 아이의 강한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1시간 가량 울퉁불퉁한 강변길을 달리고 나서는 녹초가 되어 버렸다. 평지가 아닌 전용 사륜코스를 안전장비없이 달리다보니 저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진흙탕 물도 튀는 바람에 바지와 신발이 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눈에는 흙먼지가 들어가 결막염 등 안질환에 걸릴 수 있으니 미리 안경을 준비하거나 운동화에 편한 옷을 꼭 갖추고 타시길~
아무튼, 아이는 오랫만의 바깥 활동에 신이 나서 한바퀴 돌고 녹초가 된 아빠를 졸라 또 한 바퀴를 더 돌고 나서야 사발이 투어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빠는 안전모를 쓴 모양이 흡사 독일군 장교 포스 ㅋㅋ
1시간 사발이 투어를 마친 후 옆 가게로 이동해 참숯닭갈비 바로 흡입. 주인아저씨의 말로는 볶는거 말고 이렇게 숯불에 굽는 방식이 정통 춘천 닭갈비라고 50년 전통의 자부심을 드러내신다. 역시 숯의 향이 바로 배어 직화구이 닭갈비 맛이 어마어마했다. 대만족! 춘천 닭갈비의 원조는 숯불 구이라고 소문내고 다녀야지~
● 강촌 엘리시안 리조트
우리가 묵은 숙소는 강촌 엘리시안 리조트. 행정구역상 춘천에 가까운 곳이지만 전철을 타고 갈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매력이다. ITX를 이용할 경우 용산역에서 약 1시간이면 백양리역에 도착한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 엘리시안 강촌이 위치한 백양리역에 내린 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스키 시즌이 끝나 제법 한가했지만,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나 단체 세미나를 온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강촌 리조트는 경사도 5도 수준의 아주 완만한 초급자 코스부터 경사도 30도 수준의 상급자 코스까지, 총 10면의 슬로프를 갖췄다. 초급자 코스와 눈썰매장 시설을 잘 갖춰 초급자와 가족 동반 이용객이 많고, 대중교통과 무료 셔틀버스 이용이 편리해 젊은 층도 많이 찾는 곳이다.
회사에서 복리후생으로 제공하는 리조트에 별 기대없이 신청했다가 덜컥 당첨이 되어서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지만, 봄 기운을 완연히 느낄 수 있어 시기적으로 멋진 날씨와 맞물려 무척 만족스러운 봄 여행이었다.
* 엘리시안 강촌리조트 : 춘천시 남산면 북한강변길 688 / 033-260-2000
* 이른 아침 산책코스를 한바퀴 돌며 여유 만끽.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호수의 물도 구경하고 벤치에 앉아 책도 보고 여유로운 시간이 좋았다.
객실 내부 전경. 우리가 묵은 패밀리 룸은 방 2개와 거실 1개, 부엌, 욕실 1개 포함해 30여평 남짓되는 규모였다. LG계열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대형 옥외광고판에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이 가득가득 ㅋㅋ
● 제이드 가든
제이드가든은 행정구역상 춘천시에, 지리적으로는 가평군에서 가까운 수목원으로 약 16만 3,500㎡의 면적에 2,662종의 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지난 2011년에 문을 연 제이드가든은 북한강변을 따라 경강역을 지나면 나타나는 유럽풍의 건물이 정문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전원 풍경을 연상시키는 담갈색 벽돌집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눈 내린 겨울이 배경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영국식 보더 가든이 펼쳐지면서 본격적인 수목원 산책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눈앞에 보이는 정도의 작은 규모라고 생각했는데 정상의 스카이 가든까지는 800m, 약 40분 거리의 만만치 않은 산책로가 펼쳐진다.
제이드가든에는 3개의 산책로가 있다. 곧장 직진하면 꽃물결원 쪽으로는 나무내음길이 있고, 왼쪽은 이탈리안 가든이 수로를 가운데 두고 잔디밭과 화단으로 꾸며져있다. 오른쪽 피크닉 가든은 한적하게 거닐기 좋은 길이다. 이미 신혼부부들이 때이른 야외 웨딩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저럴때가 참 좋았는데 말이지 후훗...우린 벌써 결혼 13년차의 베테랑 부부가 되었구나. 제이드가든에서는 야외 결혼식도 할 수 있으니 관심있다면 5월의 신부가 되어보는것도 좋겠다.
아이가 좋아한 흔들다리. 이젠 제법 겁없이 풀쩍풀쩍 뛰어 엄마를 놀라게 하는 녀석이다. 다 컸구나..
세 길은 그 사이사이로 다채로운 테마 정원들을 공유하며 열린다.
나무내음길과 단풍나무길 사이에는 고산온실이 자리해 있다. 비닐하우스 같은 디자인의 이 곳은 알프스와 히말라야, 백두산 등지에 사는 고산식물을 식재한 온실이다. 실제 드라마에 나온 엄마의 온실 내부 장면은 이곳이 아니라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고산 식물들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시시해 보이는 풀들과 꽃들이 있다.
가운데 쯤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고, 정상에도 커피와 음료를 파는 휴게소 겸 카페가 있는데 따뜻한 차 한잔과 간단한 핫도그샌드위치도 맛볼 수 있다.
제이드가든수목원 / 수목원,식물원
- 주소
-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418번지
- 전화
- 033-260-8300
- 설명
- 숲속으로 산책을하는것처럼 조용히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의향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예쁜...
* 제이드가든 홈페이지: www.jadegarden.kr
● 가평의 명소 '쁘띠 프랑스'
쁘띠프랑스에서 이름처럼 ‘작은 프랑스’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베토벤 바이러스>, <시크릿 가든>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생텍쥐페리 기념관, 프랑스 전통 주택 전시관, 오르골 하우스, 유럽 인형의 집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찾는 사람이 많았다.
아들 녀석이 <러닝맨>에 나온 곳이라며 가보고 싶어해서 오긴 했지만, 역시나 인공적인 연출로 가득한 곳은 나에겐 그닥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야외 극장에서 공연한 꼭두각시 인형의 댄스가 볼 만했고, 중국 등 해외 관광객들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사람이 많은 것이 좀 불편했다.
오르골 박물관이나 앤티크 작품을 파는 곳이 있고, 입장시 500원을 주면 무명 천을 주는데 쁘띠 프랑스 내 10곳 중 5곳의 스탬프를 찍어오면 엽서 2장을 주는 것이 유일한 이벤트이다.
야외 극장에서는 마임, 인형극, 마리오네트, 오르골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곁들여져 특별한 매력을 더한다. 인형극에 대한 호응이 폭발적이다.
분수광장에서는 분수와 함께 간식을 파는 카페테리아와 (생뚱맞게)비욘드 화장품 가게와 악세서리 가게 등이 자리하고 있어 휴식공간으로 북적인다.
이 마을의 주인공인 어린왕자에 대해 소개하는 생떽쥐베리의 기념관에는 생떽쥐베리의 일생과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볼만했다.
갤러리 '꼬뜨다쥐르'에서는 '말테즈'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으니 잠시 들러봐도 좋겠다.
드라마 촬영지인 '강마에 하우스'에서 악보를 보는 포즈를 취하는 아이. 요즘은 나의 촬영요구에 곧잘 응해준다.
프랑스전통주택전시관에서는 150년전 프랑스의 고택을 그대로 옮겨와 소개하고 있다. 섬세하고 그림을 그린 접시와 고풍스런 가구들이 인상적이다.
영원한 나의 어린왕자님 ^^
쁘띠프랑스 / -
- 주소
-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616번지
- 전화
- 031-584-8200
- 설명
- 프랑스의 평화로운 전원마을을 옮겨놓은듯한 이곳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로 ...
* 홈페이지 : www.pf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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