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담벼락에 주말이면 빼곡하게 들어차는 단풍놀이 사진에 마음이 절로 급해진다. 벌써 11월인데 주말에 가을 나들이를 다녀오지 못했다는 조급한 마음에 남편을 들들 볶아 가까운 춘천에 억지 춘향이 꼴로 다녀왔다.
춘천은 서울에서 불과 2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어 주말 당일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그밖에 소설가 이외수 씨가 사는 곳,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가 생각나는 곳, 우리 부부 초기 밀당 데이트 시절에 의암호에서 오리배를 탔던 곳으로 기억된다. 그때 이후 결혼 십년이 지나 아들이 태어난 후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휴가철이면 강원도나 제주도 혹은 해외로 다니기 바빠서 정작 이렇게 지척에 두고 가보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추억 여행을 떠나오기로 했다. 가는 길에 엉뚱하게 강촌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느라 오리배는 결국 타지 못했지만. ㅠ
20대의 추억을 떠올리는 대성리, 가평, 청평을 지나 마지막 도착하는 종착역이 춘천이다. 김현철의 노래 속 <춘천 가는 기차>인 옛 경춘선 열차는 사라지고, 최근 준고속 열차에 2층 좌석까지 갖춘 ‘ITX-청춘’ 열차가 생겨서 그걸 타고 가을 낭만을 만끽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냥 자동차로 고고~!
호반의 도시 의암호
춘천은 흔히 호반의 도시라고 불려 진다. 이는 춘천이 의암댐, 춘천댐, 소양댐과 그로 인해 생긴 각각의 호수, 그리고 북한강 상류의 물줄기인 모진강, 소양강 등으로 단일 시 지역으로는 국내에서 내수면적 최대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특히 의암호는 시내 중심에 인접해 새벽녘이면 수시로 물안개를 피워 올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춘천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즐겨 찾는 곳인 소양댐, 강촌에다가 "춘천 비경 8선"으로 꼽을 정도로 절경인 의암호를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전날 비가 내려 바닥이 젖어 단풍과 함께 멋스러운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물은 보고 있기만 해도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찍어낸 듯 가짜 같은 단풍을 하나 들고~
강을 끼고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타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차를 갖고 다니면 못하는게 많은 것이 여행인것 같다. 다음엔 꼭 아들과 자전거 하이킹으로 다시 찾으리라!
색다른 가족 레저 체험, 강촌 레일바이크
강촌을 지나다 우연히 레일바이크를 타는 가족을 보고 주혁군이 필이 꽂혀 저걸 당장 타자고 조른다. 원래는 의암호에서 오리배를 탈 작정이었는데 계획 급변경. 그러나 발로 계속 페달을 밟아 인간동력으로 가는 레일바이크는 저질체력인 우리 가족에게는 약간 힘든 난관이었다.
레일바이크는 옛 강촌역과 김유정역 사이 약 8km 구간을 편도로 운행한다. 강촌역에서 출발해 김유정역까지 갈 수도 있고, 김유정역에서 출발해 강촌역으로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내리막길이 많아 더 스릴 있는 김유정역~강촌역 코스를 체험했다.
현 김유정 역은 한옥을 컨셉으로 신축되었고, 옛 김유정 역은 레일바이크로 관광지로 개발된듯.
강촌역과 김유정역 사이를 왕복하는 레일바이크 셔틀 버스. 매번 사람들로 꽉 찬다. 브레이크 작동법 등 간단한 사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2인승부터 차례대로 출발한다. 주의할 점은 앞차와 간격을 10m 이상 유지하는 것.
철로를 따라 달리면서 오른쪽의 강 풍경이 가을 정취를 배가시켜준다. 아직 11월초인데도 칼바람이 매서워 패달을 밟으며 투덜투덜거리긴 했지만 탁 트인 풍경은 가슴을 뻥 뚤리게 한다. 중간에 간이 휴게소도 있어 잠시 뻐근한 다리를 풀며 따끈한 어묵으로 추위를 달랠수 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어묵이 동나서 뜨끈한 코코아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다시 출발해서 달리다 보면 터널이 나온다. 강촌역~김유정역 코스에는 터널이 4개 있는데, 이중 가장 긴 터널을 지날 때면 팝스타들의 히트곡이 팡팡 울려 퍼지면서 화려한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터널은 앞으로도 3개가 더 등장하는데 터널마다 테마가 정해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추억의 경춘선 단선 철로를 따라 물을 건너고 마을을 지난 바이크는 출발한 지 1시간~1시간 30분 만에 옛 김유정역에 도착한다. 강촌역으로 되돌아가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도착 순서대로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차비는 무료)
아이와 부모 모두 즐기는 춘천로봇체험관
다음코스는 주혁군이 좋아하는 로봇을 만나러 갔다. 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로봇공학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앞으로 로봇 과학자가 될까 고민중이라 도움이 될까 해서다. 2013년 여름 애니메이션박물관 옆에 문을 연춘천로봇체험관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에게 친숙한 로봇 태권V부터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들을 관람하고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로봇체험관은 아톰, 철인28호, 마징가Z 같은 우리 세대 추억의 만화영화 주인공은 물론, 1세대 조종형 로봇부터 4세대 지능형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체험하는 공간이다. 아이보다 내가 더 관심을 갖고 본 코너이기도 한다.
체험관은 로봇 호기심 천국, 놀이 체험로봇, 로봇 아바타, 상상의 로봇, 매직로봇유랑단, 로봇 샵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규모가 작지만 로봇 축구처럼 최신 로봇을 실제로 조작해보거나 체험하는 코너가 많아 주혁군이 흥미를 보였다. 놀이 체험로봇 코너는 로봇 축구, 로봇 권투 등 흥미진진한 체험을 선사한다. 로봇을 직접 조종하며 축구와 권투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두 발을 이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가 스스로 일어나기도 하고 축구공을 발로 차는 모습이 신기하다. 주혁군과 나는 탁구대 같이 생긴 곳에서 골을 넣는 게임을 했는데 둘다 승부에 집착해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로봇체험관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매직로봇유랑단의 공연이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대표하는 <구름빵> 가족 로봇의 진행에 따라 음악과 댄스 공연이 펼쳐진다.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최신 유행 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로봇들의 군무에 관람객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어찌나 절도가 있는지 보는 내내 저걸 어떻게 프로그래밍했을까 내내 신기했다. 중간 중간 마림바를 치는 음악 로봇의 연주도 흥미로웠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4,000원이다. 애니메이션박물관과 로봇체험관을 함께 이용하는 통합권(성인 8,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6,400원)도 판매한다. 옆 건물에서는 4D 영화도 상영하는데 3000원~6000원이면 골라서 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무.
단풍이 어디서나 절정이었다.
춘천 맛기행은 백미는 닭갈비와 막국수
여행에서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닭갈비집이 한집 건너 하나씩 너무 많다보니 어디로 가야할지 종잡을수가 없어서 페북으로 핑구님이 추천해주신 김유정역 앞 닭갈비 집으로 갔다. 지인들의 말로는 닭갈비 맛이 다 표준화 되어서 가게마다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딱 그런것 같다.
두툼한 닭고기에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와 떡 사리를 넣어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볶아서 먹는 닭갈비. 개인적으로 닭보다 사리와 볶음밥이 더 맛났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막국수는 그냥 소소~ | 노릇노릇 볶음밥이 훨씬 맛나다~ |
즉흥적으로 떠난 춘천여행이었지만,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과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아 나름 알차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왔다. 다음에는 꼭 의암호에서 오리배를 타며 엄마와 아빠의 연애시절에 대해서 아이에게 얘기를 해줘야겠다. (아빠는 결혼후에 그때 내가 오리배를 잘 못 저어서 자기 혼자 용쓰느라 손에 물집이 배었다며 투덜거렸다. 난 좋았는데 ㅎㅎ 역시 낭만과 현실은 차이가 많아요~)
전날 비가와서 약간 젖어있던 단풍잎. 이제 나무에 달린 것보다 바닥에 떨어진 것이 더 많아 아쉬웠다. 아~ 이제 가을도 슬슬 저물어가는구나.
# 춘천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IC → 엘리시안강촌 방면 → 강촌IC 교차로에서 춘천, 강촌 방면 좌회전 → 강촌역
* 대중교통 : 서울지하철 7호선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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