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면 팥빙수와 얼음, 떡과 같은 약간의 토핑이 얹혀진 음식인 팥빙수를 즐겨 먹는데, 올해는 가격이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보통 동네 제과점에서 5,000원부터 브랜드 커피숍에서는 최소 7,000원부터 12,000원까지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어딘가에서 밭빙수 가격 규제법이라도 발의해줬으면 하는 하는 바람이 들 정도.)
아무리 팥빙수가 한 철 장사에 매장 마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지만 밥 한그릇보다 비싸니 이건 좀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다. 그래서 어떤 이는 집에 제빙기와 팥을 사서 직접 해먹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 중국산 팥 쓰면서 1만원… 밥보다 비싼 팥빙수 문화일보 [경제] 013.07.04
지난 주말 카페베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caffebene)의 팥빙수 사태는 이런 '팥빙수 가격에 대한 분노'가 분출된 사건으로 떠오를 정도이니 팥빙수가 요즘 화두이긴 하두인가보다.
팥빙수에 대한 사회적 분노
카페베네는 무분별한 매장 확장으로 파악조차 안되는 직영 매장이 아닌 프랜차이즈 매장이 850개나 된다고 한다. 정말 카페베네가 커피 장사가 아니라 부동산 장사라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로까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넓혀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장하는 외양과 대조적으로 내부 관리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직영 매장이 아닌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나다보니 품질 관리가 점점 어려워진다. 직원이 늘어나고 매장이 늘어나면 체계적인 시스템과 교육 체제를 갖추지 않고서는 일관된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책임지지 못할 아이는 낳는 것이 아니며, 책임지지 못한 매장을 확장해서는 안된다는 교훈.
가히 팥빙수의 사회학, 팥빙수의 경제학이라 할만하다. 카페베네의 얼음덩어리 빙수 사건을 통해 역시 기업이나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품질과 서비스라는 것을 다시한번 방증해 준 것 같다.
이 사건을 접하며 얼마전 현대 백화점 밀탑빙수에 다녀온 것이 생각났다. 올 해 들어 처음 먹어본 팥빙수가 바로 압구정 밀탑. 6월의 어느 햇살 따가운 일요일 점심, 친구들 부부 동반으로 오랫만에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 모였다.
구름이 많은 푸른 하늘, 백화점 옥상 잔디밭
밀탑 빙수는 7,0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프랜차이저 커피숍보다는 그래도 상식적인 가격인가?)에도 밀려드는 손님으로 매일 몸살이다. 번호표 대기가 수십명씩 밀리는건 예사이고, 백화점 쇼핑을 한바퀴 하고 오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여기까지 와서 밀탑 빙수를 안 먹어볼수는 없겠지?
내가 뽑은 접수번호는 무려 978. 하루 천그릇이면 매출이 얼마냐 ㅠㅠ
저녁 무렵이라 대기인수가 그리 많지 않군.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고객 클레임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조용히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마침내 나온 팥빙수를 먹고는 감탄을 쏟아내곤 유유히 사라진다. 마치 지하철을 타로 왔다가 슬슬 빠져나가는 사람들처럼. 어떤 불협화음도 없이 매끄럽다.
왁자지껄, 사람들로 북적이는 매장
밀크빙수, 딸기빙수, 녹차빙수, 과일빙수 등등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맛. 왜 이곳의 팥빙수를 사람들이 그리도 예찬하는지 한번 분석해 보았다.
어디 한번 골라볼까?
일단, 팥빙수는 말그대로 팥과 빙수(얼음)이 생명이다. 얼음은 제빙기에 눈처럼 곱게 살아서 부드럽게 입안에서 살살 녹고 먹는 동안에도 그릇에서 쉽게 물처럼 녹아버리면 안된다. 그래서 어떤 가게에는 눈꽃빙수라고 광고를 하기도 한다.
곱게 간 얼음 위에 탐스러운 통팥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빙수에 과일이나 잡곡, 블루베리 등 다양한 토핑을 얹지만 내가 가장 쳐주는건 역시 오리지날 팥이다. 중국산 말고 국산팥을 삶아서 알갱이가 으깨지지 않은 통팥의 상태인 것이 핵심이다. 콱 씹어먹었을 때의 그 톡톡 터지는 식감이란! 통팥이 안 들어간건 팥빙수가 아니야~~~
다음으로 그 위에 다소곳이 앉은 떡이다. 젤리나 미숫가루, 과자 등으로 토핑을 하는 곳도 있지만 역시 화룡점정은 찰떡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떡이 없는 팥빙수는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본다. 특히, 밀탑의 떡은 다른 곳과 비교해 더욱 쫄깃하고 맛있는데 심지어 리필까지 가능하다!!!!!!!!!
곱게 간 얼음 위에 탐스러운 통팝, 그 위에 다소곳이 앉은 떡
역시 아이들이 맛있는걸 먼저 알아본다.
팥빙수 먹기 삼매경
친구들과 쌍쌍 팥빙수 모임 ㅋㅋ
마지막으로 요즘 유행하는 빙수 신고 사진입니다.
짤방 1. 빠리 바게트의 블루베리 빙수와 팥빙수
짤방2. 우리가족 베스트는 티오름의 옛날 팥빙수
그래도 여름에는 맛있는 팥빙수를 마구마구 먹고 시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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