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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영화같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환상을 쫒아 영화를 본다. 홍상수의 영화는 환타지가 없다. 오히려 비루한 일상과 현실을 더 리얼하게 보여준다. 현실에서 지겹게 본 일상을 영화로 다시 볼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뉘는 듯하다. 나의 경우를 말하라면 그의 초기작(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할의 발견 등)은 좋아해서 빠짐없이 다 봤고, 극장전(2005) 이후로는 굳이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 그게 그거 같고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아, 생각해보니 아이를 임신 이후로 영화관을 찾기 어려웠던 탓도 있구나 -,.-)
이 영화는 '오! 수정'에 이은 두번째 흑백 영화. 그런데 처음에는 컬러로 찍었다가 마지막에 흑백으로 가야겠어'라고 하는 바람에 촬영감독이 사색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
홍상수 감독은 이들 배우들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영화 속 주인공 자체다. 주인공 성준 역의 유준상을 보노라면 대한민국 표준 남성의 모습을 보는듯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홍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떠올리면서 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인물 자체로 느껴진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심지어 그렇게 존재감이 큰 고현정마저도 말이다. 마치 오늘도 그녀가 사진기를 들고 북촌 언저리를 배회할 것 같은 착각.)
나는 홍상수 영화 속, 뻔뻔한 남자들이 싫다
홍상수 영화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찌질하고 비겁한 대한민국 대표남 캐릭터'의 역할은 이번에는 유준상이 맡았다. 여자에게 쉽게 껄떡대고 돌아서선 쿨하게 문자를 씹고, 끈질기게 구애하며 기습 키스를 하는 똘아이 같은 남자. 여자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독학으로 왼손 한달, 오른손 한달 피아노를 연습하는 그런 집요한 남자. 그의 연애 스타일은 영화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순환한다. 껄떡대고 넘어뜨리고 헤어지고 집착하고 또 다른 여자에게 껄떡대는.
나는 그의 영화가 너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서 싫었다. 모름지기 영화란 팍팍한 우리 삶에 환타지를 심어줘야할 책무가 있지 않은가. 하룻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옆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민낯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낯뜨거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작업을 거는 멘트는 또 얼마나 시시껄렁하고 유치찬란한가.
"오빠처럼 이렇게 나를 쳐다보던 사람은 없었던것 같아"라거나 "너는 정말 착해, 너는 정말 예뻐'라든가. - 이런 노골적인 멘트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유난히 '교수'라는 직업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과 송선미의 직업이 교수다. 감독은 현실적이면서도 위신적인 지식인의 허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중적인 캐릭터로 교수를 선택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우연' 등에 대한 현학적인 대사나 알은 체하며 여자를 꼬시기 좋은 작업용 말장난으로 가득하다.
꼭 필요한 만큼만, 인생에 대해 하는 척!
이 영화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우리의 인생은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 속에는 수많은 데자뷰가 등장한다. 같은 술집을 3번씩 가고 같은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고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대화를 나눈다. 끝없이 반복되고 벗어나지 못하는 어떤 굴레와도 같은 우리의 인생. 우리 인생이란 조금씩 나아지고 좋아지는 것 같지만, 결국은 무한 반복되는 것이라는 오싹한 메시지. 주인공이 매번 다른 연애를 하지만 결국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에게 끌리는 것도 무섭다. (우리도 보통 그렇지 않나 ㅠ)
홍상수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마치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혹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그나마 나이가 들수록 조금 유쾌하고 느슨해져서 다행이지만. 그나저나 홍상수 감독도 많이 늙었다. 초기작과 후기작의 변화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재밌게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북촌길, '다정(多情)'이란 한정식집, '소설'이란 술집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란다. 심지어 소설은 블로그(http://blog.naver.com/gigj904)도 있다. 별 내용은 없지만, 영화속 공간과 블로그가 실재로 존재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눈이 오는 겨울 쯤에 꼭 한번 다정에 들러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보고 싶어진다.
# 영화를 보고난 몇가지 단상 혹은 궁금증
1. 감독이 촬영 전날 고현정에게 카메라를 들고 오라고 했다니 그 카메라는 정말 그녀의 것인듯. 내 콘탁스와 정말 비슷하게 생겨서 놀랐다. 그녀에게서 나는 혼자 카메라를 들고 북촌을 헤매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ㅠ
2. 고현정, 송선미, 김보경이란 세 여배우 모두 노메이컵 투혼을 발휘했다는데 사실일까? 피부가 자신없는 여배우는 출현도 어렵겠군 -,.-
3. 매번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는 '미안합니다'고 우아하게 사과하는 그녀. '죄송합니다'와 차이란 도대체 뭘까? 대체 그녀는 어디를 그렇게 다녀오는 걸까?
4. 미술팀이 없기로 유명한 그의 영화. 영화의 제목과 엔딩크레딧의 손글씨가 홍상수 감독의 것이라니 신선하군.
5. 성준은 왜 하룻밤을 보낸 카페 여주인과 3가지를 지킬 것을 약속했을까? 그저 멋있어 보이려고?
"좋은 사람을 주변에 많이 만들 것,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 말 것, 매일 일기를 쓸 것"
#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thebuk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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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오! 수정'에 이은 두번째 흑백 영화. 그런데 처음에는 컬러로 찍었다가 마지막에 흑백으로 가야겠어'라고 하는 바람에 촬영감독이 사색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지방대학에서 교수로 살아가는 전직 영화감독 성준(유준상)은 오랫만에 서울에 올라와 영화 평론가인 영호(김상중) 형을 만나고 내려가기로 한다. "서울을 얌전하고 조용하고 깨끗하게 통과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러나 북촌에서 삼일간 머물면서 그에게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홍상수 감독은 이들 배우들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영화 속 주인공 자체다. 주인공 성준 역의 유준상을 보노라면 대한민국 표준 남성의 모습을 보는듯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홍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떠올리면서 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인물 자체로 느껴진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심지어 그렇게 존재감이 큰 고현정마저도 말이다. 마치 오늘도 그녀가 사진기를 들고 북촌 언저리를 배회할 것 같은 착각.)
나는 홍상수 영화 속, 뻔뻔한 남자들이 싫다
홍상수 영화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찌질하고 비겁한 대한민국 대표남 캐릭터'의 역할은 이번에는 유준상이 맡았다. 여자에게 쉽게 껄떡대고 돌아서선 쿨하게 문자를 씹고, 끈질기게 구애하며 기습 키스를 하는 똘아이 같은 남자. 여자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독학으로 왼손 한달, 오른손 한달 피아노를 연습하는 그런 집요한 남자. 그의 연애 스타일은 영화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순환한다. 껄떡대고 넘어뜨리고 헤어지고 집착하고 또 다른 여자에게 껄떡대는.
나는 그의 영화가 너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서 싫었다. 모름지기 영화란 팍팍한 우리 삶에 환타지를 심어줘야할 책무가 있지 않은가. 하룻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옆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민낯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낯뜨거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작업을 거는 멘트는 또 얼마나 시시껄렁하고 유치찬란한가.
"오빠처럼 이렇게 나를 쳐다보던 사람은 없었던것 같아"라거나 "너는 정말 착해, 너는 정말 예뻐'라든가. - 이런 노골적인 멘트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유난히 '교수'라는 직업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과 송선미의 직업이 교수다. 감독은 현실적이면서도 위신적인 지식인의 허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중적인 캐릭터로 교수를 선택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우연' 등에 대한 현학적인 대사나 알은 체하며 여자를 꼬시기 좋은 작업용 말장난으로 가득하다.
꼭 필요한 만큼만, 인생에 대해 하는 척!
이 영화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우리의 인생은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 속에는 수많은 데자뷰가 등장한다. 같은 술집을 3번씩 가고 같은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고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대화를 나눈다. 끝없이 반복되고 벗어나지 못하는 어떤 굴레와도 같은 우리의 인생. 우리 인생이란 조금씩 나아지고 좋아지는 것 같지만, 결국은 무한 반복되는 것이라는 오싹한 메시지. 주인공이 매번 다른 연애를 하지만 결국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에게 끌리는 것도 무섭다. (우리도 보통 그렇지 않나 ㅠ)
홍상수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마치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혹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그나마 나이가 들수록 조금 유쾌하고 느슨해져서 다행이지만. 그나저나 홍상수 감독도 많이 늙었다. 초기작과 후기작의 변화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재밌게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북촌길, '다정(多情)'이란 한정식집, '소설'이란 술집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란다. 심지어 소설은 블로그(http://blog.naver.com/gigj904)도 있다. 별 내용은 없지만, 영화속 공간과 블로그가 실재로 존재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눈이 오는 겨울 쯤에 꼭 한번 다정에 들러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보고 싶어진다.
# 영화를 보고난 몇가지 단상 혹은 궁금증
1. 감독이 촬영 전날 고현정에게 카메라를 들고 오라고 했다니 그 카메라는 정말 그녀의 것인듯. 내 콘탁스와 정말 비슷하게 생겨서 놀랐다. 그녀에게서 나는 혼자 카메라를 들고 북촌을 헤매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ㅠ
2. 고현정, 송선미, 김보경이란 세 여배우 모두 노메이컵 투혼을 발휘했다는데 사실일까? 피부가 자신없는 여배우는 출현도 어렵겠군 -,.-
3. 매번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는 '미안합니다'고 우아하게 사과하는 그녀. '죄송합니다'와 차이란 도대체 뭘까? 대체 그녀는 어디를 그렇게 다녀오는 걸까?
4. 미술팀이 없기로 유명한 그의 영화. 영화의 제목과 엔딩크레딧의 손글씨가 홍상수 감독의 것이라니 신선하군.
5. 성준은 왜 하룻밤을 보낸 카페 여주인과 3가지를 지킬 것을 약속했을까? 그저 멋있어 보이려고?
"좋은 사람을 주변에 많이 만들 것,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 말 것, 매일 일기를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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