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잊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임경선)

임경선 작가의 오랜 팬으로 지난해 출판사 마음산책 특강에서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에세이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됐다.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 되겠다. 평소 나이에 대한 얘기를 꺼리는 작가가 마음산책의 설득에 꺼내놓은 답변은 바로 '에이지리스(Ageless)' 즉,  나이를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어떤 초연한 상태다. 

임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도가 좋아서 작품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된 덕후라면
나 토한 그런 이유로 하루키와 임 작가를 좋아하는 덕후라고 할 수 있다.  

"규율과 자기통제가 가능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괜찮은 어른의 중요한 덕목"이란 말에 깊이 동의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임 작가의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의 삶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먼저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2016.07.13 - [Bookmark] - 임경선의 인생에 대한 5가지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의 인생에 대한 5가지 <태도에 관하여>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 태도-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로 정의한 것을 보면서 나는 과연 나의 인생에 대해 어떤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랑은 관대하게, 일은 성실하게, 인간관계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세상과의 관계는 공정하게 

얼마전 교보문고에서 진행한 하루키 소설 출간 기념 행사에서 받은 사인이다. 
한국에선 하루키 상(존칭)의 책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출간한 성덕 임경선 작가님과 함께 읽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북토크에 다녀왔다.   

📍작가님이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 주변인, 경계인, 외톨이 정서에 대한 공명
- 나의 영혼이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
- 성실하고 소탈하고 자유롭고 격의없는 태도
- 인생의 고통을 마주하는 방식이 좋다.

📍건조하고 뜨거운 단편소설을 좋아함
단편집은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여자없는 남자들, 도쿄기담집 추천. 에세이는 먼 북소리.

📍좋아하는 소설속 캐릭터와 이유
상실의 시대의 '하츠미' (무모한 사랑을 하는 바보같은 점)

📍하루키 덕후로서 만나고 싶지 않은가?
- 실제로 만난적은 없지만 책을 낼 때 사무소를 통해 허락을 받았음.
내가 갈 수 있는 최대한 접근했기 때문에 더이상 다가서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신작 한줄평
서른에 쓴 중편 소설을 칠순에 완성한 집념이 대단함 . 
읽다보면 이것이 마지막 장편이 들거란 예감이 든다.
우린 두개의 평행 세계를 같이 살아가는게 아닐까.
슬픔과 상실을 갖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루지 못한(불완전연소) 사랑은 평생저주다.
한국어보다 일본어 버전을 더 좋아한다. 좀 다르다.

무려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돼 경선 작가님 사인도 받고 카우리 테이블에도 처음 앉아보고 보람찬 금요일 밤.✨

이젠 하루키를 읽는다는 것도
내 닉네임이 미도리라는 것도
조금 저어할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난 죽을때까지 하루키를 읽을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유형' - 에이지리스(Ageless)은 나이를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어떤 초연한 상태다. 
이들에게 받은 몇가지 인상. 
첫째는 투명하고 담백한 무드. 
둘째는 자기중심이 서 있다는 것. 
셋째는 자기 연민이 없는 태도. 
넷째는 정직함이다.
마지막으로 수치심이 뭔지를 알고 있다. p.24~26

목적 지향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대신, 이해관계가 없어도 사소한 얘기부터 깊은 얘기가지 두루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차분히 곁에 둔다. 이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즐거워야' 한다. p.36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나는 인간의 복잡성과 모순성이 지극히 인간답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세심하고 깊게 이해하고 싶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과 인간을 납작하게 보지 말 것.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 밑에 여러 겹의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것. 나 역시도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다. 어쩌면 그려려고 글을 쓰는 것일지도.  p. 40

일상의 선택이 쌓이면 습관이라 루틴이 되고,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p. 173
내가 나 자신과 어긋남이 없이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면 책임, 노력, 미움받거나 실패할 가능성 등의 여러가지 대가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사유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건전한 자기 의심을 곁들인 선택들을 거듭 내리면서, 내 인생을 자율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면 감정이 메말라간다. 호기심과 체력을 잃고 독서와 예술은 시간 낭비나 사치라고 생각해서 멀리한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엿보면서 그들 인생의 희노애락으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사랑을 선택하기 
인생에서 사랑만큼 큰 희열은 없다고 생각한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만 같다. 고통스럽다고들 피하는데 그래도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인생은 결국 내가 누구를 어떻게 사랑했는가로 기억이 될 것이다. 그것이 사실상 다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을 할 수 있는 심장이 굳어가기 마련이니 심장이 튼튼할 때 많이 사랑하면 좋겠다. p.183 

우리 인생에 완결된 성취 같은 것은 없다. 그저 계속 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참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모든 선택의 순간에 고뇌가 있고 그 결과를 짊어지면서 또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