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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작가님의 첫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에는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대입학벌주의, 여성 성폭력, 청소년 성 억압, 문단의 성희롱, 베이비박스, 직장 폭력 등 너무나 다양한 여성 사회이슈를 수면위로 끌어내 불편하면서도 신랄한 문체에서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상 작가의 미상은 작자미상(作者未詳)의 그 미상이다. 온라인 글쓰기로 다져진 내공으로 데뷔하자마자 단숨에 출판사 신인작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5월 독서모임 선정도서 - 이중작가초롱
그야말로 여성 사회문제의 총집합, 집대성 보고서처럼 느껴질 정도다. 단편집이라 하나하나 함량이 높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단편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 작가 : 이미상
- 글쓰기 중독자, 글쓰기 애호가에서 문학웹진에 투고해 작가로 데뷔
- 내 글의 뿌리는 문학이 아니라 ‘포스팅’
- 2023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책 소개 : 이중 작가 초롱
주저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기세와 풍채를 자랑하는 작품이기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3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동시대적 다면적이고 고차원적인 질문과 딜레마들을 아주 낯설게 드러낸다. 신랄한 단어들을 과감한 형식을 사용하고, 윤리적·정치적으로 예민한 질문을 배치해 이야기는 여러 겹이고, 해석은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다.
- 인상적인 문장
'쾅쾅. 뺨을 갈기듯이 문은 내 앞에서 쾅꽝 닫히고 나는 가만히 부러워진다. 멋지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하는 새끼를 길러낸다는 것이.'
(하긴)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회피하는 사람들. 실눈 뜨고 사는 사람들. 구지경도 눈꺼풀을 바짝 내리고 사는 거죠.
집에 수북이 쌓인 단수 경고장을 볼 때도. 피임을 안 하고 했던 섹스를 떠올릴 때도.
후회할 때도 살기 싫을 때도. 위아래로 떨리는 눈꺼풀 안쪽 어둠 사이로 세상을 흐릿하게 보는 거죠.
그래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지 못하는 거예요.
하나를 똑바로 보면 모두를 똑바로 봐야 하니까요.
걔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친구)
“오! 그대여, 말을 아낄지어다.
말을 뱉는 순간 일관성의 곧은 관성이 독이 되어 뒤통수를 칠 터이니.”
(이중작가초롱)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때려죽여도 하기 싫은 일. 실은 너무 두려운 일. 왜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 사람에게 더욱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일까.”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부록) 전승민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
- 우리 사회 도처에 '여자를 죽이는 남자들'과 (우리가 외면했거나 묵과했던) 여성이 처한 현실과 그들에게 겨냥된 항상적 잠재적 폭력을 탁월하게 문제화함.
- 전통적인 플롯의 구조, 예측 가능한 서사적 흐름에 대한 기대를 깨버리는 구성이 신선함.(예. '지하철할 때'에서 3개의 얼굴이 분리돼 각각 화자가 되는 환상적 기법)
- 시대를 이끌어온 모든 예술은 당대에 이미 불온했음.
- 문학적 상상력, 발칙하고 도발적이며 독자들을 불편하고 난처한 처지로 몰아넣으로써 그 누구보다 동시대 속에서 살아내게끔 추동하는 힘이다. 혁명하는 힘이다. - “이미상의 소설은 여성 작가와 독자의 탄생기이자, 그러한 작가/독자 공동체가 함께하는 사회 비평으로서의 소설쓰기라고 할 수 있다. (…) 이미상은 오늘날 페미니즘 혁명 속에서 출현한 새로운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 페미니즘 이후의 새로운 문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 김은하 「페미니즘 이후의 문학」
- "단편소설이란 미술시간의 접이식 물통 같다고 생각했다. 쓰는 사람은 마음에 품은 긴 이야기를 짜부라뜨려 압축한 소설로 건네고, 읽는 사람은 그 소설을 펼쳐 가려져 있던 주름의 이야기를 읽는다" - 작가의 말
우리 사회에는 예민한 감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가해자인 남성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폭력적인 상황들로 가득하다. 어떤 성장배경과 경험을 갖고 있길래 이런 통렬한 문장을 뱉을 수 있는지 용기있는 이 작가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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