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이민자 2세대로서 겪은 ‘소수적 감정(minor feelings)’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로 지난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를 수상하는 등 미국 평단의 찬사를 받은 <마이너 필링스>. 현재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 A24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이라고. 책 출간 이후 캐시 박 홍 작가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미나리> <파친코> <H마트에서 울다>와 같은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 책과 영화가 늘어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9.11 테러 이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며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높아졌고, 최근 코로나가 중국인이 숙주라는 인식으로 아시안 혐오가 번지면서 더욱 주목받게 된 책이다.
주위에서 미국 유학이나 영주권자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인은 주로 '모범 소수자', '근면한 우등 소수자", '순응적인 노력가"로 인식된다고 한다. 묵묵히 단순한 일을 수행하지만 결코 가장 높은 곳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소수자'들의 감정을 작가의 실제 리얼한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늘 각종 사회적 차별에 노출되면서도 그건 네가 지나치게 예민한 거라며 내 인식이 폄하당할 때 느끼는 혼란과 분노와 우울의 감정, 그것이 마이너 필링스다. 집을 나설 때 전쟁터에 나가는 느낌으로 갑옷을 챙겨입는 마음이 소수적 감정이다. 이는 인종 뿐만 아니라 여성, 장애인 등 모든 소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소수자의 삶임을 피할 수 없다.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소수자인 동양인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여러 복잡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 임경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중에서
“제 책은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억압과 차별을 당하는 모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캐시 박 홍 인터뷰 중에서
10월 독서모임 선정도서 -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한 공간에 아시아인이 너무 많으면 짜증이 난다. 이 아시아인들은 다 누가 들여보낸 거야? 속으로 투덜거린다. 다른 아시아인들과 함께 있으면
결속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경계선이 흐려지고 한 무리로 뭉뚱그려져서 더 열등해지는 기분이 든다." - <유나이티드>에서 p.26
"20세기 중반 이후로 아시아인들은 더 이상 해충이나 짐승처럼 취급받지 않고 '모범 소수자'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즉, 흑인들처럼 범죄를 저지르거나 빈곤하지 않은, 근면하고 '우등한' 소수자라는 뜻이었다. 수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런 고정관념을 받아들였지만, 백인 우월주의의 위계질서에서 봤을 때 모범 소수자라는 고정관념은 아시아인이 백인만큼 우등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시아인은 흑인과 비교했을 때에 한해서만 우등하다는 의미였다."
"아무 생각 없는 백인에게 인종 문제를 참을성 있게 가르치기란 정말 고되고 피곤하다. 내가 가진 설득의 능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야 한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유나이티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트랜스젠더처럼 보이지만 않으면 다행히 심한 감시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일종의 연성 파놉티콘 속에 산다. 이것은 아주 미묘해서 우리는 이것을 내면화하여 자기를 감시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 조건부 실존을 특징짓는다. 우리가 여기서 4세대째 살았어도 우리의 지위는 여전히 조건부이다. 만족을 모르고 사들이는 물질적 소유물이든 주류 사회에 편입했다는 마음의 평화로서의 소속감이든 빌롱잉(belonging: 소유물, 소속감)은 언제나 약속되며, 아슬아슬하게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우리가 유순하게 처신하도록 유도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의식이 해방되려면 우리는 이 조건부 실존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 <빚진 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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