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아무런 사건 없이 무사함을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나이가 50대 이후란다. 그만큼 이젠 삶의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인 72세의 노학자 전영애 교수님의 <인생을 배우다>를 읽으면 담담한 문장이 가슴을 후벼파는 눈물을 쏟게 만든다.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어른의 답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다.
2022년 12월 29월에 KBS 다큐 인사이트 <인생 정원 일흔둘, 여백의 뜰>을 보면 배우고 나누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막연했던 나의 노후를 꿈꾸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관련 기사 > 사람이 뜻을 가지면 얼마나 클 수 있는가, 그 본보기가 ‘괴테’ (조선일보)
<영상보기> 일흔둘 노학자가 홀로 가꾼 1만 제곱미터의 뜰 (KBS 다큐)
이 나이가 되어서야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내 얘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겸손'을 배우는
노교수의 삶의 지혜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죽기 전에 과연 나는 이런 에세이, 나만의 자서전을 한번 써볼 수 있을까.
귀한 내 아이에게 관심을 줄이는 법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을 뺏지 않는 법
공부보다 중요한 배려와 사리분별을 가르치는 법
자녀들이 노동을 즐겁게 감당하도록 가르치고 격려하기
목전의 작은 이득을 챙기거나 자신을 조금 돋보이게 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구차한 인간이 되지 않기.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는 요즘 세태를 보면 이렇게 큰 나무 그늘같은 어른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내 아이에게 공부보다 가르쳐야할 것들은 사리분별, 배려,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결국 제 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삶의 기본 중에 기본은 '뿌리와 날개'라고 괴테가 요약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과 격려라는 이야기. 그녀가 오늘도 정원에서 호미를 들고 일하는 까닭일까.
6월엔 그녀가 번역한 파우스트를 읽고 저자의 공간인 여주 여백서원에 다같이 가 보기로 했다.
인상적인 문구
⦁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글을 읽는 궁극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 한편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지나치게 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방치되거나 심지어 버려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귀해지는 길은 없을까. 제도 탓으로 돌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만들어낼 제도로 없거니와 제도가 다 해결해 줄 일도 아니다. 어찌하면 귀한 내 아이에 대한 관심을 좀 줄여서 모든 아이에 대한 관심으로 돌릴 수 있을까. 이 숨 막히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부모인들 얼마나 오래 제 아이들의 바람막이가 되겠는가. 실패의 경험을 통하여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 남 하는 대로 하려고 애쓰느냐 힘들지만, 실은 남하는 대로 안 하고 기다려주기가 제일 힘들어서 그럴 것이다. 영어 몇마디 가르치겠다고 아이들에게서 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을 빼앗아버리면 그 마음은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심심해서 이것저것 해보는 가운데 진정한 창의력이, 생각이 자란다. P.39
⦁ 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제 앞가림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 마음속에 뜻이 자리 잡도록 기다려주고 격려주어야 한다. 뜻이 있으면 공부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금방 된다. 남이 공부를 가르칠 수 있지만 한계가 있고, 마음속에 없는 뜻은 남이 절대로 불어넣어줄 수 없다, 이 세상에 발붙이고, 이 험한 세상을 제힘으로 헤쳐나가게 하자면 남을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 삶은, 얼마나 많은 노동을 요하는가. 조금씩 미리 일해두면 생활을 감당하기 얼마나 한결 수월하겠는가. 우리가 즐겁게 함께 일하고 나누면 세상이 얼마나 살만해지겠는가. 자녀들을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노동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 느낄 줄 아는 것, 그렇게 하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 삶의 지혜 중에서도 지혜이다.
괴테가 '뿌리와 날개'라고 요약했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노동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p. 53
⦁ 사리분별은 가르쳤다. 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도 가르쳤다. 목전의 작은 이득을 챙기거나 자신을 조금 돋보이게 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구차한 인간이 되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p.234
⦁ 우리가 가장 힘들여 남기고, 전하고 읽는 것은 아마도 바른 삶이어야 할 것이다. 글 읽는 시간이란 것도 궁극적으로는 바른 삶을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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