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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몸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키키 스미스의 '자유낙하'

by 미돌11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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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여성성과 신체를 다룬 구상조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독일 출생의 미국 여성 작가인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여성성에 대한 기존의 심미적 관점을 전복시키며 아름다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작가로 조각, 판화, 설치, 태피스트리, 드로잉, 사진, 필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로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타는 창작 열정이 놀랍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 판화, 조각, 사진, 꼴라주, 태피스트리 등 엄청나게 다양한 형태의 작품 1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키키 스미스의 자유낙하 

  • 전시 기간: 2022.12.15.(목) ~ 2023.03.12.(일)
  •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 요금: 무료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시를 위해 조향된 향이 전시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후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키키 스미스는 정규 미술수업을 받지 않았고, 미니멀리스트 조각가인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영향을 크게 받았다.  초기작은 자신의 신체를 예술의 주제로 사용해 머리카락, 나체, 장기 등 인체를 가감없이 다루는 것에 관심이 높아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있으나 나중엔 자연, 우주 등으로 반경이 확장된다. 

신체의 해체적 표현 및 노골적인 드러내는 페미니스트 예술가인 키키 스미스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몸이다. 작가에게 육체는 끝없는 질문의 대상이며 저항의 통로이자 창작의 보고다. 스미스는 인간 존재의 본질,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을 탐구하기 위해 몸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기독교 전통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게 투사된 이상적 여성상의 전형을 허물고 억압과 상처를 폭로한다. 이런 작품은 가부장제에서 숨겨지고 억눌린 여성(나아가 인간)의 육체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혈관이 드러난 듯한 두상, 잘린 팔다리, 내부 장기와 뼈, 배설물 등을 시각화한 스미스의 작품이 보여주듯 인간은 몸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육체성이 강조될수록 죽음이 부각된다. 모순적으로 다가오지만, 인간은 생명을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죽음의 운명도 갖게 되었다. 


자유낙하는 일출과 생동의 에너지를 뜻하며 달이 지구를 맴도는 자유와 낙하 운동을 의미한다고.

이번 개인전의 제목인  ‘자유낙하’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듯한 여성의 모습을 판화로 찍어낸 작품으로, 어느 날 오랜 활동을 해온 동료 예술가들에게 존경심을 느끼며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중력의 간섭 없이 화면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한 키키 스미스의 모습을 그려낸 이 작업은 사실 거꾸로 떨어져 파멸하더라도 낙하의 자유로움을 즐기며 기존의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실험적 삶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종이의 다채로운 질감 살려 자연스러운 구김이 있는 듯한 독특한 질감의 네팔 종이, 일본 종이 위에 각인처럼 날카롭게 그려진 드로잉은 촉각을 자극한다.   

신체를 소재로 한 아브젝트 아트의 대표주자 

그녀의 예술 세계를 생각한다면 ‘여성’, ‘신체’,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는 본래 ‘비천하다’라는 관용어지만, 1980년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저서 <공포의 권력(Powers of Horror: An Essay on Abjection)>(1980)에서 다루어졌던 철학적 개념이다. 육체를 드러내는 키키 스미스의 작업은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는 몸의 경계를 넘나드는 배설물, 토사물, 혈액, 시체 등을 아브젝트의 소재로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들 것이다. 

늑대가 배를 뚫고 걸어 나오는 여성에 모습 <황홀> 이나 암사슴의 배에서 여성이 나오는 <탄생> 등은 다소 충격적이더라.

 

자연과 인간, 우주로 작품 세계가 확장 

2층으로 올라가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적 배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영역이 확장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신비롭고 영적인, 따뜻한 아우라가 느껴지는데 여기에는 자연계의 일부인 인간에 대한 은유, 자연과 인간을 비롯한 존재의 상호 연관성, 인간 세계와 자연계의 교차점, 자연의 경이로움, 우주의 생명력 등이 포함된다. 자연히 작품에는 별과 달 같은 천체의 요소, 다양한 동식물 같은 자연의 형상이 자주 등장한다. 

 

 


<키키 스미스-자유낙하>의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관객이 각자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감응을 통해, 자신만의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인생이 진정한 삶이 되는 방법은 타인과 공명하는 것뿐이다.


미술관에서 마스크 벗고 관람하니 어색하지만 너무 좋아 😊

 

🔖오늘 우리에겐 없던 능력이 생기는 중이다. 이름하여 음미력.
인생의 즐거움은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인증샷이 아니라 꽤 괜찮게 커피를 내리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커피숍과 그날 비친 햇빛과 마침 들리는 음악과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내 말을 신기하다는 듯 들어주는 반대편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존재에서 시작될 수도 있음을.

🔖’좋은 걸 자꾸 보러 다녀.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시선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니 우리는 곁에 둘 일이다. 음미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생을 음미하는 이가 내놓은 글과 그림과 영화를.
<없던 오늘 - 유병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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