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 아침. 매일 내가 만드는 샌드위치와 오믈렛이 지겨워져서 이태원으로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로 결정을 하고도 한참을 레스트랑 결정을 하지 못하고 헤맸다.
요즘 브런치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면 맛, 가격 모두를 만족하는 곳을 고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낭군님 덕분 -,.-) 그중에서 맛과 양이 보장되고 오픈시간이 9시 30분으로 가장 빠른 수지스로 낙점. 실패없이 너무 안전하게 선택한건가~
이곳은 서울 가이드북이나 여행지에 아예 브런치 전문 식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아침 9시 30분이면 문을 열기 때문에 느즈막히 간단한 옷차림으로 와서 편안하게 식사를 하면 주말의 식사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야호~
2005년부터 이태원 노란색 간판집으로 이름을 떨쳐온 수지스(박수지 대표의 이름이라고)는 '브런치'라는 생소한 단어를 하나의 문화로 한국에 확산시킨 역할을 한 곳이다. 미국식 아침 식사 혹은 가정식 홈메이드 음식을 표방한 수지스는 주로 오믈렛과 팬케이크, 에그 베네딕트, 피시앤칩스 등을 선보인다. 몇년만에 다시 가보는 건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너무 격식을 차린 양식당이 아니라 그저 미국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들을 내세워 신선한 재료와 푸짐한 양, 고퀄리티의 음식으로 승부해 성공을 한 곳이다. 미국 생활을 오래 한 사장님의 입맛 때문인지 외국인들이나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우리 가족은 이 집의 인기 메뉴인 블루베리 팬케이크와 에그 베네딕트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곳도 몇 년 전과 음식이 좀 달라졌다. 하긴 레시피라도 매번 똑같을 수는 없겠지. 베이컨도 뻣뻣했고 감자는 내가 예상한 보드라운 그것이 아니었다. 껍질 좀 벗져주시지 ㅠㅠ
이건 모듬식으로 나온 건데 구운 빵, 팬케이크, 에그스크램블, 감자의 조합은 내가 주말 아침 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약간의 스킬이 필요한 에그베네딕트는 나름 알맞게 익어서 나왔는데 문제는 싱거웠다는 것! 그나마 블루베리 소스를 끼얹은 프렌치 토스트가 두툼하니 먹을 만다.
그러나 이 한 그릇의 아침식사의 가격은 수지스가 내세운 것처럼 그리 소박하지 않다. 무려 16,000원~18,000원에 육박하니 말이다. 집에서 내가 그냥 할걸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한가로움을 즐길 필요가 있으니까...
오랫만에 가 보니 내부 리모델링을 했다. 예전에는 3층에 테라스도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2층은 베이커리로 3층은 레스토랑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2층 창가로는 바깥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날씨 좋은 날 편안하게 식사하기에 좋다.
그래도 2층과 3층 창가 자리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바깥 전경이 참 평화롭다.
왜 밥은 안먹고 사진만 찍냐며 인상쓰시는 아들 ㅠㅠ
커피는 그냥 쏘소~
가을에는 따끈한 유자 레몬티가 땡기는데 말이지..
따가운 가을 햇볓이 내리쬐는 날, 가을 나들이
대한민국에서 브런치 유행이 분 지도 몇년이 지났다. 그래도 여전히 굳건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지스의 뚝심이 존경스럽다. 예전에 어메리칸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멋스러운 수시즈가 이젠 일반 레스토랑처럼 바뀌어서 조금은 서운하긴 하지만 말이다. 모든 것은 세월에 따라 변해가기 마련이다. 음식의 맛도 냄새도 그에 새겨진 우리의 추억도...
[참고: 이태원 브런치 맛집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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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 ~
인기메뉴: 블루베리팬케이크 13,000원, 오믈렛 15,000원
주차는 근처 용산구청에 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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