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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내겐 완벽한 유지태를 보고 마음을 치유하다

by 미돌11 2009.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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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금요일 밤 12시 낭독의 발견에 배우 유지태가 출현한다고 하여 달력에 동그라미를 해두었는데 깜빡 잊어버리고 지나버렸다. 뒤늦게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니 KBS에서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어서 다시 시청했다.

KBS 다시보기(화질 꽝, 속도 꽝) http://www.kbs.co.kr/1tv/sisa/nangdok/vod/index.html

그는 박노해 시인의 '다시'와 자신의 블로그 글인 '얼굴 빨개진 행복을 찾아서'와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를 낭독했다. KBS에 'TV 책을 말하다'도 폐지되어 아쉬웠는데 이런 아날로그적 프로그램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원정 아나운서와 나눈 이야기 중 일부를 발췌해보았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방송을 보면서 (마음의) 치료가 될 수 있는 방송이라면 나도 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과 보는 사람이 모두 치유되는 시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박노해의 '다시'를 접하게 된 계기는?
박노해의 '다시'라는 시로 오프닝을 장신한 유지태는 아는 화가에게 이 시집을 추천받았는데 박노해 시인의 '다시'를 읽으며 옥중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죠.

대학원에서 사회 봉사 관련 공부하고 있다는데?
배우는 작은 사람이고 자존감이 낮을 수 있다. 배우라는 화려한 직업은 대중에게 비교당하다보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를 이끈 것은 '나누는 행복'이었다. 뭔가 사회에 환원을 하고 싶어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 얽힌 추억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엄마가 혼자서 저를 키웠어요. 그래서 어렸을 적에는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았을만큼 외로웠죠.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으며 7번은 울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적 약을 잘못먹어서 엄청 뚱뚱했어요. 밖에도 잘 안 나가고 혼자 지낸 기억이 많다고 학교 뒤 국립도서관의 아동 코너를 섭렵했어요. 소설 속 주인공 '제제'와 비슷하게 일찍 철이 든 아이였어요.

나를 흔들어놓았던 책
화수분, 발가락이 닮았다. 모모 같은 책을 좋아했어요. 바스콘셀로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쟝쟈끄 상뻬 등의 작가들을 돌아가며 섭렵했어요.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나는 너무 너무 뒤늦게 철이 들었던 것 같아요"

데이트를 언제 하나요?
여자친구가 저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영화를 더 많이 봐요. 저는 얼렁뚱땅하지만 여자친구(김효진)에게 영화 감독 이름을 잘못 말했다가 망신을 당했어요...제가 상대가 안돼요~ 제가 오히려 많이 가르침을 받아요.

연인에 대해 편하게 얘기해주셔서 감사해요
만천하가 알고 있는데 뭘..요즘은 비밀이 없어요. 자기들만 비밀이지.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좋아요~

어머니와 가족에 대해서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무섭고 싫었고 오해했던 어머니. 어른이 되면서 여자로서 이해가 되었던 분이에요.
작년에 블로그에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를 보면서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어요.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고 나서 그가 블로그에 직접 쓴 글 '얼굴 빨개진 행복을 찾아서'를 낭독하면서 어느새 유지태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버지와 사별 후 40 여년 동안 억척스럽게 살아온 어머니가 부끄럽고 미웠던 시절을 고백하는 그의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다.

유지태는 지난해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 내 삶의 생각들이란 제목으로 사진과 글을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의 사진보다 글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서 '얼굴 빨개진 행복을 찾아서'라는 글은 나도 인상깊게 읽었는데 사진도 아주 수준급이다. 댓글이 100개다..흐헉...

참고로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 참 좋은 사진이 많다. 배우 소지섭, 김민선, 알렉스, 박시은, 문근영, 모델 송경아, 프로 사진 작가인 김중만, 조선희 등등 많은 유명인들의 감성 담긴 사진을 볼수 있다. 참..사진 잘 찍는 사람은 어쩜 이렇게 많은건지 ㅠㅠ 

마지막으로 쥐스켄트의 '콘트라베이스'를 낭독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연극을 하듯이 동작을 취하며 열정적으로 낭독하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지....

이제는 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초대'라는 단편영화가 경쟁 부문에 올랐다니 6월 발표를 기다려봐야지. 사진을 연결해서 만든 형식인데 엄지원과 유지태가 주연했는데 오~ 이 영화속의 폰이 프라다폰이군요 ㅎㅎ

이 프로를 보면서 나도 나이 들어서 책 읽고 사색하고 사진 찍고 블로깅하면서 늙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진다. 처음 바이준으로 데뷔했을때부터 첫눈에 그를 사랑했는데 이제 배우로서 영화 감독으로서 한 여자의 남자로서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숙하게 커가는 그가 무척 대견하다.(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유지태가 키가 크고 늘씬하고 잘 생겨서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감성이, 그리고 그의 성장과정이, 그의 외로움이 나와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인터뷰]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08113017085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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