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에 시작된 다정한 책생활 17기는 5월말 초여름에 끝이 났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매일 정해준 분량의 책을 읽고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인생의 베일은 얼핏 전형적인 불륜 서사같지만 몸 특유의 철학적 성찰, 입체적인 인물 설계, 서사를 이끌어가는 세련되고 힘 있는 인물묘사, 철학적 성찰 덕에 오래 사랑받는 작품이다.

<다정한 책생활 소개 글>
허영과 욕망의 베일을 벗고 사랑과 삶의 의미를 되짚는 러브스토리. 세 번에 걸쳐 영화화되었어요. 2007년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영화 <페인티드 베일> 원작이기도 한데요.
“마음을 얻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되지요.”
단테의 <신곡> ’연옥편‘에 등장하는 피아 이야기에 매료된 서머싯 몸이 피아를 20세기 판으로 재구성해 중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로 알려져 있어요. 몸 특유의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 탄탄한 서사와 철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문가영 배우도 좋아한다고 알려진 서머싯 몸은 다정한 책생활에서 유일하게 두 번 다룬 작가이기도 해요. <달과 6펜스>와 <면도날>, 두 번 다 무척 좋았던 작품들. <인생의 베일>은 개인적인 최애 <면도날>에 견줄만큼 추천드리는 소설입니다. 대중성과 깊이를 갖춘 몸의 대표작. 사랑으로 성장하는 봄날, 다정히 함께 읽어요.

사랑이란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던 키티가 죽음을 경험한 뒤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습에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되짚어본다.


매일 새벽마다 그날의 문장을 공유해주시는 은진님과 성실하게 여백을 채워주시는 회원들의 다정한 한마디 보탬이 모여 독서 모임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덕질하는 관점에서 "매력적인 사람 vs 진실한 사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 것도 좋았다. 난 늘 남편이 냉소적이고 지루하다고 불만이었는데 "이성적이고 한결같이 사려깊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줘서 고마웠다.


이사 후 미뤄두었던 내 독서공간도 마무리되어 만족스럽다.

✔ 인상적인 문장
그녀는 그를 단 1분 1초도 사랑한 적이 없었음을 그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음을...
오, 그가 얼마나 그를 지루하게 했는지. 지겨워! 지겨워!
그는 유머감각도 없었고 그의 건방진 우월감과 그의 차가움, 그의 자제력이 그녀는 혐오스러웠다. p.71
매력, 그 매력이란 놈은 결국 성가신 존재로 변하고 말죠.
별로 재미는 없지만 조금은 진실한 사람을 대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p.140
제가 알기론 그는 이 세상에 자신 이외는 어느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손톱만큼도 신경을 쓰는 위인이 아닙니다." p.141
"죽음은 모든 걸 무서우리만치 시시하게 만들어 버려요." p.156
"아, 난 너무 무가치하구나." "나를 경멸하나요, 월터?" "아니. 나 사진을 경멸해." "왜 스스로를 경멸하죠?"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키티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지속적인 일은 그녀의 마음을 분산시켰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시각을 접하는 것이 그녀의 상상력을 일깨웠다. p.200
모퉁이 하나만 돌면 죽음이란 놈이 감자를 땅에서 캐듯이 인명을 앗아 가며 활개를 치는 이때에 누가 몸뚱이를 더럽혔네 어쩌네 하는 것에 신경을 쓰다니 바보 같은 짓이었다. p.225
도道.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 누구는 위스키에서, 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 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곳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p.235
윌터는 상처받은 가슴 때문에 죽었어요. '죽은 건 개였다' 그게 뭐죠?
그건 <골드스미스 애가>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p.269
나는 그 애가 거침없고 솔직하길 바라요. 그 애가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독립된 인격체이길 바라고 자유로운 남자처럼 인생을 살면서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을 살기를 바라요." p.329
무엇보다 은진 님이 남겨주는 다정한 코멘트는 영혼을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기분이 들 정도로 따뜻해서 참 좋았다.
아래는 클럽장인 은진님이 다정한 대화 내용.
희연님 새벽시간에도 읽고 남겨주신 정성에 또 감사를 보내요. 독서책상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고요. 희연님만의 깊고 명쾌한 사유, 기대합니다. 모자무싸의 ‘감정 덩어리’가 정말 서머싯 몸 속 인물들과 닮아 있어요. 골라주신 문장에도 공감을 보내며. 다정한 안부도 고맙습니다.
희연님 매력적인 사람과 진실한 사람, 모자무싸와 일상 속 성찰, 책의 여정까지 진정한 깊은 독서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늘 마음으로 읽고 나눠주셔서 많이 배웁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득찬 하루, 명심할게요.
희연님 유쾌하게 읽어주셔서 더욱 감사한 마음. 주3회 매번 인증해주시는 것 같은데요. 분주한 중에도 깊고 다정한 감상 나눠주셔서 매번 반갑게 읽고 있어요. 늘 고맙습니다.
희연님, 언제나 진심이 가장 힘이 세다는 통찰에 깊게 공감합니다. 상대를 향한 미움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다는 말씀에도요. 남편 분의 손길이 닿은 그림 한 점으로 완성된 공간, 더 의미있고 아름다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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