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루키 덕후라고 자부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내 최초 대규모 기획전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 열린다는 소식에 4월부터 얼리예매한 후 5월초에 드디어 다녀왔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플랫폼엘)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준비한 놓칠 수 없는 전시회이다.

『노르웨이의 숲』, 『1Q84』 등 40여 개국 이상에서 출간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출간 작품 아카이브. 단독저서 102권, 번역 작품 105권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내가 20대 초반부터 책으로만 접했던 하루키를 음악, 영상 등의 확장된 감각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나는 참 황홀한 시간이었다. 동명의 마라톤 에세이에서 따온 전시 제목은 딱 이 전시에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내가 지난해 도쿄 여행에서 다녀온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에서 만났던 해외 출간본과 그가 운영했던 재즈 카페 ‘피터 캣’의 LP와 소장품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2025.06.03 - 도쿄 문화 예술투어 1일차 - 도쿄 미술관과 하루키 도서관

<전시공간 소개>
1. 오리지널 워크 스페이스: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에서 기증한 하루키의 의미 있는 소장품들이 공개, 그의 오랜 파트너였던 일러스트레이터 故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 200여 점이 대거 공개
2. 현대 미술의 시선: 강애란, 김찬송, 순이지, 이원우, 한경우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 5인이 각자의 고유한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하루키의 철학과 세계관 구축
3. 공감과 공유의 공간: 뮤지션 장기하, 셰프 조광효를 비롯해 하루키의 작품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한 셀럽과 일반 독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깊은 공감대를 형성
4. 예술과 패션의 경계 (아트 스토어): 전시 동선의 연장선으로 플랫폼엘을 후원하는 루이까또즈의 26SS 컬렉션과 오브제가 함께 전시

음식, 달리기, 고양이, 여행, 재즈, 위스키 등 취미 덕후였던 하루키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따라 지하 3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시장 전체가 하루키 월드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하루키가 스파게티, 오믈렛, 팬케이크는 콜라와 먹고 새하얀 두부에 생맥주 조합을 최고로 꼽았다는 것, 아식스 운동화를 신고 달렸다는 것, 티셔츠 수집을 즐겨 티셔츠를 주제로 연재를 하고 책도 냈다는 것 이런 하루키의 소소한 취향과 일상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게 바로 덕후의 맛이지.








내향인 하루키가 마음을 허락한 화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원화 200여 점도 전시 중.
2014년 세상을 떠난 안자이 미즈마루는 하루키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이자 친구로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 하루키’ 같은 일상적 장면을 그려왔다. 미즈마루는 실제로 하루키가 출전한 철인 3종 경기에 매년 동행해 그를 응원하기도 할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을 원화로 감상할 특별한 기회이다.




내 인생의 슬로건이 된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의 순간도 만화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하루키 덕후인 신성현 작가가 소설 속 배경이 될 것 일본의 곳곳을 추적해 쓴 책도 재밌었다.


재즈 마니아로 15,000여장의 LP를 소장했던 플레이 리스트도 공개했는데 마지막 지하실은 재즈카페처럼 꾸며놓아 잠시 감상하며 잠시 졸아도 좋았다.
와인과 위스키, 달리기, 티셔츠 수집가로 관련 에세이를 출간하고 아직도 음악방송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다니 놀라운 열정이다.


장기하는 자신이 밑줄치며 읽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을 소장품으로 내놓으며, ‘저와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 팬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손편지를 남겼다.
“…요즘 세상은 뭐랄까, 선택지는 많아지는데 자유로움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요. 부디 흙탕물을 가라앉히듯 가만히 나 자신을 바라보고, 깃털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자유로운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하루키의 대표작 10권의 문구를 영상과 음악으로 뽑아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멋졌다.
텍스트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입구의 아트 스토어는 그야말로 개미지옥. 엄청난 기획의 굿즈들이 유혹한다. 플랫폼 L에서 기획한 전시라고 해서 L이 루이까또즈란 걸 가서 알았는데 그래서인지 북커버, 가방 등 가죽 제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켠에는 Microsoft 365 디지털 체험존에서 Copilot을 활용해 직접 하루키에게 편지를 써보거나 북커버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존도 인기를 끌었다.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며 인생의 한 시기를 통과한 덕후들이라면, 하루키 덕후라고 자부한다면, 이제 막 하루키 세계로 들어선 초심자이자 입문자라면 귀한 전시를 놓치지 마시길.
📍 예매 : 플랫폼엘, NOL티켓
🕘2026.03.27 – 08.02(월 휴무)
⏰ 11:00 ~ 20:00
@the_haruki_murakami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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