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est Recipe

프랑스 가정식 체험 '르쉐프 블루 코리아'의 맛 콘서트

by 미돌11 2015. 9. 16.
반응형

얼마전 영화 <심야식당>을 보고 늦은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뚝딱 만들어주고 그들의 사연을 묵묵히 들어주는 '마스터'에 홀랑 빠져버렸다. 때로는 카레라이스, 때로는 된장국, 때로는 마밥, 때로는 국수 같이 소박한 음식들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말보다 더 큰 위로와 힘을 주었던 음식의 힘에 퍽이나 공감을 하게된 영화였다.

우리도 어린 시절 추억의 대부분은 엄마의 음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엄마의 비밀 무기는 고디국, 추어탕, 김치, 콩잎김치, 직접 밀어주신 손칼국수와 자장면 같은 것들....... 엄마를 추억하면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먹는 것에 의미를 두기는 프랑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음식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 하지만 우리에게 프렌치 레스토랑은 먼가 우아를 떨어야 하는 고급 레스토랑의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주말 오랜 페이스북 친구인 최정희 님이 초대해 가보게 된 방배동 프렌치 레스토랑 '르쉐프 블루 코리아'. 으리으리한 스타쉐프의 멋진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작은 공간에서 뿜어져나오는 분위기는 마치 프랑스 가정에 초대받은 소박한 느낌이었다.  

이곳에서의 나는 마치 '마스터' 대신 프렌치 쉐프 '로랭'이 요리하는 심야식당의 한 자리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편안하고 친구같은 느낌을 받았다. 실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 '로랭'의 아내이지 요리 칼럼니스트 이미령 님의 글을 보니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져 링크 공유한다.
     
http://cardifkorea.blog.me/220291857254


 CANON 100D Lens 18~55mm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반가운 모임이 시작된다. 한켠에 무심히 놓인 와인병과 국화꽃 장식 양초가 멋스럽다. 

왼쪽의 로랭 쉐프와 가운데 두명의 제자 쉐프님들. 열 여덟의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길을 찾은 기특한 청년들..

안방마님 이미령 씨가 손님들을 맞으며 일일히 인사를 한다. 그녀의 활기찬 에너지가 전해진다. 

가지런히 놓여진 정갈한 커트러리와 물잔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일까... 


오늘 자리를 위해 전라도 진안에서 귀한 식재료를 공수해주신 낭만 농부 김영일 대표님과 이미령 대표가 오늘의 메뉴 구성에 대해 브리핑을 해준다.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맛 콘서트'의 의의에 대해서 잘 알게 된 친절한 설명..어쩜 다들 이리도 말씀을 잘 하시는지 ㅋㅋ 

오늘의 쉐프, 로랭도 한마디 하고 옆에서 늘 통역을 해주시는 이미령 대표. 두 부부는 영국 유학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드디어 시작된 오늘의 요리. 사실 적어두지 않아 음식명을 다 모른다는 것이 함정이다. 메뉴판을 찍어왔지만 불어라 해독불가 ㅠ

주워들은 설명으로 말씀드리자면, 닭육수를 푹 우린 꽁소메와 식전 에피타이저. 매운 고추를 다져 빵위에 올렸는데 맛이 독특했다.

내가 좋아하는 수란. 집에서 늘 실패하는데 아주 예쁜 모양으로 닭육수위에 깔끔하에 올라앉은 모습. 


오늘의 메인 디시는 최소 8개월에서 2년간 직접 키운 닭으로 푸욱 국물을 우려내고 단호박과 버섯 등과 함께 치킨 요리를 내놓았다.  

농장에서 풀어 키워 그런지 불필요한 기름 없이 날씬했다며 로랭이 연신 감탄했다고 했다. 몰랐는데 우리가 먹는 닭은 보통 60일정도 급하게 키운 닭이라 국물을 낼수가 없다는데 이렇게 1년 이상 키운 닭이라야 제대로 된 꽁소메를 만들 수 있단다. 

청토마토와 치즈로 만든 샐러드가 메인 요리 다음에 나온게 독특한 경험. 청토마토로 만든 잼의 맛도 무척 신선했다.

청무화과를 와인에 프랑스식으로 푹 절인다음 블루베리와 함께 내놓은 디저트. 맛도 비주얼도 무화과의 식감도 정말 훌륭했다.
식재료를 존중하는 요리를 지향하는 로랭 쉐프는 이 식재료를 받아들고 어린아이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오늘 요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영일 대표님과 한 팬의 만남. 어찌나 다정해보이시던지 ^^ 


이 날 모임은 <맛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매달 10명~2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음식과 좋은 먹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의사, 기자, 기업체, 자동차 회사,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식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한의사, 치과의사, 피부과 등 세명의 의사분이 참석해서 건강과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며,한의학에서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하여 약과 먹거리를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좋은 말씀도 들었다.  

 

로랭 쉐프와 영쉐프들의 훈훈한 모습. 모두 자신의 제자들인데 이들도 돌아가면서 소감을 한마디씩 하는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제 경우 18~20세 미만의 어린 친구들인데 자신의 길을 벌써 찾아서 정진하는 모습이 무척 기특해 보였다. 

"음식을 앞에 놓고 웃으면 건강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과 행복한 웃음을 나누고 나니 저마저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낯선 자리에 기꺼히 초대해 주시고 격의없이 대해주신 페친 최정희 이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날 초대해주신 최상희 이사님과 조카님. 식구처럼 밥을 먹으며 맺은 인연이 무척 놀랍고 신기하다.
좋은 음식은 조금 먹으면 약이되고 더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다. 이제 우리 나이에는 과식이나 성인병 등을 조심해야 하는데 나보다 남편이 정말 걱정인데 잘 챙기지 못해 늘 마음 한 켠이 불안하다.

평소 아이에게 주는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도 주위에서 좋은 식재료를 구하려면 품이 엄청 많이 든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바쁜 워킹맘은 꾸러미라도 신청해볼까 ㅠㅠ)  이날도 치킨을 시켜먹는다는 남편과 아들을 집에 두고 온 것이 내심 찔려서 ㅠ 다음에는 꼭 가족과 함께 가기라 다짐해 본다. 

오늘 서로 처음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어쩜 모두 그렇게 상냥하고 친절하고 빛나보이던지...요리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주보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 그 자체로 정말 행복한 저녁시간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 김영일 대표님이 그날 직접 찧으셨다는 쌀 한봉투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을 저녁..오랫만에 공기가 참 상쾌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