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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최종병기-활, 심장이 뛰는 팽팽한 액션 사극의 쾌감

by 미돌11 201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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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를 고르는 2가지 기준은 감독과 배우다. 그 중에서도 한번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는 쭈욱 보는 편이다.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도 박해일 때문이다. 신인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하면서 와이키키 브라더스, 살인의 추억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가더니 2003년 질투는 나의 힘과 국화꽃 향기에서 지고지순한 순수 청년역을 거쳐 2005년 연애의 목적에서는 느물느물한 속물 청년으로 변신하더니 2006년 괴물을 거친 후에는 극락도 살인사건, 모던보이, 이끼, 심장이 뛴다까지 주연으로 부쩍 성장했다. 최근의 주연작에서는 확실히 남성미가 물씬 풍기고 선이 굵어지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를 인식하게 된 것은 아마 살인의 추억에서 살인범으로 의심받는 음울한 캐릭터의 청년으로 분한 다음인듯하다. 호감을 가진건 연애의 목적 이후다. 어떤 영화에서든 박해일의 존재감은 처음에는 매우 희미하다가 점점 선이 잡히는 느낌이 든다. 77년생인데 무려 23편의 많은 영화들에 빠짐없이 출현한 충무로가 사랑하는 다작배우인데도 의외로 브라운관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개성이 있는듯 없는듯 도화지 같아서 어떤 역을 맡기더라도 그 역의 주인공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묘한 재주가 있다. 박해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영화 속 캐릭터가 된다. 순수하다가 귀엽다가 느물거리다 야비하다가 속물스럽다가 강인한 남성미도 풍긴다. 그건 그렇고 나모르게 언제 결혼을 하고 애를 낳은거지 ㅠㅠ


이번 최종병기 '활'은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호흡을 맞춘 김한민 감독과 다시 만났다. 최종병기 - 활의 스토리는 무척 단순하다. 역적의 자식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남이는 누이를 끝까지 지켜주라는 아버지의 유언만 가슴에 품은 채 활 쏘기에만 관심을 가진채 한량처럼 목표없이 살아간다. 그러던 차 자신을 거둔 김무선(이경영)의 아들인 서군(김무열)과 여동생 자인의 혼삿날 청나라 군대가 들이닥쳐 김무선이 죽음을 맞게 된고 서군과 자인은 청나라로 끌려가게 된다.

바로 1636년(인조) 병자호란. 결혼식을 하다가 지축이 흔들리는 말발굽소리에 무방비상태로 무려 50만의 조선 백성들이 목에 줄을 감긴 채 당으로 끌려가야했던 가슴 아픈 치욕의 역사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서 남이는 괴물에서처럼 뛰고 또 뛴다. 어쩜 그리 잘 뛰는지...임금도 무릎을 꿇고 굴욕을 당하고 백성을 지켜내지 못한 병자호란 시절에, 남이는 동생을 구하려 조선 땅을 떠나 압록강을 건너 만주까지 날아간다. '반드시 살아돌아온다'는 그의 집념은 끝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백성을 버린 임금은 이미 임금이 아니다'고 말한 남이의 말도 가슴에 박힌다.
 

 - <최종병기 활> 두 주인공 류승룡·박해일 - (사진 시네21)

백해일은 한국형 곡사(화살이 방향을 알수 없도록 꼬아서 활을 쏘는 방식)와 류승룡의 육중한 파괴력을 가진 육량시라는 활로 누이와 전우를 지켜내기 위해 정면 충돌하는 힘이 넘치는 액션영화다. 칼이나 총보다는 속도감있는 활의 모습을 잘 나타내기 위해 감독이 무던히 애쓴 흔적이 보인다. 영화를 보기전까지 도대체 '활'로 어떻게 액션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박해일은 활쏘기나 말을 타는 장면도 대역없이 직접 소화하느라 낙마를 하기도 했다고 하고 자인 역의 문채원도 직접 활을 쏘거나 말을 타고 칼을 쓰고 땅에 질질 끌려가느라 참 고생이 많더군. 류승룡의 카리스마는 두말하면 잔소리.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진게 아무리 무관의 딸이라고 해도 저 시대에 여성이 무술을 익히는게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실제 사료를 보면 그런 증거가 남아 있다고 한다.)

활시위를 당길때 한번 비틀어 꼬는 소리와 시위를 떠나 날아가는 활의 소리, 집중할 때의 정적, 흔들리는 눈빛, 화살이 명중할 때의 파열음의 사운드가 아직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슝~~ 타악!!!하고 말이다.

이번 광복절 황금연휴에 사람들이 찾는 영화는 '최종병기-활'과 '블라인드'의 박빙으로 압축됐다. 그 중 활은 6일만에 무려 16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단다. 나는 타임스퀘어 CGV의 560석이 넘는 상영관에서 맨 오른쪽 끝자리에서 봤는데 한자리도 빠짐없이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이 스크린에 온전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쫘악 돋는 기분이 들었다. 배우나 감독의 기분이 느끼는 전율이 이런거겠지? ^^

감독이나 박해일이나 모두 사극은 처음이라는데 느낌이 좋다. 두 남자 주인공의 팽팽한 힘의 대결도 좋고, 액션 영화의 단순한 드라마가 액션을 더욱 살려주어 좋고, 활이라는 신선한 소재의 액션 장르에 박진감 넘치는 화면 구성으로 일단 흥행에 성공한듯 보인다. 별 다섯개 중 4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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