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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이 하루키에게 꼭 배워야 할 덕목

by 미돌11 2009.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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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부모가 둘 다 국어교사라서였는지 어렸을 적부터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생계를 위해 재즈 카페를 몇 해 동안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스물 아홉이 되던 해 어느 날 야구 경기장에서 문득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운명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길로 문구점에서 만년필과 원고지를 사서 한밤중에 부엌 테이블에 앉아 매일 조금씩 문장을 써내려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군조(群像)』지의 신인 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등단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서른 두 살부터 카페 문을 닫고 전업 작가를 하게 되면서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금욕적이고 절제된 생활로 바뀌었다.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한 덕에 마라톤 풀코스를 뛸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 산책하고 마당에 먹거리를 심고 클래식 음악을 열심히 들었다. 유명 작가가 된 후에도 원고를 쓰고 조깅을 하고, 하루 일과를 부지런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게 된다.
 
열정과 근성을 가진 소설가, 하루키

마라톤 하는 하루키

그림: 안자이 미즈마루

보통의 소설가나 문학가들이 골방에 틀어박혀 줄담배를 피워대며 두분불출하는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짧은 러닝팬츠를 입고 마라톤을 하는 소설가란 아무래도 좀 상상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나도 처음에는 마라톤을 하는 하루키가 좀 생뚱맞아보이고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마라톤에 대한 하루키의 인터뷰를 보면 "소설을 쓰는 과정이란 정말 머리 속이 하얗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고 고된 작업이며 대단한 체력과 인내력이 요구된다. 모처럼 소설가가 되었으니 끝까지 해낼 수밖에 없다고 작정한 그 무렵에, 그렇다면 체력과 인내력을 키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했다. 그것이 달리기였다."고 말한 것을 보고 조금 이해가 갔다.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거의 30년동안을 일주일에 엿새, 하루 평균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한다. 일년에 달리기를 쉰 날은 불과 며칠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끈기가 정말 대단하다. 그가『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에서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마라톤을 선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글이 확실히 초반보다는 운동을 하고 난 후반의 것이 더 유쾌하고 건강하다고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수도 있지만. 

끈기있는, 오래가는 블로거가 되자
하루키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마라톤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블로그와 마라톤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블로그는 생활의 기록이므로 매일 매일 조금씩 조금씩 로그를 쌓아가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성공적인 블로그 운영 방법에 꼭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꾸준하라'라는 덕목이다. 잠깐의 방문자 증가에 현혹되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체력을 비축해가면서 꾸준히 정진하다보면 어느 날 본인도 모르게 어떤 경지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성해야한다는 면에서 작가들과 작업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독자를 의식해야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블로거들도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앎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블로그를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도 한다.

풀 타임 블로거라면 수익 창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직업이 있는 블로거라면 나름대로 자신만의시간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한 두달이 아니라 수 년 이상의 기간을 목표로 관심 주제에 대한 애정을 갖고 끈기 있게 꾸준히 블로깅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웃 블로거인 레이님이 '블로그는 무조건 오래하는 것이 장땡이죠'라는 말을 했는데 그만큼 초기에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 중에 아직도 지속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매일 매일 블로그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과 끈기를 가지는 것, 이것이 프로작가인 하루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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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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