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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간에 대한 희망 - 행복의 건축

by 미돌11 2009.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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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만들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의 책 '행복의 건축'이란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으잉~ 철학한 사람이 뜬금없이 무슨 건축이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건축의 기술이 아닌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았을때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철학과 미학은 서로 일맥 상통하는 것인가?

카스틸리오네거리, 파리 1802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했을 때,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고 부른다.
보통은 집이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라고 말한다. 삶이 피할 수 없는 고난이며 저주받은 시간이라면 집은 그 고난에 대한 따뜻한 보상이며 저주받은 시간들에 대한 위로인 셈이다.

한국은 주로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지어주는 대로 그냥 들어가 살지만 외국의 경우 단독 주택을 지어서 사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고찰도 하게 되는건가보다 생각한다.
 
언젠가 TV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집을 지어서(수 년동안 공 들여서) 지인들을 초대하여 파티(집들이)를 하는 모습을 보곤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나도 나이가 들면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집을 한번 지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작지만 아담한 잔디 정원이 있고, 1층에는 통창으로 넓은 거실과 8인용 식탁이 있고 2층에는 조용한 서재와 침실, 테라스가 있는 그런 집 말이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의,식,주의 욕망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조건에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본능과 자신을 표현하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집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 책은 가볍게 집어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두께와 소재의 책이지만 사진이 많고 사례가 풍부하여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주변의 소품이나 건물 하나도 허투로 지나치는 법 없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집과 주변 사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재주와 점잖은 위트를 가진 알랭 드 보통의 재주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대화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결국 슬픔을 아는 것이 건축을 감상하는 특별한 선행조건이 되는 것이다. 다른 조건들은 옆으로 밀어놓더라도, 우선 약간은 슬퍼야 건물들이 제대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다. P.24~P.27

건물은 말을 한다. 그것도 쉽게 분별할 수 있는 주제들에 관해 말을 한다. 건물은 민주주의나 귀족주의, 개방성이나 오만, 환영이나 위협, 미래에 대한 공감이나 과거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한다. P.77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는 스탕달의 경구는 우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미학에 관한 학문적 몰두와 구별하고, 대신 그것을 우리가 전인으로서 윤택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특질들과 통합해주는 미덕이 있다. 행복의 추구가 우리 삶의 밑바닥에 있는 과제라면, 그것은 아름다움이 암시하는 핵심적 주제일 수밖에 없다. P.104

 우리는 가끔 남들 앞에서 우리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집을 한번 지어볼까 하다가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중략)  말과는 다른 기록을 하여, 사물, 색채, 벽돌의 언어를 통하여 세상에 우리 자신을 밝히고 싶은 갈망.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싶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도 일깨우고 싶은 야망. P.132
행복의 건축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이레,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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