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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2.0

네이버에는 파워 블로그가 살고 있는가

by 미돌11 2008.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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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홈을 개편하고 지난 8월 12일 네이버 블로거 외 설치 블로거들을 모두 초청하여 간담회를 열었다. 요즘 블로거 간담회가 정말 유행이긴 한가보다. 시즌 2 개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블로그 홈 개편한 것이 뭐 그리 뉴스 꺼리인지 몰라도 폐쇄성으로 지탄을 받아온 네이버가 대화 채널을 열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가상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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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놓은 '야심찬 무기'를 살펴보면, 투데이토픽, 이웃 새글 보기, 주제별 글보기, 파워블로거 소개, 내가 공감한 글 다시 보기, 독립 도메인 제공 기능이 눈에 띈다. 많은 부분 독립 블로거를 의식하고 참고한 것이 눈에 보인다. 다만, 이웃 새글 업데이트는 기존 독립형 블로그에서는 없는 네이버만의 강력한 기능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선정을 진행했다는 파워블로거 소개 코너가 아직 '준비 중'이라 앞으로 기대(?)된다. 그간 포털 블로그와 설치 블로그 사이의 간극을 메울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여전히 생활, 문화 중심이 강세인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는 타사 파워 블로거의 정량적 통계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 네이버 내에서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블로거 90만 명 중 총 1만 3000명의 파워블로거 후보를 도출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네이버가 고르고 고른 파워 블로거는 '2000여명'이라고 하는데 1위인 여행, 요리, 일상 기록이 압도적이고 그밖에 생활, 인테리어(DIY), 일본 관련, 연예인 주제도 많다고 한다. 네이버 메인에 끊임없이 등장하던 그 컨텐츠들의 실체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타사 설치 블로거는 IT 분야가 압도적이고 정치, 사회 비평 블로거, 일상 블로거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특정 포털의 정책이나 방침, 저작권, 개인 표현의 자유 등이 구속되고 제한되는 반면, 독립형 블로그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이유가 클 것이다.(최근 티스토리 레진 사태를 보면 이 또한 안전하지 않지만.)
 
파워블로거는 어디에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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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림(출처:피알원)에서도 볼수 있듯이 수 적으로 블로그의 갯수는 압도적으로 네이버가 많다. 그러나 인구에 회자되거나 내 RSS를 채우고 있는 블로거 중에 네이버 블로거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네이버 블로그의 적은 자체 생성한 콘텐츠보다는 펌질로 인한 때우기로 운영되는 블로그 문화다. 나만 해도 수년전 개설해 놓고 스크랩한 자료 창고로만 활용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국가적인 자원 낭비인가.

네이버의 블로거들이 얻은 트래픽은 개인의 파워가 아닌 네이버에 종속되어 있다. 네이버가 원하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종속된 사용자들은 네이버에 블로그 둥지를 틀고 검색 트래픽에 만족해하고, 메인에 게재되어 트래픽 폭탄이라도 맞으면 행복해하는 샛방살이 신세일 뿐이다.

한겨레(조현 등)를 비롯한 신문사 뿐만 아니라 각 계의 기자(이동진,민훈기, 김형준박문성, 최원창(JES), 소설가(박범신), 연예인 등 가리지 않고 독점 컨텐츠 계약을 맺는 모습도 콘텐츠 하청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독점이라 함은 네이버에서만 그 콘텐츠를 공급하고 타 검색엔진에서조차 이 독점 콘텐츠는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함.)

초점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네이버의 폐쇄성은 검색 정책에서 잘 나타난다. 구글 검색 로봇의 접근을 차단하고,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자사 블로그만 '블로그' 카테고리에 나오고 타사 블로그는 맨 아래 '웹페이지'에 나온다. 이런 악질적인 폐쇄 정책을 먼저 개선하지 않는 이상 네이버의 개방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네이버 블로거에게는'파워'가 없다
네이버 블로그는 일단 만들기 쉽고 진입 장벽이 없다. 조금은 어렵고 여전히 초대장이 있어야 진입 가능한 독립형 블로그보다 일반인들에게 네이버가 더 친근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블로깅 기술이 무엇인지, 플랫폼의 차이가 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없고, 그저 네이버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용할 줄은 아는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람들이다. 의외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도 하다.  

네이버 블로그의 콘텐츠는 요리, 여행, 영화, 책, 연예 등 일상 잡기에 치우친 콘텐츠 편중 현상도 지나치게 네이버를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있다. 잘 다듬어져 눈에 달콤한 '정제된 정보'는 있되 '관점이 담긴 견해'가 없다. 퍼간다는 댓글은 있되, 서로의 의견에 대해 트랙백을 보내는 행위도 거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네이버 유명 블로거는 아래 정도이다. 모두 일반인이자 특정 분야의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분들이거나 소박한 생활인들이다. 이 정도면 파워 블로거라 칭할 만하지만 아쉽게도 네이버에는 그리 많지 않다.

시골의사 블로그.. - 의사 박경철, 투자 전문 칼럼 기고, 책 발행
Juneeeeee님의 블로그 - 건축가 황준의 블로그
다초리의 숲속 여행 - 곤충 거미 등
풀각시 뜨락
- 시골 생활, 60대 아주머니, 책 발행

                            ▽ 아래 왼쪽 시골의사 블로그 박경철님, 우측 풀각시님의 책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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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이 영향력?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블로그를 어느 기간 해 온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블로그 순위가 궁금할 것이다. 블로그의 영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트래픽? 댓글? 온라인 네트워크? 참조 링크수? 외부 링크?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방문자수다.
최근에는 블로그 영향력을 측정해보는 다양한 툴들이 소개되고 있다. 구글의 페이지랭크는 기본적으로 백링크(자신을 향하는 링크)의 갯수와 백링크 페이지랭크의 가중치를 기준으로 1~10까지의 순위를 매기고 있어 꽤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물론 약간의 반론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방문자 수가 곧 영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블로그가 영향력을 가지려면 방문자들에게 우선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무기로 한 '깊이 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한다. 이것은 곧 1인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단순히 볼 만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남의 글을 스크랩하거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리는 것으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전문 블로그 플랫폼의 영향으로 네이버가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상하다. 그러나 자신들의 플랫폼을 고수하기보다 보다 많은 블로거들이 마음 편히 블로깅을 하고 콘텐츠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블로거들이 진정 무엇을 개방하기를 원하는 지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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