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준공을 마친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창담동의 랜드마크라 할 정도로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송은문화재단은 에너지 기업인 삼탄 산하로 1989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숨어 있는 소나무라는 뜻을 가진 ‘송은(松隱)이라는 이름에 따라 2001년 송은미술대상을 제정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업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설계한 소나무 패턴의 거대한 노출콘크리트 외관과 건물 내부의 나선형 계단 공간이 인상 깊은 건물이다. 건축가들이 꼽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건축물 자체가 중요한 전시물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이다.
두 건축가는 1978년 바젤에서 설립한 헤르조그 & 드 뫼롱(HdM)은 박물관, 경기장, 병원 등 여러 공공시설 설계로 인정받고 있으며 런던 테이트 모던, 도쿄 프라다 아오야마,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등의 프로젝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송은 신사옥은 마치 제도자의 옆날처럼 날카롭고 기하학적이며 미니멀한 일체형 구조를 지녔지만, 청담대로의 다른 건축물들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듯하면서도 조화롭게 디자인되었다. 콘크리트 등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여 다른 방식을 연구해 무늬와 질감(송은 신사옥 프로젝트의 나무 질감의 콘크리트, 에베르스발데 고등기술학교 도서관의 건물 외벽 실크 스크린 등)을 입혀 물성이 갖은 견고함과 동시에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이나 차가운 물성이 따뜻함을 지니는 효과를 끌어내는 효과를 준다.
콘크리트 외벽은 목판 거푸집을 사용해 질감을 표현한 ‘숨어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松隱)’에서 영감을 받아 콘크리트 표면에 목판의 문양과 결을 새겨넣어 건축물의 부피에 촉감을 더했다고.
현재 스웨덴 듀오 아티스트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와 한스 버그(Hans Berg)의 개인전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 열리는 청담동 전시회에 다녀왔다.
청담대로의 북적이는 분위기와 단절되도록 설계된 인도와 건물 뒷편에는 작은 정원도 있어 밀폐된 공간이지만 동시에 열린 공간처럼 느껴진다.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나선형 계단이 매우 인상적이며 이 다음 공간은 프로젝터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
-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와 한스 버그(Hans Berg)의 개인전
📍일정 : 5/17~7/13
📍무료 도슨트 투어 : 11시, 12시, 15시, 16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월-토 11:00-18:30, 일요일 휴무
@songeun_official
스웨덴 듀오 아티스트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와 한스 버그(Hans Berg)의 개인전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은 2009년 프라다 트랜스포머에서 열린 《Turn into Me》 이후 15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전시로, 마리오 메이네티(Mario Mainetti)가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한다.
클레이 피규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비디오 작업을 전개하는 나탈리 뒤버그와 사운드 트랙을 만드는 한스 버그는 인간의 동물적인 욕망을 다루며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이들이 송은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구성과 신작을 내놓았다. 애니메이션 영상이 전시의 주를 이루지만 사운드, 조각, 상, 그리고 설치로 확장해 이들이 만든 환상적인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 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린 목탄화들이 최초로 공개되어 있는 2층 라운지 공간이 나타난다. 전시 중인 목탄 애니메이션 작품 〈Like Beads on a String〉 (2022)의 원화를 비롯해 이번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않은 작품 〈Untitled〉 (2023)의 원화,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버그의 이전 전시들의 도록을 볼 수 있어 작가들의 작품 제작 과정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네이버 예약을 하면 도슨트 설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꼭 사전 예약하시기 바란다. ( 바로 가기 )
*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11시, 14시, 15시, 16시에 진행됩니다.
‹The Enchanted Garden›(2024)연작은 창밖의 실제 나무와 조화와 대비를 오가며 낯선 세계의 생경한 느낌을 더합니다.
<The Enchanted Garden>(2024) 연작은 숲에 서려있는 다양한 문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인간과 숲은 복잡한 역학 관계를 바탕으로 공존하며 살아갑니다. 숲은 산소, 목재와 같은 필수 자원을 인간에게 제공하고 생물다양성의 기반이 되어 지구상에서 생명이 꺼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와 동시에 인간은 산림을 파괴하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붕괴시키고 기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숲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거슬러 올라가 초창기 문명 사회는 숲에서 식량을 조달했고 피난처로 사용하기도 하면서 정신적인 유대를 맺었고, 이를 민속문화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의인화된 동물과 오브제가 많이 등장하는데 <Dark Side of the Moon>(2017)은 말하는 집, 담배 피는 늑대, 어린 소녀, 뚱뚱한 돼지, 춤추는 달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그늘진 숲을 배경으로 설정된다. 주인공 무리가 잃어버린 순수한, 호기심, 탐욕이라는 주제로 열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금기시된 호기심을 탐닉하는 불안정한 분위기가 음악과 함께 화면 전반을 휘감는다.
아름답지만 기괴한 작품과 사운드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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