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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직면하는 용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by 미돌11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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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독서모임 선정도서인 최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리는 데 특출한 감각을 갖고 인물의 내밀하고 미세한 감정의 미묘한 파동이 만들어내며, 나아가 용산사태, 여성폭력, 청소년 성착취 등 사회구조적인 현실의 문제에 용감하게 맞서는 이야기이다. 

- 참석자 모두 서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 특히 좋았음.
- 전반적으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드러나는 것 같다.
- 나의 결핍(가난은 죄)에 감사하고 조금씩 치유하고자 하는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인생은 SNS의 편집된 화려한 삶이 아닌 빛과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일이다.
- '돌봄' 3부작인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정상가족’이 아닌 '유사부모'의 역할을 해준 이들에게 돌봄 활동이 평가절하되는 시대에 의존하는 경험을 귀하게 묘사함.

 

✅ 인상적인구절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용산 참사에 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44쪽)

「일 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걸어잠그는 '직장동료와의 선넘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 '제 모습을 드러내던 마음' 같은 작고 연약한 면을 기민하게 포착한 수작. 

“서운하다는 감정은 폭력적인데가 있으니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115쪽)

「이모에게」


「답신」
완강한 폭력에 시달리는 언니의 사랑에 대한 '나'의 응답으로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글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어 무기력해진 언니를 대신해 주체적으로 맞서는 동생의 용기에 울었다. 

“나는 영원히 널 사랑할거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마음 깊은 곳 사랑한 언니의 자식이기 때문에, 네가 항상 안전하기를, 너에게 맞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랬어.”(179쪽)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가장 복잡하면서 어려운 모녀 관계와 홍콩의 돌봄 노동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 
홍콩에 살고 있는 작은딸 ‘우경’과 엄마인 '기남'과 일곱 살의 손자 ‘마이클’의 혈육의 정이 뭉클함. 


마이클이 다가와 앉더니 마치 기남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워도 돼요. 부끄러운 건 귀여워요”(318쪽) 


“너무 다정한 건 나쁜 거래요.”
마이클은 자신을 몰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애가 오히려 자신보다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건 무슨 이유였을까.”(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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