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동유럽 4개국(하나는 찍고 지나는거라 실질적으론 3개국)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때는 바야흐로 몸과 마음이 지친 3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한주간의 피로를 TV 프로그램 시청으로 달래는 나에게 채핑으로 딱 걸린 인터파크 동유럽 홈쇼핑 상품! 시간 없고 바쁜 우리가족에겐 패키지가 딱임을 몇차례 경험으로 체득한 터였다.
그래 이거야!!! 8일이면 내가 최대한 낼 수 있는 리프레시 휴가잖아!! 6월에 떠나는거야!
전화예약은 했지만 사실 정말로 갈거라는 생각은 많지 않았다. 결재 후에도 출발 한달 전에는 100% 환불이 되는 장점이 있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취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무사히 동유럽으로 출발했다.
역시 여행은 미리 질러놓으면 가게 된다더니 앞으로는 연간 여행 플랜을 미리 세워서 예약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
암튼 이번 여행은 (서유럽에 비해) 크게 코피 터지지 않는 강도의 일정에 비가 하루도 오지 않는 완벽한 날씨에 아무도 우리를 붙잡지 않는 변수제로의 주위 환경이 도와준 100% 완벽한 시간이었다.
자, 그럼 한번 낭만과 역사의 향기로 힐링 가득한 동유럽 4개국으로 한번 떠나볼까나?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와 면해있어 서유럽과 동유럽의 관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중앙유럽이 맞을 것 같다. 1차대전에 패전한 후 유럽 국제기구 유치와 문화예술 유산, 알프스를 비롯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관광대국으로 성장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여름별장, 쉰브룬 궁전
쉰브룬 궁전은 18세기부터 1918년까지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뛰어난 장식 예술품이 가득한 쉰브룬 궁전은 세계 최초의 동물원(1752)이 있는 바로크 양식의 정원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쇤브룬 궁전과 정원은 17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기까지 유럽 역사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강력한 위력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유럽의 영토 절반을 차지했던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국이 1차대전 패전 후 오늘날의 경제적 부흥과 문화적 토양을 갖추는데 음악과 미술을 장려해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겼다. 이 왕조가 거의 거의 600년간 이어졌다니 마치 이씨 조선과 비슷한 흥망성쇄를 거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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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원본을 만날 수 있는 벨베데레 궁전
벨베데러 궁전은 오이겐 폰 사보이 공(Eugen von Savoyen)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하던 궁전으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궁전으로 대표적 바로크 건축물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벨베데레 궁전은 이탈리아 어로 전망이 좋다는 뜻으로 궁전 테라스에서 보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프랑스식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오스트리아가 낳은 화가 클림튼의 오리지널 진본 그림들로 가득가득하다. 그림에 금박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엄청난 크기의 실물 <키스>는 물론 <키스(The Kiss)>, <유디트 Ⅰ(Judith I)>, 인상주의 그림들까지! 세계에서 두번째 비싼 이 그림을 실물로 본 것만으로도 오스트리아까지 힘들게 온 보람이 있구나. 그의 제자 에곤 쉴레의 그림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베스트오퍼 속 한 장면 같은 느낌. 무엇보다 내부가 모두 촬영가능해 감사할 따름이었다.
클림트에게 수학한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걸작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나 <포옹(The Embrace)>,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의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회화 작품 외에 독일 조각가인 프란츠 메서슈미트의 찌푸린 얼굴을 주제로 한 두상 연작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집 거실에 걸린 클림트의 <키스> 진본을 볼줄이야. 세로형이 아니라 정사각형 그림이었구나....뭐랄까 실제로 본 느낌은 금을 쫘악 깔아서 그런가 좀 더 화려하게 반짝이는 느낌이었다.
모짜르트와 소금의 도시 찰츠부르크
호엔짤츠부르크 성 전망대에 올라 구시가지도 한눈에 내려다보고. 도시 최초의 카페는 대를 물려 성업 중이다. 손 대는 벽돌 하나가 보통 500~600년전 유적이라니 대단한 역사를 가진 곳이다.
모짜르트 생가와 예쁜 간판이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 모차르트가 태어나 17년간이나 살았던 집은 노란색 외관으로 눈에 잘 띄는 5층 건물로 1층은 상가, 3층과 4층을 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던 바이올린, 건반 악기, 악보, 초상화 등이 전시되어 있고 가족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등이 유품으로 남아 있다.
브랜드 이름 대신 그림으로 만든 개성 있는 철제 세공 간판
카페와 레스토랑, 상점이 늘어선 구시가의 대표적인 번화가이므로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좁고 긴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개성 있는 철제 세공 간판이 걸려 있어 간판 구경만 해도 흥미롭다. 문맹이 많던 중세 시대에 글을 잘 모르는 사람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간판에 글 대신 그림을 넣은 것이라는데 열쇠집, 빵집 등의 그림이 예술적인 느낌마저 든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TOD, H&M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조차도 동참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그림 같은 할슈타트 호수 마을
예전에 소금을 캐는 광산이던 마을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후 관광지로 변모한 곳. 마을이 이쁘긴한데 중국인들이 느무 많아서 아쉬웠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중국상류층을 위해 똑같은 마을을 만들어 분양한다니 스케일 쩐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 세인트 길겐
사운드 오브 뮤직의 피크닉 씬이 촬영된 아름다운 호수마을 세인트 길겐. 6월의 푸르른 계절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1900미터 산꼭대기에서 커피 한잔하고 싶었으나 아쉬움만 남기고 하산했다. 환상적인 날씨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풍경이었다.
호수가 아름다운 마을, 몬드세에서 뱃놀이. 이 근처가 사운드오브 뮤직의 촬영장소였던 곳인데 유람선으로 한바퀴 도는데 1시간이 못걸린다.
# 체코
체코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89년에야 자유를 얻어 이제 떠오르는 여행지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만 12개일 정도로 도시 전체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로 지정된만큼 카메라를 갖다대기만 해도 모두 작품인 도시이다.
'체코의 오솔길' 체스키크롬로프
'체코의 오솔길'이란 이름의 체스키크롬로프는 13세기에 조성된 중세도시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사진만 보면 영화세트장인줄
✨ 한편으론 관광목적으로 도시가 모두 400년 전에 머물러있다는 것도이 좀 괴기스러운 느낌도 들기도 했지만 -,.-
역사와 낭만의 도시 프라하
온 도시가 문화재로 보존 중인 프라하 역사지구.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4세가 만든 프라하 성, 성 비투스 성당, 카를교 등 프라하 구시가지는 600년 전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도시 전체가 역사 자원인셈이다. 고풍스런 오래된 건물들은 인형가게 기념품가게 카페 맥주집 등이 즐비해 잘 관리된 모습이다.
해질 무렵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의 사람들. 거리에는 모짜르트 극장과 노천카페와 공연자들 등 많은 사람들로 넘치는 활기와 에너지가 좋다. 체코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현장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도 든다.
프라하에 한번도 안왔다는 존 레논의 벽. 공산주의에서 투쟁하던 프라하 시민들이 평화의 상징인 존을 기리는 낙서를 대사관 벽에 겹겹이 덧칠해 자연스럽게 만든 벽화란다. 존 레논도 체코인들도 모두 부디 Peace.
연인들의 필수 코스는 까를교는 정말 가이드북에 나온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촬영장소인 이 다리는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때문인지 사람이 너무 많아 무너질까 두려울 정도였다. 올드타운 브릿지타워에 낑낑 올라가 내려다보니 카를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라는 카를교에서 본 프라하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연인과 관광객 거리의 연주자들까지 어울려 북적이는 낭만적인 밤이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 프라하(prague).
# 슬로바키아
아기자기한 도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 기아차, 삼성 등 150개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어 한국과 친근한 나라. 비EU회원국 중 투자 1위국으로 얼마전 문통과 정상회담까지 한 돈독한 관계란다. 보헤미안의 풍류가 서린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는 번잡한 프라와는 다른 고풍스럽고 정감 넘치는 동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헝가리 가기전 하루 찍고 가는 코스라 좀 아쉽긴 했지만
구시가지 곳곳에는 고풍스런 건축물들과 함께 숨겨진 위트있는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14세기에 세워진 미카엘스 탑을 비롯해
성 마틴 대성당, 성 프란시스코 교회, 시청사 등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인근에 몰려 있어 한번에 다 돌수 있다. 성 마틴 대성당은 슬로바키아의 역대 왕과 왕비를 기리고 있으며 성 프란시스코 교회는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옛 시청사가 있는 광장 앞 주변은 노천바와 조각품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벤치에 대화를 엿듣는 모짜르트와 만날 수 있고 길거리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상 병사를 보고 아이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도심을 누비는 꼬마 열차도 만날 수 있다.
# 헝가리
왕정> 공산국> 민주국가로 90년대에 어렵게 탈바꿈한 헝가리도 파란만장한 역사의 주인공. 독일 오스트리아 등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해 몽골 유목민인 마자르 족의 후예들이 뼛속까지 유러피안으로 거듭나야만 해야했던 슬픈 역사를 갖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적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 명소로 유명한 다뉴브강 겔레르트 언덕에서 본 경치가 절정이었다. 동쪽 언덕에 위치한 역사유산 풍부한 부다 지구와 서쪽 평지 아래의 상업지구 페스트 지구로 다뉴브 강을 가르는 세체니 다리는 부다페스트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부다지구 다뉴브강이 내려다보이는 어부의 성은 150여 년 전 어부들이 방어용으로 지은 요새로 지붕이 도자기 타일로 만들오진 것이 특징이다. 7개의 석회암 탑이 동화속 풍경처럼 예뻐 이곳 웨딩촬영 명소인듯했다. 요새 내 스타벅스가 있으니 다리 아프면 쉬어가도 좋다.
10분정도 걸어가면 나타나는 왕궁의 근위병교대식이 볼거리이다. 언덕 위에 위치한 왕궁은 페스트 지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지만 실제로 왕이 살진 않았고 지금은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드디어 마지막밤 하이라이트인 부다페스트의 야경. 세계 3대 야경인 부다와 프라하, 파리 중 최고를 만나다.
아름다운 왕궁과 국회의사당의 자태를 넋을 읽고 바라보았다.
홍콩이나 동남아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절제되고 우아한 느낌의 환상적인 부다페스트의 고급진 야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시차로 초반에는 좀 힘들었지만, 다녀오고 다니 정말 시간이 순삭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빨리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동유럽을 간다면 체크와 오스트리아는 꼭 다시한번 자세히 다녀보고 싶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TV에서 뭉쳐야 뜬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침 서유럽 2개국 패키지로 빠리와 스위스 편을 방송하고 있다. 당장 다음 여행지로 예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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