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 가정의 달 황금연휴에 휴가 계획을 잘못짜서 홀짝홀짝 출근하는 징검다리 휴일을 맞게 됐다.
역시 놀려고 해도 미리미리 계획성 있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여행을 자주 다니기도 쉽지가 않은 법인가보다. ㅠㅠ
나는 어디 멀리 여행 가지도 못하고 우울한 마음에 서울근교 어딜갈까 고민하던 차에 꽂힌 이 한장의 사진! 옷..서해안에 이런 곳이!!!
아..그래 뭐 멀리 강원도 제주도 해외여행 갈 것 있나. 1시간 인근에 가까운 서해바다나 보고오자!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으니...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강화도로 떠난 가족여행
강화도는 서울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거리에 있어도 연애시절 석모도에 가본 것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알고보면 아담하고 정겨운 해변과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유적지까지 갖추고 있어 아이들의 역사교육에도 좋은 곳이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양호 등 단군 이래 5천년 역사 동안 계속 되어온 외세의 침략으로 단 한번도 편할 날이 없었던 덕분에역사박물관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우리 가족 강화도 여행은 전등사를 시작으로 옥토끼우주센터 → 강화역사박물관 → 해변 드라이브 → 동막해변으로 코스를 잡았다. 아..그런데 아뿔사 동막해변을 해질무렵으로 맨뒤로 잡고보니 해변 드라이브를 할 시간이 부족하고 자연히 해변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이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 기대이상의 볼거리 어린이 체험공간 '옥토끼 우주센터'
일정을 시작하려고 보니 중간지점에 '옥토끼 우주센터'가 있어 즉흥적으로 들러보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할애해서 역사박물관을 들러볼 시간이 줄어들어 아쉬웠다. 입장료만 세가족이 5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관람료로 약간 망설이다가 각종 체험 시설이 많고 야외 공간도 있다길래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기대보다 볼거리가 풍성해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딱.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름을 외다보니 명왕성은 몇년전에 너무 멀리있어서 태양계에서 빠졌다는 아들의 설명 ㅠㅠ 아...세대차이느껴...
암튼 이렇게 생긴 기구에서 우주비행사 훈련 체험도 하고 쥬라기파크처럼 꾸며놓은 야외 공원도 관람했다. 그러나 이제 아들에게 공룡은 시시할 뿐 ㅠ
▲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강화역사박물관
역사박물관은 고인돌을 비롯한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 말기 대원군의 쇄국정치와 외세의 침략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다 보면 곳곳에서 서구 강국을 맞아 처절하게 싸웠던 유적지들을 보며, 선조들의 투혼과 눈물, 아픔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점심은 아빠의 선택으로 장어구이. 강화도에 장어마을이 있다는 걸 몰랐군. 2인에 9만원이면 꽤 비싼 가격인듯. 장여뼈 튀김, 유자에 절인 인삼, 버섯 튀김, 삶은 새우와 문어 등 10여 가지의 반찬에 죽과 장어탕이 딸려나오니 돈이 그리 아깝지 않은 기분이다.
▲ 갯벌체험을 위한 최고의 선택 '동막해변'
이번 여행에서 아들이 가장 기대한 것은 바로 동막해변의 갯벌 체험.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막갯벌은 강화개펄의 하이라이트라 말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발이 거의 빠지지 않는 모래갯벌인데 무엇보다 진흙 속을 뒤져 게, 조개, 지렁이 등을 잡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해서 들러보기로 했다.
아빠랑 함께 즉흥적으로 깡통과 삽, 신발을 사서 갯벌로 기세좋게 돌진! 하지만 곧 바람에 아빠의 모자와 안경이 날아가면서 피해가 속출 ㅠㅠ 아드님 혼자 갯벌에서 30분이상 고군분투했지만 소득은 전혀 없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동막해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광활한 갯벌과 해질녁의 석양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갯벌을 가르고 다가오는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로 동해안쪽으로만 다니다 푸른 바다 대신 광활한 갯벌을 보니 서해안은 이런 맛으로 오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서해안 일몰을 보았던 그 30분 가량의 시간. 이번 여행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암튼 결론적으로 한 장의 해변카페 사진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강화여행은 예상치 못한 갯벌 체험으로 끝났지만 뭐 여행이란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묘미가 아닐까. 애써 생각하며 위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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