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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비극적이고도 따뜻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by 미돌11 201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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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강력한 추천으로 입소문을 타고 전국 230개 스크린에서 누적 관객수 74만 5785명을 돌파(5/12기준)하면서 역대 다양성 영화 기록중 최고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독립영화는 10만이면 성공한 케이스라니 천만 관객에 못지 않은 성과다. 영화 마니아 뿐만 아니라 독특한 스타일과 미장센으로 패션 피플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고. 제8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초청되어,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을 수상한 이 영화를 직접 체험하고자 CGV 여의도를 찾았다. 

나는 CGV에서 진행하는 '무비 꼴라주'의 팬이다.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와 같은 작은 영화에게 상영관을 내주고 관객들의 취향을 다양하게 반영해 주는 점은 CJ에게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다. 무비 꼴라주는 무비 큐레이터가 나와 영화 해석도 덧붙여 주고 운이 좋다면 이동진과 같은 영화 평론가들과의 대화의 시간도 만날 수 있다.(홈페이지: http://www.cgv.co.kr/theater/MovieCollage) 


  •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트탤지어_이동진 (별점 4개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세계 최고 부호인 '마담 D.'의 죽음을 둘러싸고 지배인인 구스타브와 주인공이 로비보이 제로의 이야기이다. 유력한 용의자는 그녀의 연하 정부였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는 그녀의 아들인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에 의해 꼼짝 없이 범인으로 몰려 투옥된다. 구스타브가 충직한 아랍계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의 도움으로 탈옥해 어머니의 재산을 노린 드미트리의 자작 살인극임을 밝혀낸다는 것이 영화의 전체적 플롯이다.

이 독특한 호텔의 배경은 1927년 동유럽 허구의 나라 <주브로브카공화국>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실제로 세상에 없는 공간이다. 마치 영국 토박이가 만든 것 같은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텍사스 출신의 미국 토박이인 '웨스 앤더슨' 감독이 영국 등 유럽 문화에 대한 동경을 담아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이전부터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해 대중성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던 앤더슨 감독. 그가 이 작품으로 '웨스 앤더슨 생애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최고의 스타일과 탄탄한 스토리, 쟁쟁한 호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촬영장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독일 동부 도시 '괴를리츠'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 안에 고풍스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새로이 지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익숙한 배우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음악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사랑하고 배신을 하며 암투를 벌이는 스토리이지만, 사실 스토리 그 자체보다는 영상에 매혹되는 영화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동화속 주인공처럼 빈티지(클래식)하면서도 알록달록한 판타지를 주는 색감과 뛰어난 영상미가 매력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프라다의 의상과 여행용 루이뷔통 클래식 트렁크 세트, 보라색의 호텔 종업원들의 유니폼과 모자, 클래식한 자동차, 빨간 엘리베이터, '오 드 파나쉬' 향수, 핑크색의 멘들스 파이까지. 심지어 죄수들이 입은 스트라이프 간수복까지 스타일리시했으니까 말이다. 고용주 드미트리(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명령만 떨어지면 누구든 없애버리는 조플링(윌리엄 데포)은 킬러의 품위에 걸맞게 블랙 가죽 패션(프라다 제품)을 선호하는 식이다. 




영화에서 '마담 D.'의 유산으로 등장하는 가상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비롯해 실제 클림트와 에곤쉴레의 작품들이 소품처럼 등장해 눈요기를 하게 해 준다.   

피아니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의 귀엽고 사악한 연기변신에, 80세 노파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그녀의 변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과 랄프 파인즈, 군인을 연기한 애드워드 노튼 등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심지어 빌 머레이가 호텔 지배인으로 나오니 할말 다했지 뭐. 

특히, 마담 D.의 전체적인 의상 스타일은 오스트리아의 상징주의 화가 클림트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고, 그녀의 팔, 가슴, 목, 등에 보형물을 잔뜩 넣고 가발에 백내장을 위한 콘택트 렌즈, 치아, 귓불까지 분장만 무려 5시간이 걸렸다니! 

그의 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배우인 '웨스 앤더슨 사단'의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애드리언 브로디, 오웬 윌슨에다가 이번에 새로이 에드워드 노튼(헨켈스 역)이 모두 모였고, 제작자/기획자/의상감독/분장감독 등이 모두 그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조력자들이다.  


첫 장면에서 작가 톰 윌킨스로 분한 '주드 로'가 작가는 절대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엮어서 늘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말처럼 자신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묵으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액자 속 액자 스토리로 책에 옮긴다. 이것이 바로 소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1980년대에 발표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살인사건’을 다룬 실화소설의 작가(톰 윌킨슨)가 60년대 그랜드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장년의 제로(F. 머레이 에이브러햄)로부터 들은 30년대 사건의 자초지종을 60년대 젊은 작가(주드 로)의 목소리로 전하는 방식이다. 
 


이 영화는 말할 수 없이 비극적이고도 따뜻하다. 중간에 손가락이 잘리거나 살인이 저질러지는 잔혹한 장면조차도 희극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상하게 이 영화는 따뜻하다.  

그 이유는 결국 이 영화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희망의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의 배신을 통해 상처받고 비극을 낳지만, 또 다른 관계로 인해 치유받고 위로받는다. 마치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와 그의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의 관계처럼 말이다. 


  • (왜 로비 보이가 되려 하지?) 누가 싫겠어요 여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잖아요? _제로(토니 레볼로리)

  • 도살장처럼 변해버린 이 잔혹한 세상에도 한줄기 희망은 있지._M.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 내 로비보이에게 손하나만 까딱했단봐!!!_M.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 비록 그녀가 가슴이 절벽이여도,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다해도 아가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그 이유는 그녀가 순수하기 때문이야_M.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영화는 수다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The Grand Budapest Hotel 
 8.1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랄프 파인즈틸다 스윈튼토니 레볼로리시얼샤 로넌애드리언 브로디
정보
미스터리, 어드벤처 | 미국, 독일 | 100 분 | 2014-03-20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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