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Story

문턱 낮은 일상 속의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by 미돌11 2014. 4. 30.
반응형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이 멈췄다."는 어느 기사의 제목처럼 내 주위의 모든 것도 일시 정지 상태이다. 
온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져 하던 일도 멈추고 뉴스만 하염없이 쳐다보며 정신적 충격 상태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요즘 같은 봄날이면 주말마다 어디론가 나서던 나도 요즘은 아무 의욕 없어 지냈다가 지난 주뭔가 상처받은 마음에 힐링이 필요한 것 같아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관을 찾았다. 그렇다고 내가 우아하게 미술관 순례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지난 해 12월 오픈했다는데 내가 알게 된 건 3월이었으니 문화 예술 쪽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대략 짐작되는 바이시리라 -,.- 

아침은 내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와 토스트 브런치로 간단히 해결하고, 광화문을 나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일상 속의 미술관'으로 문턱을 낮추다 

나의 작은 소망 중 하나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과 미술관을 가까이 두는 것이다. 언제든 가볍게 나서기만 해도 볼 거리와 채울 거리를 갖춘 곳을 말이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페이스 오브 러브(The Face of Love)'에서 주인공인 아네트 베닝이 집 근처의 LA 카운티 시립 미술관 같은 곳을 수시로 드나들며 벤치에 앉아 책도 보고 그림도 보고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꼭 미술가가 아니더라도 맘에 드는 작가의 그림 몇 점은 소장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려면 평소에 미리 작품을 많이 봐둬야하지 않을까 ㅋㅋ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상 3층 높이, 지하 3층의 구조로 주위 경복궁, 덕수궁 등과의 조화를 고려해 광화문 도심 한가운데 나즈막히 들어서 있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 민현준 씨는 '일상 속의 미술관'을 테마로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오픈된 구조로 되어 있어 열린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단다. 

전시가 열리는 교육동은 1층과 지하 1,2층에 주로 모여 있었다. 관람 순서는 크게 상관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서로 만나게 되는 구조다. 
전시동 1층에는 카페테리아, 식당, 뮤지엄 샵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전시관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굳이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들러 차를 마시거나 밥을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야외 잔디밭과 휴식공간이 부족한 것은 다소 아쉬웠지만, 통창으로 시원하게 오픈된 카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이라면 높은 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엄숙하고 신성한 곳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힘을 뺄 필요가 있다. 

2009년부터 추진된 서울관의 건축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 두었다. 



관람료는 무료 관람과 유료 관람 4천원으로 나뉜다. 주차료는 3천원(유료 관람시 1시간 면제). 현대카드 플래티넘 회원은 무료 관람(동반 1인 포함), 프리미엄 회원은 50%의 할인 혜택이 있으니 잊지말고 챙겨가도록 하자. 티켓 하나로 당일 내에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을 통합해서 이용할 수 있으니 하루쯤 맘 먹고 순례를 해봐도 좋겠다. 나는 레드카드로 무료 관람! 

아래는 1층에 위치한 갤러리 샵의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미술에 그치지 않고 미술관 곳곳에 설치 미술과 함께 이란 등 제 3세계 젊은 예술가의 영상 아트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메인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아트프로젝트로 한국전쟁 이후부터의 한국 현대 미술의  주요한 흐름들을 시대 정신을 담은 '자이트가이스트 · 시대정신(2013.11.12 - 2014.04.27)'였다. 지금은 아시아 출신의 여성 뉴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전시인  기획된 <인피니트 챌린지>가 4월 29일부터 시작되었다.  



▼ 서울관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서도호 2013.11.12 ~ 2014.05.11서울박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란 출신의 젊은 여성 예술가인 쉬린 네샤트 전이었다. 이란 출신의 망명중인 예술가라는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젠더와 권력의 문제, 전치와 패러독스를 주로 다룬다. 부조리한 이란의 사회 구조에 저항하다 붙잡혀 고문당하기도 했다고.  2009년에는 최초의 장편영화 <여자들만의 세상>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부분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미모의 젊은 작가였다. ( ☞ 상세 보기 )  



▼  <쉬린 네샤트>전 2014.04.01 ~ 2014.07.13 제 5 전시실 


▼ <필립 비슬리>의 <착생 식물원> 

미술관을 가자니 처음엔 싫다고 하던 아이도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감상을 하고 있었다. 수십만개의 디지털 기기로 제작된 착생 식물원은 외부의 영향에 마치 생물체처럼 반응하는 작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최우람 2013.11.12 ~ 2014.11.09 중앙홀 


지하 1층 제5 전시실 앞 천장에 높이 5m의 천정에 매달려 스스로 빛을 뿜고 움직이는 가상의 거대한 기계 생명체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Opertus Lunula Umbra (Hidden Shadow of the Moon)>도 인상적이었다. 바이킹족의 배에 달린 노처럼 좌우 대칭 형태를 지닌 수십 쌍의 거대한 날개는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은 기술적 완성도가 무척 높아보였다.  신비로운 빛을 품고 있는 거대한 몸통을 지닌 애벌레 형상의 이 작품은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아이도 무척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예스퍼 유스트: 욕망의 풍경 2014.04.19 ~ 2014.08.03제 6전시실, 창고



디지털 상영관에서는 무료 명화도 상영 중이다.

1층 로비의 카페 그라노(CAFE GRAN)에는 피자 파스타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와 커피 등의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별관 로비에는 카페테리아에 한식/일식/중식 등의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미술관을 나서면 바로 길 건너에 국립 고궁박물관과 경복궁이 있으니 하루 종일 광화문 인근에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선시대 궁궐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한국의 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경복궁(입장료 3,000원). 조선의 왕이 머물렀던 웅장한 궁궐을 돌아보며 천천히 걸으며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걷다보면 우리 역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5월의 따스한 날에는 반가운 외국인들과 시끌시끌한 학생들,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왕실문화 엿보기, 국립고궁박물관(입장료 무료)

아름답고 품격있게 전시된 왕실문화재를 감상하다보니 왕실 문화유산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된다. 특별전시도 열리는데, 가끔씩 해외 왕실보물들도 전시하니 일정을 잘 맞춰서 가면 국내, 해외의 왕실문화재를 볼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개성있는 대림미술관(입장료 5,000원) 

고궁박물관 후문으로 나오면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통유리로 디자인된 대림 미술관에 들러보면 좋다. 파리 피카소 미술관 개조를 맡기도 했다는 프랑스 건축가 뱅상 코르뉴가 개조한 이 대림미술관은 내부의 전시도 좋지만, 페이스북으로 다채로운 이벤트를 벌이기로 유명한 곳이라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건물 내부에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2, 3층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좋겠다. 


# 관련 링크




                미도리 블로그를 구독하시려면 여기를 클릭!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