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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Journey

추석에 찾은 고향마을의 가을 풍경

by 미돌11 201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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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사과와 포도가 유명한 고장이다. 해마다 명절이나 되어야 두어번 내려가는 먼 고향이었지만, KTX가 생기고부터는 한결 가까워져 마음도 부쩍 가까워진 듯하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찾아갈 고향이 없어서 서운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쳤는데 이제 그 심정을 이제 할 것도 같다.

  CANON 100D Lens 18~55mm

요즘 파리크라상에 등장한 영천사과

우리 가족은 결혼 후 10년간 딱 한번을 제외하곤 기차를 고집해 귀경하고 있다. 운전도 피곤하고 사고의 위험도 있어서 어머님이 너무 걱정을 하시기도 하고, 나도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정체없는 KTX가 제일 편하다. 표를 구하기 위해 광클릭을 해야 하긴 하지만.. 

해질 무렵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찻길을 가로지를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는데 이 또한 작은 역의 특권.

서산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며 한 컷! 역시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더니 빛이 사라지는 저녁 무렵의 사진이 참 좋구나. 


낡은 고향 아파트 위로 휘영청 밝게 떠오른 달. 내 실력으로 제대로 담기는 역부족 OTL 

고향 마을 과수원에는 가을이 여물어간다. 담쟁이 덩쿨조차 정겹다. 

꽃밭에 심어 대문을 가로지른 호박 넝쿨에서 탐스런 호박이 열렸다. 엄마는 아깝지도 않은지 뚝 따서 나를 준다.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챙겨 주고싶은 부모의 마음이 느껴지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보다. 나는 그 호박으로 칼국수를 해 먹어야겠다.

과수원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사과들. 그 사이로 빠알간 홍옥 나무 한그루가 시선을 끈다. 어릴 적 많이도 먹고 자란 사과인데 요즘엔 시고 껍질이 얇고 벌레가 잘먹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해 잘 심지 않는다고 한다. 사과 품종에 담긴 어린시절의 추억도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구나.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아 여물고 있는 포도 송이들. 

변종 오이. (촬영협조: 엄마) 

가을 볕에 갈색빛으로 여물고 있는 대추들. 아이들이 서로 따달라고 하는데 아직 맛이 덜 여물었다. 

한입 베어문 가을 자두. 살이 탄탄하고 신맛보다 달큰한게 군침이 확 돈다. 

엄마가 직접 심은 가지를 한바구니 따서 가져왔다. 딸은 이래서 도둑X이라 하나보다. 

우리 집 밥을 얻고 먹고 다니는 냐옹이. 사람을 무서워하면서도 가만히 지켜보면 까만 눈을 또렷하게 뜨고 쳐다보는 당돌한 녀석. 참 미인이다. 


우리 가족은 기름진 명절 음식이 지겨워지면 근처 오리고기 집으로 외식을 나선다. 훈제 오리, 오리 불고기, 로스 구이 등 입맛대로 골라먹는 오리 고기. 담백하고 고소해서 울 아들도 소고기보다 오리가 더 맛있다고 자평. 역시 고기 맛을 아는군 ㅋㅋ


나는 지난번 불고기를 먹어서 이번엔 로스구이에 도전했다. 오리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기름기도 적당하고 보들보들한게 딱 내 스타일이다. 음..앞으로 오리고기를 더 자주 먹게 될 것 같다. 

역시 마지막 화룡점정은 볶음밥.


1년에 한번은 가족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식구들을 억지로 모아서 찍은 기념사진.


올 추석은 다섯 형제중 두 형제나 빠져버리니 식구가 단촐해졌다. 큰 조카는 올해 군대 입대를 했고, 그 아래로 수능을 앞둔 고3이 둘이나 있어서 모두 걱정들이 많을텐데 다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건강은 점점 쇠약해지셔서 걱정이 많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이렇게 모두 건강하게 모여 술 한잔 기울이는 시간이 몇번이나 더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짠해진다. 

집으로 올라오는 KTX에서 새언니가 삶아준 계란을 먹으며 페이퍼 잡지를 읽고 오니 마음이 훈훈하다. 역시 삶은 계란은 기차에서 먹어야 제맛. 갓 삶아서 따뜻한 계란을 먹으며 가족의 정을 느꼈다고 하면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건가? ^^

올 추석도 모두 무사히 가족간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잘 보내고 왔으리라... 여럿이 모이다보니 엄마들이나 여자들이 특히 힘든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지만 모두모두 서로 배려하고 위해주는 추석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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