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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홍대맛집]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이태리 가정식집 스윗마노

by 미돌11 201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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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상수역쪽으로 쭈욱 걸어올라가다보면 극동방송국이 나오는데 그 옆 골목 안쪽에는 내가 좋아하는 맛집이 몇개 있다. 우리 동네 골목처럼 소박하다못해 초라하기까지 한 이 골목을 내가 사랑하는 이유는 화려하지 않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숨겨진 보석같은 가게들 때문이다. 마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어'라는 듯한 자존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저마다의 실력은 으리으리한 가게나 비까뻔쩍한 호텔도 부럽지 않은 숨은 고수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라멘집 '하카다 분코'가 있는 바로 그 골목이다.

오늘 내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바로 홍대 언저리 상수동 골목의 숨은 맛집 '스윗마노'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스윗마노(Sweet mano: 달콤한 손)는 이탈리안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내 회사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곳으로 이곳에서 팀 회식을 하는걸 보고 부러워 나도 꼭 한번 가보리라 하고 찜해놓은 곳이다. 약간 외진 곳에 있다보니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좀처럼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는데 간만에 친구와의 폭풍 수다를 위해 이 집을 찾았다.

훤칠하고 시원한 이목구비의 미인에 속하는 여주인이 혼자 우리를 맞았다. 주인장은 과거에 우리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어느날 훌쩍 요리사를 꿈꾸며 이탈리아로 떠났다고 한다. 다시 돌아와 이렇게 작은 가게를 내면서 그녀는 지금 과연 꿈을 이뤄 행복할까 하는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실내는 겨우 테이블 대여섯개가 놓일 정도로 좁았지만 차분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집이었다. 가운데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해보기로 했다. 


 PANASONIC Lumix LX3


간판 하나 없이 칠판으로 메뉴를 소개하는 단촐한 첫 인상

주인장이 이태리 유학시절 찍은 사진들로 벽장식을 한듯

이게 입구에서 본 가게의 전체 전경

주방 칸막이 벽의 알록달록 벽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


오늘의 샐러드는 매일 바뀌는 걸로 딸랑하나로 단촐하다. 오늘은 체다 치즈의 토마토 샐러드. 발사믹 소스가 조금 강하고 야채가 조금 아쉽다. 본론으로 들어가 주문한 오늘의 요리는 가리비가 들어간 바질페스토 크레마 스칼룹과 라코타 치즈 시금치 라자냐, 그리고 후식으로 세미프레도 '피오르 디 라떼'를 주문했다. 알리오올리오와 마르게리타 피자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둘이서는 무리 같아서 오늘은 이 정도로 주문 마무리.

(주인장이 업데이트하는 메뉴 전체 블로그에서 보기 http://sweetmano.com/70125305049 )

가게를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마늘빵과 샐러드를 먹으며 숨도 쉬지 않고 수다를 나누고 있는데 주인장이 혼자서 소리도 없이 쿵짝쿵짝 만든 음식이 나왔다. 주방이 코앞인데 아무 소리도 안나게 혼자서 서너가지를 후딱 만드는 솜씨가 프로급! 주문한 음식 중  바질 페스토 크레마 스칼룹스파게티가 가장 좋았다. 너무 묽지도 되지도 않은 농도에 느끼하지도 달달하지도 않은 크림 소스를 구현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은 일임을 알기에 말이다. 라코타 치즈 시금치 리조토는 너무 늦게 손을 대서 약간 식어서 그런지 기대했던 풍부한 식감에는 살짝 기대에 못미치는 느낌이었다. 

라코타 치즈 샐러드

라코타 치즈 시금치 라자냐

바질페스토 크레마 스칼룹

오늘의 그녀~


역시 이집은 디저트가 압권. 디저트라고 해봐야 달랑 2가지가 전부인 소박한 메뉴이지만 퀄리티만큼은 최강을 자랑한다. 약간 차가운 우유 맛의 케이크 위에 산딸기와 복분자 소스를 끼얹어 달콤하다.  

딸기와 복분자 토핑이 올라간 세미프레도 '피오르 디 라떼', 달지않고 풍무한 맛이 일품

무엇보다 쫒기는 듯한 긴장감 없이 평일 점심시간에 아무도 없는 작은 가정식 이태리식당에서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지인과 정감있는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것 같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아이와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 내 인생에 대한 불만과 자위, 남편에 대한 불평까지도 모두 털어놓고 나면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인생이란 항상 만족스러울수는 없지만 따스한 밥 한끼를 먹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에게 아이도 남편 말고도 좋은 친구란 이래서 꼭 필요한가보다. 

> 블로그 : http://sweetmano.com/
>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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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마노 / 이탈리안

주소
서울 마포구 상수동 93-40번지 1층
전화
02-335-6547
설명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파스타, 피자, 케이크, 라자냐, 맥주 등.

<12월 5일 TNM HOT STORY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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