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에 SNS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통 책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 스마트폰을 멀리 멀리하자는 결심이 쉽지가 않다. 아~나의 안식처를 포기하라니... 스마트폰과 책은 나에게 영원한 양다리 외줄타기 같다.
이 와중에 페친들이나 주위에서 추천하거나 책을 내신 분들이 많아서 사게 된 책들이 많아서 모아보니 이만큼이다. 휴가 시즌이 되면 그동안 못다 읽은 책을 쌓아놓고 전의를 불태우지만, 얼마안가 게으름에 지고 만다.
내가 이번 여름 휴가 때 읽은 책, 그리고 못다 읽은 책을 몇 권 정리해서 포스팅해 본다. 이름하여 미도리의 여름휴가에 읽을만한 추천 도서!
1. 채식 주의자 - 한강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에 그녀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고 해외에서 2016 맨부커 상을 수상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나 한국어가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 유수의 상을 받는 일이 워낙 드물기도 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TV에서 김창완과 둘이 지루한 인터뷰인지 대화인지를 나누는 걸 보고 나서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 KBS 김창완의 TV책 링크 참고 )
가느다란 목소리에 창백한 얼굴을 한, 미인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호감을 주는 예민한 인상의 그녀가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직접 개를 잡아 그 고기를 먹던 장면에 대한 폭력적인 묘사는 가녀린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3개의 단편이 이어져 하나의 책으로 나온 <채식주의자>는 두번째 단편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채식주의자와 나무 꽃의 나머지 스토리가 연결되어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우리는 삶에 치이는 순간순간, 일상의 끈을 놓아버리고 궁극적으로 소멸에 가까운 자연으로의 회귀를 생각한다. 여기서는 주인공 영혜가 육식(인간의 욕망을 상징)를 거부하며 채식주의자가 된 과정과 점점 나무가 되려고 하는, 세상의 시선에서는 점점 구제할 수 없이 미쳐가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문장으로 다가온다.
2.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여행서는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그는 주로 외국에 체류하면서 외부와 단절한 채 장편 소설을 써온 그의 라이프스타일 덕분에 유독 여행서가 많은 작가 중 한명이다. 몇일씩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몇달씩 집을 렌트해서 머무리는 방식으로 여행하다보니 보통 사람들과 달리 여행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그가 초기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집필 한 후 번잡한 일본을 떠나 자리잡은 그리스의 두 섬 미코노스와 스페체스에서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나.
그가 다섯번이나 참가한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찰스 강변을 달리면서 느끼는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묘사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걸 읽고있자니 5월초 벚꽃이 만개한 보스턴의 찰스 강변을 달리고 싶어질 정도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욕심이 없는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재즈 마니아라면 누구나 방문을 꿈꾸는 뉴욕의 전설적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를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하루키.(그러고 보니 나도 뉴욕의 재즈 클럽 블루노트를 직접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
2008/10/20 - [Culture Story] - 뉴욕의 재즈바 <블루 노트>의 추억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3.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2016/07/13 - [Bookmark] - 임경선의 인생에 대한 5가지 <태도에 관하여>
하루키를 좋아하는 임경선이 자신의 인생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 태도-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로 정의한 책이다.
‘사랑은 관대하게, 일은 성실하게, 인간관계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세상과의 관계는 공정하게’
그녀가 좋아하는 것도 밥벌이는 엄연히 다르다는 냉혹한 현실을 말하면서도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의 중요성을 차분히 짚어가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한국의 보수적인 문단에서 여성 전업 작가로 밥을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 점인지, 엄마와 작가라는 두가지 사이에서 갈등할 때나 조직 안에서 있을 때와 독립했을 때의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도 백번 공감이 간다.
4. 왜 나는 싫다는 말을 못할까 - 김호
직장 상사, 동료, 부모님, 친구 등에게 우리는 거절을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산다. 국내 유일의 설득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이자 베스트셀러 《쿨하게 사과하라》를 집필한 김호 대표님은 호남형의 외모에 매너 좋기로 업계에 정평이 난 분이다.
설득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라"
영화 〈부당거래〉 대사 중에 류승범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라고 한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사람의 심리란 참 무섭다.
거절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의 틀을 바꿔주는 책이다.
5. 행복 - 법륜스님
이 책은 법륜 스님의 행복 안내서로, 행복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찬찬히 알려주는,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지혜의 보물창고 같다. 평소 즉문즉설의 팬이라 많은 이들의 고민에 속시원한 답을 내려주는 스님의 팬이기도 하다.
우리 주위에는 삶에 지치고, 관계에 상처받고, 부조리한 세상에 고통받는 이들이 가득하다.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직장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회적 갈등과 세상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산넘어 산이 인생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고행의 인생 길에도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6. 축적의 시간 - 서울대 공과대학부
LG경제연구원에서 휴가 때 읽을 책으로 추천한 건데...누가 휴가에 이런 무거운 책을 읽는단 말인가.. 독서실에서 정좌하고 3일을 읽어도 다 읽기 힘든 서울대 공과대 교수 26명의 통찰력이 담긴 책이다. (사실 아직 다 못읽었다 ㅠㅠ)
한국 산업계를 진단하고 돌파할 방법에 대해서 기존의 모방적 실행 단계를 넘어 창조적 개념 설계를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즉,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숨가쁘게 성장해온 추격경제 시기에 우리 산업계와 정책 의사결정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성공의 방정식, 즉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동원하고, 항상 정해진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과연 요즘에도 통할까? 이 책은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쌓아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Bookma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길 닿는데로 작은 동네 책방 탐방 - 어쩌다 책방 (0) | 2017.04.21 |
---|---|
생각의 숲, 최인아 책방 탐방후기 (2) | 2016.08.21 |
임경선의 인생에 대한 5가지 <태도에 관하여> (0) | 2016.07.13 |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7) | 2016.05.22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0) | 2015.12.29 |